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선여인 Jan 16. 2023

 책읽기를 좋아하던 우리 딸아...

1997년 서울북성초 1학년 한현진의 일기장에 담긴 추억이야기  1

딸아는 90년에 태어난 백말띠!


스스로 역마살이 끼었다 확신한다.

 말괄량이 삐삐랑 꼭 닮았다.

그렇다고 주근깨가 있는 얼굴은 아니다.

물론 이 엄마의 어렸을 적 별명이 말괄량이 삐삐였으니 모전여전이랄까.


딸아는 지금 캐나다에서 공부를 계속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딸아가 생각날 때마다 초등학교, 아니 그때는 국민학교였지.

국민학교 1학년때부터 6학년 때까지 모아온 일기장을 펼쳐든다.

수 십권의 많은 일기장을 묶어 20년 이상 잘 보관하고 있다.


이사를 갈 때마다 제일 먼저 챙겼던 물건이다.

일기장 중에 가장 재미를 주는 것은 1학년 때 것. 때묻지 않은 순백의 마음이 묻어난다.

천진하면서도 귀여운 아기같은 생각이 담겨있다. 일기장을 보면 지나간 우리집 모습도 환하게 다시 볼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딸아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잠시나마 웃음 짓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가끔씩 딸아의 일기장에서 지나간 추억을 현재로 소환해보려고 한다.

  

1997년 9월 25일 목요일 (비가 옴)

           ( 책벌레)

나는 책벌레다. 왜냐하면 아침에도 책을 읽었다.

밤에도 낮에도 책을 읽는다.

나는 책을 왜 읽었냐면 재미있어서 읽은 거다.

우리 엄마는 내가 책만 읽으면 이렇게 말씀하신다.

"하~휴, 현진아. 너는 시간을 참 잘 활용하는구나."

나는 기분이 좋았다. 아빠도 옆에서 칭찬하셨다.

"우리 현진이는 책벌레구나."

그럴 때 우리 오빠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난다. 나만 칭찬해서...

우리 엄마가 말씀하셨다.

'속담에 이런 것들이 있단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처럼 오빠가 잘하면 동생도 잘하는 거야."

오빠와 나는 사이좋게 지낼 거다.


우리 예쁜 딸아가 어렸을 적에 책을 참 많이 읽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 공부 속으로 들어가느라 그랬을까.

어렸을 적에는 책도 많이 읽어주고 스스로도 책을 많이 읽어서 책벌레라는 별명도 있었지만

점점 학원 가는 시간이 늘어나고, 과제가 불어나서 자연스레 책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말았다.


얼마 전, 캐나다에서 생활하고 있는 딸아한테서 전화가 왔다.

노숙자센터에서 행정업무 알바 중인 딸아는 하루 24시간을 잘게 쪼개어 알뜰하게 생활하고 있다면서 엄마를 안심시켰다.

그런 와중에도 잠깐잠깐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고 있다 한다.


"엄마, 이제는 종이책으로 읽고 싶어요."


갑작스레 디지털 시대에 벌써 지쳤나?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줄곧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엄마는 당연히 종이 책과 친하지만

적당히 양쪽과 친한 우리 딸아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지금은 공부와 알바로 바쁘지만 앞으로 여유를 찾았을 때 언제나 친근한 종이 책을 옆에 끼고

마음의 양식을 쌓기를 바랄게.

그런 의미에서 책과 관련된 이야기 한 편을 또 소개해본다.


1997년 9월 27일 토요일 (해님)

             (책)

엄마께서 밤에 자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셨다. 오랜만에 읽어주시는 거였다.

왜 읽어주시는 거냐면 내가 "엄마, 책 좀 읽어주세요."라고 말했더니

"알았다. 곧 갈게."라고 말했다.

나는 오빠랑 내 침대에 가서 함께 들었다.

이야기는 아주 재미있었서 엄마가 계속 3번씩 읽어주셨다.

이런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시는 엄마는 우리 엄마밖에 없을 거다.

 




작가의 이전글 신줏단지 머리카락 모시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