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품은 초여름

초여름, 나의 꿈.

by 윤민아



| 마음을 모아둔 연둣빛 일기장.|


초여름.

연두잎을 타고

천천히 자라나는 꿈.






저는 이곳에

제가 오래 품어온
계절의 꿈을
조용히 기록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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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꿈을 품은 초여름




혼자 있을 때의 나는 꿈을 위한 생각도 감정도 제법 정돈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로 나와 생계를 위해 일을 할 때면 내 삶이 부족함과 어수룩함 투성이인 천덕꾸러기 처럼 보인다. 괜히 말수가 줄고, 몸은 움츠러들고, 마음은 작아진다. 이런 모습조차 언젠가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날이 올까.











꿈을 위해 살기로 마음먹은 어느 초여름, 그 덕분에 초여름은 이제 내게 설레면서도 아릿한 계절로 기록된다. 처음 다짐 한 그 날을 떠올리면 마음안에 연둣빛 햇살이 번진다. 그 햇살은 아직 이루지 못한 오늘을 부드럽게 데운다. 여전히 나는 긴소매와 반소매 사이 어딘가에서 머뭇대는 계절처럼, 나의 꿈도 아직 완전히 현실이 되지 않은 채 빛과 그림자 사이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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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변하지 않는 계절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꿈을 향한 나의 초여름의 마음일 것이다. 슬픔의 비가 오래 머물지 않는 숲이 있다면, 그 숲은 꿈을 품고 서 있는 자리일 것이다. 내 안의 두려움 속에 숨어 살던 내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게 된 것도 오로지 꿈 덕분이었다.











낯선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던 작은 변화, 사람들 사이에서 천천히 적응해가는 순간들. 그 시작에는 늘 꿈이 있었다. 단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면 내 꿈에 대한 기회나 조언을 들을 수 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 다가갔던 것 같다.











꿈을 생각하며 번져나가는 마음 속 설렘과 희망이 섞인 그 빛은 불안과 걱정을 천천히 녹여 준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지금 이 마음을 품고 있다는 이 낭만적 사고관이 나를 따뜻하게 해준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삶이지만, 나는 꿈이 머무는 초여름의 자리에 서 있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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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초여름의 온도를 떠올리며 조급해하지 않고 자라나기를 기다려 본다. 인내심이 없던 나에게 기다림의 의미를 알려준 것도 결국은 나의 꿈이었다. 두려움 앞에 늘 숨어 있던 내 심장은 꿈을 품고 나서 조금 달라졌다. 어기적 거리면서도 한 걸음 내딛던 용기가 나를 천천히 성장시켰다.










이제는 삶의 막막한 순간이 찾아와도 그때의 작은 용기를 떠올리며 어둠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름 코코아, 겨울 수박' 처럼 설명보다 먼저 마음에 닿는 단어들이 있다. 내게 초여름의 꿈은 그런 단어다. 나는 매일 꿈을 이룬 나의 하루가 궁금하다. 그 꿈이 어떤 얼굴로 나를 반기고 있을지 궁금하다.











꿈이 멀게 느껴지는 날의 세상은 어딘가 비어 보이지만, 꿈을 품고 있는 순간들은 나를 햇빛 아래로, 달빛 아래로 데려간다. 지금 이루지 못해도 좌절해선 안된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뿐, 실패 한 적은 없다. 하지만 문득 꿈만 쫓고 살아가는 내가 내 스스로에게 좋은 것 하나 해주지 못한 것 같아 스스로에게 미안해지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나에게 이미 많은 것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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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기다림, 단단해진 마음, 그리고 나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 그것은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라 내 삶의 영원한 등불이 되어준다. 어두운 밤이 찾아와도 내 안에 조용히 머무는 영원한 빛. 그리고 내게 그 빛의 이름은 언제나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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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온도와 닮은 이미지들을 블로그에 조용히 모아두었습니다. 문장으로 스쳐간 장면을 빛과 색으로 한 번 더 바라보는 시간. 천천히, 여운이 닿는 만큼만 다녀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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