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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정연 Jan 09. 2019

욕망의 위험성

요즘 복서 파퀴아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재조명되고 있다. 파퀴아오가 어린 시절에 그의 어머니는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로 구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매일의 노동과 기도가 최우선 순위이고, 배를 채우기 위한 구걸은 순위에 들지 않았다. 파퀴아오는 13살 때까지 이동하는 잡상인이었는데 빵, 도넛, 땅콩, 물 등이 있어서 사람들이 부르면 바로 달려가 물품들을 팔았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한창 배고플 때인 작고 마른 소년이 도넛 박스를 들고 길거리에서 파는 것이 과연 쉬울까? 더구나 따뜻한 도넛 냄새를 맡게 되면 아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나만 먹고 더 많이 팔면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파퀴아오는 그 도넛을 먹게 되면 또다시 배고파질 것이고 우리 가족도 굶을 것을 알았기에 참았다. 파퀴아오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도넛에 대한 절제력과 의지는 내 인생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욕망에 절대 즉각 반응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인내하는 것은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줄 것이고 인내하지 않는 것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힘들게 할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 욕망에 견뎌내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매니 파퀴아오 <가난과 싸움> 中

욕망을 견디며 절제와 의지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욕망은 절대 충족될 수 없는 떠 있는 구름과 같다. 욕망은 때때로 우리에게 동기부여의 원천이 되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하지만 욕망에 너무 매달려서는 안 된다. 욕망은 마치 모래와 같다. 손으로 모래를 강하게 움켜주면 쥘수록 모래가 손에서 빠져나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것처럼 욕망에만 집착하여 우리가 더 잡으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은 없다. 남은 것은 오직 모래를 콱 쥐려는 손의 아픔만 남아있다. 심지어 욕망에 우리가 너무 집착하게 될 때 걱정거리도 아닌 문제들이 서서히 나타나게 되고 자신의 목표와 관계없는 일까지 신경 쓰며 해결하려는 오지랖을 떨게 된다. 더구나 욕망에 사로잡혀 발생한 일들은 해결해도 끝이 없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을 더 지치게 만들어 어느 날 자신의 텅 빈 손을 보며 허무함만 남기게 된다.

욕망과 함께 의욕이 너무 앞서면 제풀에 꺾인다. 의욕이란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나 욕망을 의미한다. 의욕 자체도 욕망의 성질이 있어서 자신에 목표에 매진하는 것도 좋지만 의욕도 불의 성질과 같아서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다. 갑자기 타오른 불은 금방 사라지듯이 의욕과 열정이 너무 타오르게 되면 금방 사그라진다.

옛날에 며느리들은 아궁이에 있는 불을 꺼뜨리게 되면 시어머니께 꾸중을 들었다. 아궁이에 있는 불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절대로 꺼뜨려서는 안 된다. 장작을 많이 넣어 화력을 키운다 해도 강한 불은 잠깐만 타오를 뿐 곧 꺼져버리고 만다. 그래서 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타다가 만 작은 불씨를 재로 조심히 덮어 놓았다. 불을 다시 타오를게 할 때는 잿더미에 있는 불쏘시개를 쇠꼬챙이로 건드리면서 입으로 ‘후’ 여러 번 불어주어 불씨를 되살렸다. 장작으로 강하게 타오른 불은 금방 사그라지지만 이처럼 불쏘시개의 은은한 불은 오래간다. 오히려 이 은은한 불이 필요할 때는 강한 화력을 일으킨다. 욕망이 타오를 때 우리는 냉정과 침착함 그리고 불쏘시개처럼 은은하게 만들어야 한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중3들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 올라가서 1년 치 계획과 분기별 목표를 세울 것을 권한다. 매뉴얼을 나누어 줄 때 아이들은 중학교 때처럼 생활하지 않고 고등학교 올라가서 정말 변한 모습으로 자신과 학교에 충실할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고등학교 입학 전 설문지 작성만큼 아이들이 진지하고 마치 ‘비장한 장수’처럼 보이는 경우가 없다. 매뉴얼은 정말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하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이 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올라가자마자 계획대로 하지 않고 제풀에 꺾이게 될까? 물론 계획대로 대학교 입학할 때까지 나름 충실한 학생도 있는데 그런 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는 이것이 아이들의 지능 때문인지 아니면 성격 탓인지 궁금해서 개인적으로 면담을 하였다. 먼저 계획대로 충실할 학생들은 자신이 다음에 있을 시험에서 이룰 목표를 현재 자신의 형편에 맞게 설정하며 그 목표를 달성되면 다음 시험에서는 한 단계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한다. 그래서 이런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는 고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성적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참고로 대학교에서는 우상향 곡선을 그린 학생들이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을 보기에 유리하다. 그다음으로 우선순위가 분명하다. 이번 주는 수행평가가 우선인지 아니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해야 하는지를 철저히 지킨다. 우선순위를 먼저 하고 나서 그다음에 자신의 시간을 마음껏 즐긴다.

그런데 올라가자마자 제풀에 꺾인 학생들은 그렇지가 않다. 입학해서 당장 눈앞에 보인 자신의 형편에 맞는 목표 설정이 아닌 뜬구름을 잡으려는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욕망에 이끌린 근거 없는 자신감만 너무나 강하다. 또 한 가지는 목표 설정이 자신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닌 남을 따라잡기 위한 목표를 설정한다. 남을 따라잡으려는 것은 목표보다는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우선순위가 분명하지가 않다. 이번 주에 해야 할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것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 우선순위가 분명하지 않을뿐더러 설령 지금 당장 해야 할 우선순위를 알고 있다 해도 마음속에는 잡을 수도 없는 욕망으로 가득 차 당장 사소한 것들은 무시하는 것이 기본이다. 당연히 이런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는 수시에 유리한 우상향 곡선이 아닌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결국 제풀에 꺾이게 된다. 시험이 끝나면 계획대로 진행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단점을 찾아내고 다음 시험에서는 자신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한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단점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막연하게 ‘인생은 한방’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또다시 손으로 잡을 수도 없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경쟁도 올바른 방식으로 경쟁해야 한다.

우리는 ‘무한 경쟁 시대’에 살고 있어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아 남을 밟고 올라가야만 이긴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고 있다. 물론 상대평가이다 보니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남을 이기는 경쟁적인 사고방식은 당연히 욕망이라는 화를 돋우고 결국은 모든 것을 망치거나 서서히 침몰하는 배와 같다. 배 바닥에 구멍이 나서 물이 차고 있는데 육지까지 빨리 도달하기 위해 노만 정신없이 젓는 뱃사공은 없다. 먼저 구멍이 난 부분을 메꾸고 나서 노를 젓기 시작한다. 남들을 따라잡기 그 전에 앞서 먼저 자신이 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자신과의 경쟁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남과의 경쟁이다.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면 당연히 남과의 경쟁에서도 앞설 수밖에 없다.

내신 따기가 어려운 명문고에 입학한 여학생은 첫 중간고사에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결과를 보고 자신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매우 힘들었다. 그 여학생은 친구들을 라이벌로 의식한 경향이 중학교 때부터 강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면 자신이 왜 틀렸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보다 시험을 더 잘 본 친구가 있는지 물어보고 다니는데 더 바빴다. 그런데 고등학교 올라가서 그것은 오히려 자신을 더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기에 일단은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목표를 설정할 때 자신이 정한 목표를 설정해 남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으로 관점을 바꾸었다. 전보다는 더 차분해지고 한발 한발 올라가면서 다음 시험에서는 자신이 목표로 설정한 점수보다 더 높은 점수가 나왔다. 당연히 남들보다 앞선 결과였다.

욕망이 앞선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특징은 눈에도 확 띈다. 욕망이 앞선 학생은 정신이 산만하고 항상 피곤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은 돌보지 않은 채 남이 무엇을 하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서 한번 제풀에 꺾이면 의욕은 사라지고 허무함만 느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항상 차분하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게 여유가 있어 보인다. 공부할 때도 자신에게 맞는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차분하게 준비해 나간다. 그리고 제풀에 꺾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불필요한 소모적 에너지를 다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욕망 때문에 목표를 설정한 학생이 목표를 달성하면 무엇을 느낄까? 기쁨은 잠시뿐이고 무엇보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가 느낀다. 그래서 2개월 후에 있을 시험에 또다시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며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쳐버린다. 욕망은 빨리 사그라지는 불과 같아 의욕과 함께 사그라지고 만다. 예전에 고1 때부터 1등급을 맞은 학생이 있었다. 굉장히 의욕적이고 경쟁심리와 함께 자존심이 무척 강한 여학생이었다. 하지만 고2 때는 갑자기 4등급으로 하락하고 말았다. 결국은 고3 때 5등급으로 하락하여 결국은 고1 때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 문턱도 가지도 못했다. 졸업 후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과정이 너무나 힘들어서 매번 그렇게 하기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고 말하였다. 욕망은 동기부여도 될 수 있지만, 그 욕망은 어디까지나 잠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과만 경쟁하면 욕망의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음에 있을 시험에서 남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의 형편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면 지치지도 않고 결국은 남보다 앞서게 된다.

“손이 아픈 것은 잡고 있는 것이 많아서이고, 가슴이 아픈 것은 담고 있는 것이 많아서이고, 어깨가 아픈 것은 지고 있는 것이 많아서이고, 머리가 아픈 것은 생각하는 것이 많아서입니다. 내려놓으세요. 모두 덜어내세요.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습니다.” -좋은 글 대사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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