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두빛 초여름의 씨앗

민트색 하늘아래, 연둣빛 다짐

by 윤민아



| 마음을 모아둔 연둣빛 일기장.|


초여름.

연두잎을 타고

천천히 자라나는 꿈.






저는 이곳에

제가 오래 품어온
계절의 꿈을
조용히 기록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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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대한 나의 마음은 여전히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얼굴을 한다. 괜찮다가도 문득 서글퍼지고, 이유 없이 가슴이 가라앉았다가 또 어느 순간 아무 일 없다는 듯 숨이 트인다. 마치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하늘이 있어서, 구름이 태양을 가렸다가 다시 걷어내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밝았다가 어두워졌다가, 다시 조금 환해지는 기분 속을 나는 오가고 있다.












“또 시작이구나.”












이번에는 그 우울을 억누르지 않기로 했다. 예전처럼 애써 괜찮은 척하거나,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다그치지도 않기로 했다. 그냥 그렇구나, 지금은 이런 날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늘 아침,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는데 빛을 잃은 내 얼굴이 조금 안쓰러워 보였다. 특별히 울었던 것도 아닌데 눈빛이 흐릿했고, 표정에는 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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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흔들릴 때, 사람은 자기 얼굴부터 흐려진다. 확신을 잃은 눈빛은 마치 방향을 잃은 배 같다. 도무지 이 공간에 더 머물 수 없을 것 같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저 이 상태 그대로 문밖을 나서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천천히 걷고, 또 걷고, 발이 가는 대로 몸을 맡겼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하늘색이 유난히 예뻐 보였다. 맑고 힘내라는 민트색. 마치 “아직 끝난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색이었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작은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다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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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생각이었지만, 그 생각 하나가 마음에 미세한 틈을 만들었다. 그 틈 사이로 아주 작게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빛이 없다고 돌아설 게 아니라, 내가 그 빛을 만들면서 걸어 나가면 되지 않을까. 그 빛은 거대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삶을 단번에 바꾸는 계기나 극적인 전환점일 필요도 없다. 작은 촛불 하나면 충분하다.











그 촛불은 나를 다독이는 마음이고, 다시 한번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희망이다. 누군가의 확신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건네는 믿음. 꿈은 언제나 직선으로 자라지 않는다. 어떤 날은 무성한 잎처럼 푸르다가, 어떤 날은 마른 가지처럼 초라해진다. 하지만 가지가 마른 듯 보여도, 뿌리는 여전히 흙 아래에서 숨을 쉬고 있다.

나는 나 자신과 삶을 믿기로 한다.









이 여정 속에서 진짜 나를 조금씩 발견하고, 이전보다 단단해지려 한다. 물론 쉽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오늘 켜놓은 희망의 촛불이 내일이면 금세 흐려질 수도 있다. 다시 불안해질 수도 있고, 다시 포기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실망하지 말고, 내려놓지 말고, 덤덤하게 다시 초를 켜면 된다. 무너졌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이다. 넘어졌다면 잠시 앉아 숨을 고르고, 다시 한 걸음 내딛으면 된다. 아주 천천히여도 괜찮다. 척박한 땅에 씨앗을 아예 심지 않는 사람보다, 비록 메마른 흙이라도 한 줌의 씨앗을 심는 사람의 마음은 다르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도,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












오늘 나는 그 씨앗을 심고, 또 내일도 심을 것이다.

작은 씨앗 하나의 이름을

나를 믿고,
내 불안을 빛으로 바꾸려는

아주 ‘작은 용기’라고 지어야겠다.

작은 연두빛 초여름의 씨앗

작은 연두빛 초여름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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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온도와 닮은 이미지들을 블로그에 조용히 모아두었습니다. 문장으로 스쳐간 장면을 빛과 색으로 한 번 더 바라보는 시간. 천천히, 여운이 닿는 만큼만 다녀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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