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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부상 클로이 Apr 07. 2022

017 진정 고객의 입장이 되어 바라볼 수 있을까?

엣더코너 첫 게스트, 제이와 함께한 시간


 지난 시간에도 이야기한 적 있지만, 도수 치료를 받다가 천장 위에 전등 하나가 켜지지 않은 것을 캐치했어요. 수많은 전등 중 왜 하필 내 머리 위에 있는 전등만 나갔을까? 그리고 왜 전등을 고치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죠. 설마 누워있는 고객을 위해서 일부러 빼놓은 거냐고요. 그런데, 있죠. 물리 치료사 선생님이 이 병원에서 일하는 2년간 이걸 알아보고 말해주는 사람이 제가 처음이었대요. 서로 소름이라며 하하 호호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깨달았죠. 고객에 대한 디테일한 배려란 이런 거구나.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눈 주제가 바로 배려라는 키워드와 어느 정도는 맞물리는 마케터가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기입니다. 고객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역지사지 마인드가 꼭 배려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고객의 입장이 되어봐라',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봐라' 이런 말을 자주 하는데요. 마케팅에 정답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객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정답의 확률에 가까워지는 건 맞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은 엣더코너의 첫 게스트, 제이가 함께 합니다. 지금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 않지만, 전 직장에서 기획과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담당했다고 해요. 최근에는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하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확장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데요. 역대 첫 게스트와 함께 하는 엣더코너, 시작해볼게요.


우리는 진정 마케터가 아닌 고객의 입장이 되어 바라볼 수 있을까?




지금(또는 최근에 다닌) 직장에서의 고객

나를 알고 적.. 아니, 고객을 알면 백전백승


도밍고  |  시간제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는 1인 단위의 개인 고객님, 그리고 입주하여 이용하는 입주 기업이 눈에 보이는 고객이에요. 또, 프랜차이즈를 운영하시는 대표님도 저희의 고객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잘 보여야 하니까. (ㅋㅋㅋㅋ) 그리고 최근에는 플랫폼으로 확장시키는 부분에서 새로운 형태의 고객도 맞이하는 것 같아요.


클로이  |  일단 B2B 쪽으로는 도밍고의 회사가 저희 고객 중에 하나인 것처럼 공유 오피스나 주택가, 학교 관련한 사업도 많이 하고 있어서 공간과 관련된 모든 사업체가 사실 저희의 B2B 고객님이죠.


제이  |  전에 다니던 회사는 FNB 회사였기 때문에 매장을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주 고객이었어요. 그러다가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에 입점시키고 싶어 하시는 분들, 저희 회사의 디자인 역량을 보고 디자인 관련 일을 맡기시려는 분들도 계셔서 크게 나누면 이 정도일 것 같아요.


  |  고객이 누구냐, 라고 했을 때 엄청 다양하게 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데모 그래픽적이나 페르소나 측면에서도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간단하게 보험을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들이 저희의 모든 고객이라고 생각하며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고객 중심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보험을 비롯한 금융을 좀 쉽게 알고 싶어 하는 분들로 넓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 고객의 입장이 되어야 할까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제이  |  굳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보다 오히려 고객보다 더 고객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블랙 컨슈머의 입장에서 매장이나 플랫폼을 경험하려고 노력합니다. 일부러라도 더 트집을 잡아야 제가 설계할 수 있는 서비스에서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  이건 문제 정의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서비스나 제품이 어떤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포커싱을 많이 하잖아요. 고객의 삶을 더 개선하기 위해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그 문제 정의가 틀리면 해결책이 올바를 수 없겠죠. 근데 문제 정의를 똑바로 하려면 문제를 안다는 것보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보다 더 깊게 들어가야 하는 부분 같아요. 



고객의 입장이 되어보는 건 왜 어려울까

자기 객관화를 하지 못해 슬픈 우리들


도밍고  |  비슷한 서비스를 경험하는 순간부터 바로 고객의 입장으로 하나씩 뜯어보는 편인데도, 정작 우리 서비스는 뭔가 뜯어서 분석하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 이유가 뭘까 했는데, 역시 객관화가 잘되지 않는 성격인데다 '우리는 지금 다른 거 하느라 바빠서 잠깐 킵해둔 거야.' 하고 넘기고 있는 것 같아요.


제이  |  도밍고 말처럼 본인에게 관대해서 그런 것 같아요. 자기 객관화가 어렵기 때문에 자기 객관화를 하는 사람들이 가치가 높죠.


클로이  |  저도 의견이 조금 비슷한데, 자기 새끼는 자기 눈에만 예쁜 것처럼 우리 브랜드는 나만 예쁘고 나만 좋은 거죠. 그래서 일을 하다 보면 그런 생각에 몰입돼서 '우리 브랜드는 이래도 괜찮아, 이 정도도 충분해.'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고객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이것저것 고객의 입장이 되어가려는 찰나에 일이 갑자기 늘어날 때도 있잖아요. 그러면 우선 순위 자체가 바뀌니 더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게 되면서 고객이라는 본질을 잊게 되는 거죠. 이런 경우는 스타트업에서 특히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최소의 인원으로 최고의 효율을 내야 하다 보니.


  |  저는 서비스나 제품을 만드는 우리의 의도와 고객의 의도가 접점에서 못 만나서 그러는 것 같아요. 짜파구리 같은 모디슈머 사례들이 생각이 나요. 섞어 먹는 의도로 만들어진 게 아닌 두 개의 라면을 고객들이 섞어 먹기 시작하고 붐이 일었잖아요. 그러다가 이제는 아예 짜파구리라는 단일 제품이 나오고 있고요. 이렇게 고객들은 우리가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아요. 근데 이걸 처음부터 이해할 수 있냐? 절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반응을 빨리 캐치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

게스트 제이의 책 추천으로 마무리


제이  |  다 필요 없고, 그냥 고객이 되는 게 제일 좋다고 봐요. 상위 호환이라고 느껴지는 유사 서비스를 체험해 보는 것. 호텔로 예를 들자면 에어비앤비만 써보는 게 아니라 서울에 있는 다양한 호텔을 가보면서 서비스를 경험해 보는 거죠. 그리고 소비자가 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뇌 과학이나 진화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어야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수준보다 더 정답에 가까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이의 책 추천







도밍고 Domingo
지식과 능력, 재능으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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