너와 나 사이의 초여름 균형

가만히 두면, 균형은 잡힌다.

by 윤민아




| 마음을 모아둔 연둣빛 일기장.|


초여름.

연두잎을 타고

천천히 자라나는 꿈.






저는 이곳에

제가 오래 품어온
계절의 꿈을
조용히 기록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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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너와 나 사이의 초여름 균형



얼마 전, 나의 미래의 꿈과 있었던 작은 일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한동안 나는 생활의 리듬과 어긋난 채 살고 있었다. 꿈은 낮의 언어로 나를 부르고 있었고, 나는 밤의 리듬 속에서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시간이 맞지 않으니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마주할 틈이 사라지자, 꿈은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완전히 놓은 적은 없었다. 가끔은 노트에 몇 줄을 적고, 드문드문 작업을 이어 가며 아직은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다 며칠, 우연히 낮의 시간을 살게 되었다. 출근과 퇴근 사이처럼 일상의 어딘가에서 꿈과 2~3분쯤 마주칠 수 있는 시간.











그 짧은 순간이 괜히 특별하게 느껴졌다. 마치 일상이 나를 위해 남겨 둔 작은 여백처럼. 그날 나는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은 조금 가까워질 수 있겠지.’
그렇게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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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마주한 꿈은 차가웠다. 생각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고, 문장도 사진도 자꾸만 비껴 갔다. 나는 그럴때마다 수호천사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수호천사님, 이 꿈을 계속 가져가도 될까요. '

돌아온 것은 대답이 아니라 침묵이었다. 그 순간 마음이 답답하게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텨 왔다. 진도가 느려도 괜찮다고, 반응이 없어도 괜찮다고, 지금은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그 애씀들이 한 번에 허물어지는 기분이 나를 잠식했다.


‘지금이라도 이 꿈을 접어야 할까.’

젖은 두루마리휴지 끝을 잘라내듯 더 번지기 전에 감정을 끊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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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흔들리며 하루를 보내던 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잠들어 버렸다. 다음 날 아침,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어제의 꿈이 나를 밀어낸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붉은 마음으로 꿈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붉은색은 열정의 색이지만 동시에 미세한 불안의 색이기도 하다. 너무 뜨거워서 금세 식어 버리는 색. 나는 그림을 전공했다. 작업을 마치면 장점은 보이지 않고 단점만 눈에 들어왔다. 만족스러운 날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그때의 그림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반대로, 그날 유난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 허술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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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는 언제나 과하게 붉은 마음으로 나를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꿈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반응이 없다고 해서 실패는 아니었다. 진도가 더디다고 해서 나를 밀어내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꿈 역시 자기 속도로 자라고 있었을 뿐이다. 시간은 많은 것을 다듬는다. 애써 붙잡지 않아도, 억지로 결과를 만들지 않아도 천천히 균형을 잡고 조화를 만들어 낸다.











어제의 좌절도, 오늘의 서운함도 결국은 색이 옅어지고 다른 결로 스며든다. 중요한 건 이 꿈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을 지나며 내 안에 버티고 해석할 힘이 자라는 일이다. 우리는 각자의 붉은 마음을 품고 있다. 충분한 시간과 성찰을 지나면 그 마음은 조금씩 깊고 단단해져 각자의 삶을 물들이는 고유한 색이 된다.











언젠가 오늘을 떠올리며 나는 그때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잘 버텨냈구나.




















**이 글의 여운을 초여름의 연둣빛으로 담았습니다. 아이폰 배경화면으로 내려받아, 하루의 시작과 끝에 이 마음을 조용히 꺼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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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