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그림이야기_27
또 기다린다.
이번엔 visa인가…
“Just wait.” 늘 듣는 말.
기다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일까. 그것밖에 없나. 그냥 기다리고 있다. 피가 마르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미치겠는데.
내일은 또 어떨지 몰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당장 할 수 있는 게 기다리는 거다.
이 나라 행정 관습도 모르고, 이 나라에선 어떤 지도 모르고, 가서 따지지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
누구에게 기대야 하나. 기다리란 말고 답답한 상황에 막막해서 미칠 것 같다.
그래서 또 기도하고 있다.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누군가 날 건드리면 날카롭게 짜증이 날 터이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무척 고프던 배가 이젠 고프지도 않다.
이제 겨우… 인터넷을 설치했다. 와이파이 잡히는 장소만 찾아 급한 일처리 하고, 한국 데이터 아끼고 아껴 쓰고. 요즘 시대에 인터넷이 집에 없음의 불편함을 절실히 느낀 요 몇 달. 너무 당연한 것인데 없으면 소중하고 불편하고 일을 할 수 없게 무기력해지는 것이 인터넷망이었음을….
기사 검색, 지인 연락, 중요한 메일 확인, 온라인 장보기, 아이 원격 상담 등… 인터넷만 되면 당연한 것들을 못하니 나 스스로 위축되고 눈치를 보게 되는 부작용도 생겼다.
‘인터넷 그만해야지. 이제 줄여야지’
하면서도.. 인터넷 연결이 자유롭지 못하면 살기도 불편하다는 것을…
기다리다 하나 해결되었네. 인터넷 연결. 인샬라~ 고맙다.
소중한 일상이 빛나는 한 해가 되길 바라요.
낯선 곳이 익숙해질 무렵, 해외에서 새로운 한 해를 맞았다. 연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확산은 내 주변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 많은 곳은 정말 다니면 안 되는구나.
그런 조용하고 조심하는 연말 속에 새해가 되었다. 싹 사라질 것만 같았던 코로나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정말 면역을 키워야겠구나 싶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 짐과 서랍장을 뒤져 모두 찾아낸 한국에서 가져온 건강식품들. 홍삼진액, 공진단, 콜라겐 유산균에, 여기서 구입한 멀티비타민, 꿀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게으르고 와닿지 않고 아이 영양제 챙기다 놓쳤던 나의 것들.
절실하지 않아 그냥 지나쳤던 나를 위한 것들. 그것이 영양제와 약이지만, 주변 지인이 코로나 걸렸다는 말에 저절로 챙기게 되었다. 어찌 보면 먹으면 좋은 건 당연한 건데… 계기가 생기니 저절로 하게 되었다. 이렇게 작은 하나라도 챙기고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하루하루다.
당연한 것들이 더 소중해지고, 당연한 것들이 그립고, 당연한 것들이 생각나고, 당연한 것들을 애써 찾아야 하는 ‘코로나 시대’가 되었다.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 다시 빛나는 2022년이 되길…
ps. 아이의 개학만을 기다리며 버틴 12월 한 달. 1월 온라인 수업 소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