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t the corne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부상 클로이 Nov 26. 2021

003 우리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물론 마케터로서.

콘텐츠란 대중매체 또는 관련 미디어 활동에 게재된 구조화된 메시지이다.
                                                          
- OECD, 2009


이 글을 읽으려고 들어온 분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설렐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콘텐츠. 하지만 꼭 이 단어가 설렘을 주는 건 아닙니다. 매일 매주 콘텐츠를 기획해내야 하는 저희 같은 사람에겐 말이죠.


OECD는 콘텐츠를 특정한 형태를 가진 메시지와 대중 속에서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매일 소비하는 동시에 생산하는 마케터들은 콘텐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마케팅에서 좋은 콘텐츠는 무엇일까요?



At the corner 멤버들은 콘텐츠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어요!


도밍고(Domingo)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이 있으면 형식이 어떻든 간에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꼭 특정 목적이 없더라도 콘텐츠 공개 자체로도 목적이 될 수 있겠죠.


클로이(Chloe)

화자가 있고 청자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전달하는 결과물 속에 메시지가 또렷하게 있으면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구조화되지 않은 날 것도 콘텐츠가 될 수 있죠.


휴(Hugh)

단순히 전달만 하는 게 아니라 목적이 분명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콘텐츠의 목적은 꼭 생산자만 만드는 게 아니라 소비자도 스스로 만들 수 있죠.




그렇다면 마케팅에서 좋은 콘텐츠란 뭘까요?


무언가 만들었는데 '좋다'라고 이야기할 땐 보통 결과물이 좋은 경우입니다. 과정을 통해 스스로 Lesson learn 하며 무언갈 얻기도 하지만 '좋다'라고 표현하는 일은 드물죠.


그렇다면 마케팅에 있어 좋은 콘텐츠라고 말하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와야 할까요? 팀원들이 만족하는 완성도? 콘텐츠를 만든 마케터의 자기만족? 주변 지인들의 칭찬? 이것들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 일순 있지만, 절대 결과는 될 수 없습니다.


왜냐면 마케팅의 결과는 팔리냐 안 팔리냐로 이야기하기 때문이죠. 즉, 마케팅에서 좋은 콘텐츠는 팔리는 콘텐츠가 아닐까요?


아, 물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할 데이터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던지 최소한의 리소스로 확장성이 뛰어나다던지 마케터가 의도한 목적 달성할 수 있는 콘텐츠도 좋은 마케팅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에 At the corner 팀원들 모두 동의를 했습니다.


중요한 건 그 목적들 역시 팔리는 곳에 닿기 위함임을 잊지 말아야겠죠.


현대 광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는 말했습니다.

'팔리지 않는 것은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며, 광고는 예술이 아니다.'




마케터는 콘텐츠를 만들고 이런 착각을 합니다!


마케터들 사이에서 좋은 마케팅 콘텐츠를 이야기할 때 앞에 이런 수식어가 붙습니다. 바로 직관적인 / 트렌디한 / 창의적인.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린 정말 이런 수식어를 붙일만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을까? 그냥 그렇다고 착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란 의문을 품으니 그동안의 착각이 보였어요.




1. 직관적이라는 착각


종종 콘텐츠에 쉬운 단어와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직관적이라는 착각에 빠집니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쉬운 요소들로 이루어진 콘텐츠를 직관적이라고 표현하는 거죠.


ⓒ 배달의민족 치믈리에

마케터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지고 봤을 배민의 '치믈리에 자격시험'. 맛을 보고 평가하거나 맞출 수 있는 전문가라는 의미에서 소믈리에를 사용했는데, 사실 소믈리에라는 단어보단 전문가를 의미하는 마스터, 달인 등의 단어가 누구나 알고 더 쉬운 단어입니다.


만약 치믈리에가 아니라 치킨 마스터, 치킨의 달인 등의 카피를 썼다면 사람들은 치킨을 잘 튀기는 사람을 뽑는지, 치킨을 많이 먹는 사람을 뽑는지 헷갈리지 않았을까요?


마케팅에서 직관적인 콘텐츠란 단순히 쉽거나 간단한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이 자신의 직관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마케터의 의도를 고객이 알아차리고 원하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죠.




2. 트렌디하다는 착각


마케팅을 잘하려면 핫한 채널, 유행하는 콘텐츠 형식을 잘 알아야 하죠. 그리고 트렌디하다는 착각과 함께 유행만 모아둔 이상한 콘텐츠를 만들어냅니다.

ⓒ 유튜브

가장 핫한 채널이자 광고, 콘텐츠 할 거 없이 영상 마케팅 시대를 열게 한 유튜브. 유튜브가 핫해지고 난 이후 많은 기업들은 너도나도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 시간, 인력이 필요하지만 핫하기 때문에 모두 시작했죠.


하지만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고, 많은 리소스를 쓴 채널과 콘텐츠들은 방치되어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활용한 마케팅 콘텐츠도 넘쳐났죠.


그래서 결국 우리가 보게 된 화면은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모델이 영상 속에서 달고나를 핥거나 카피에 세모, 네모, 동그라미를 넣어 구분도 되지 않는 광고였습니다.


무슨 서비스와 제품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3. 창의적이라는 착각


넘쳐나는 콘텐츠들 사이에서 눈에 띄기 위해 마케터에게 창의성을 요구합니다. 요구받은 마케터는 만든 사람만 아는 창의성으로 괴랄한 콘텐츠를 만들어 냅니다.


ⓒ 버거킹

광고 맛집으로 소문난 버거킹의 광고입니다. 이 광고에 쓰인 이미지는 마케터나 디자이너가 툴을 이용해 만든 게 아니라고 해요. 네, 진짜 불이 난 버거킹 매장의 사진을 광고로 사용했습니다.


이 광고는 많은 사람들이 창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물론 불난 매장 사진을 광고로 활용한다는 방식 자체도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진짜 이유는 마케터가 "버거킹은 패티를 구울 때 진짜 불에 굽습니다."를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만약 신발을 만드는 회사에서 본인들 매장에 불이 났는데  그걸 광고로 만들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창의성을 칭찬했을까요?


마케팅 콘텐츠의 창의성은 방식의 기발함이 아닌 콘텐츠를 보는 고객이 상상력을 발휘하는 순간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광고 그리고 마케팅은 예술이 아니니까요.




어떻게 하면 함정에 빠지지 않고 좋은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요?


At the corner 팀원들은 위의 세 가지를 두고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도 마케터로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싶기 때문이죠. 그 많은 이야기들의 결론은 결국 한 방향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와 제품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사용할 고객에 대해 고민하고 확실히 이해하며, 공급자의 관점이 아닌 고객의 관점으로 그들의 언어를 쓰는 것이 우선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늘 듣는 이야기지만 생각보다 자신의 콘텐츠를 객관화하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린 오늘도 해내야 하기에 또 한 번 가다듬고 책상에 앉아봅니다.    



휴 Hugh
마케팅 잘하는 방법보단 끊임없이 '왜'를 묻는 마케터.


오늘도 코너에 몰리는 마케터들의 구석진 공간,

At the corner

매거진의 이전글 002 카카오가 쏘아 올린 꽤 큰 공, 선물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