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정연 Jan 09. 2019

단점까지 사랑하라

허리가 곧게 펴지지 않고 한쪽으로 굽어지는 질환을 ‘척추측만증’이라고 부른다. 신체적 단점으로 척추와 골반이 심하게 흔들리며 다리와 허벅지에 심한 압박을 가한다. 그래서 운동선수 특히 육상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어느 날 비정상적인 다리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유망주 육상 선수는 자신이 척추측만증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달리기가 직업인 그에게는 크나큰 단점이다. 그래서 지인들은 달리기를 멈출 것을 조언하고 다른 것을 하도록 권했다. 하지만 이 선수는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새로운 훈련을 시작하였다.

“척추측만증 때문에 허벅지에 무리가 간다면 그 무리를 버틸 허벅지를 만들자!”

그는 일반 육상 선수들보다 몇 배에 달하는 고강도 허벅지 운동을 추가하여 결국 통증을 버틸 수 있는 허벅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이 있었다. 통증을 버틸 수 있게 되자 비정상적인 골반 움직임이 오히려 그의 보폭을 늘려주었고 기록 단축에 결정적인 장점으로 작용하였다. 단점을 극복해 오히려 자신의 자산으로 만들어버린 이 선수가 바로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9.58초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운 ‘우사인 볼트’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장단점을 조사해 보면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많이 적어서 낸다. 자신이 칭찬받을 때보다 야단맞을 때가 더 많은 학생일수록 더욱 그렇다. 장단점 10개씩 적어보라고 하면 대개 장점은 많이 채우면 3개 정도이고, 나머지는 단점이다. 아마 더 채우라고 하면 더 채울 수 있다. 그래서 그 단점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나름 감추려고 노력을 하거나 과민반응을 보인다. 지금까지 자신의 장점이 아닌 단점에만 집중하였기 때문이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꿈을 방해하는 단점은 있을까? 단점을 보는 기준이 무엇일까? 학생들은 자신의 단점에 대해 이런 점만 대부분 적어낸다. ‘뚱뚱함, 낮은 코, 작은 눈, 키가 작다, 큰 머리’ 이처럼 눈에 보이는 외모에 대해서 적어낸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단점이라고 해야 할까? 단점은 ‘잘못되고 부족한 점’을 뜻한다. 대부분 학생은 단점이 자신의 능력 기준이 아닌 외모 기준에서 단점을 판단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점이라고 볼 수가 없다. 외모에 있어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더구나 TV에서 나오는 아이돌과 모델들을 보면 자신도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외모 기준인 단점만 보게 된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능력’에 관한 단점을 적어보라고 다시 요청한다. 그때는 백지상태이거나 혹은 ‘집중력이 부족하다. 끈기가 없다.’라고 적어낸다. 진정한 단점은 자신의 ‘꿈을 방해할 수 있는 자신의 내적인 부족한 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구나 심각한 것은 학생들은 외모를 자신의 큰 단점으로 여기면서 자신의 능력도 외모와 비슷한 선까지 제한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키도 크고, 외모가 출중하면 그 외모 때문에 인기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런데 외모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의 심리를 보면 ‘그 친구는 이뻐서 인기도 많아 좋겠다. 커서도 잘나갈 것이 뻔’한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외모를 비교해 본다. 물론 사춘기 때 외모를 비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뛰어난 외모를 비교하면서 자신의 꿈까지 자신감이 없어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외모는 눈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즐거움이다. 진정한 단점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보완할 것인지 아니면 같이 달려갈 친구처럼 여기며 장점으로 승화시킬지가 중요하다.

고등학교 남학생이 있었다. 그 남학생은 영어는 3등급 이상 오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다른 과목은 2등급 이상씩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영어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고등학생이라면 잘 알겠지만, 영어 내신 시험에서 객관식보다 주관식인 특히 영작이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런데 영작 역시 어렵지 않게 풀어나갔다. 나는 궁금해서 영어는 ‘왜 그 이상이 나오도록 노력하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대답하기를 “우리 학교에는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너무 많아요. 그 학생들은 너무 영어를 잘해서 제가 따라잡으려고 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따라잡으려면 영어만 공부해야 해요. 더구나 그들도 영어만 1등급 받기 위해서 영어만 공부해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외국에서 살다 와서 다른 과목을 잘못해요. 저는 그 친구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에서 등급을 올리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에요.” 이 학생은 자신이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들에게 영어로 따라잡기는 오히려 소모적일 것으로 생각하고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어는 그 친구들이 1, 2등급 차지하고 자신은 3등급까지 올리고 나머지 과목은 1, 2등급씩 올려 전체적으로 앞서고 있었다. 물론 이 학생이 영어가 단점인데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다른 대안이 없었다면 아마 볼품없는 학생으로 졸업을 했을 것이다.

보통 운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타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유명우 선수는 복서로서는 최악의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얼굴이 크고, 키가 작았다. 더구나 팔과 다리까지 엄청 짧아 복서로서는 최악인 신체였다. 유명우 선수는 이 사실을 알았어도 복서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신체적인 조건은 노력한다고 어쩔 수가 없다. 큰 얼굴과 작은 키, 짧은 팔다리는 성형수술로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장점을 커버할 수 있는 짧고 굵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목’이다. 모든 신체가 작다 보니 목까지 짧았다. 목이 짧고 굵은 것은 맷집도 좋고, 한 가지 큰 장점은 다운을 쉽게 당하지 않는다. 유명우 선수는 현역시절에 단 한 번도 다운을 당하지 않았고, 링에서 쓰러진 적이 없었다. 남이 보기에는 굵고 짧은 목이 단점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유명우 선수는 자신의 단점을 꿈을 이룰 수 있는 장점으로 활용하였다. 그 장점 하나가 모든 단점을 커버하고 세계 챔피언까지 오르게 해주었다.

단점은 오히려 우리의 꿈을 위한 자극제이며,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준다.

노선영 작가는 자신이 청각장애인이라는 큰 단점을 가지고 있다. 듣지를 못하니까 ‘나는 누구일까? 내 꿈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끊임없이 던졌다. 작가로서 세상의 소리를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노작가는 자신이 듣지 못하는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너는 왜 이것밖에 못 하니,’ ‘이건 하지 마!’라는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들은 듣기도 어려운 자신의 내면인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단점(短點) 짧은 ‘단’, 점 ‘점’으로 잘못되고 부족한 점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짧은 점이기에 극복할 수 있고, 그 짧은 점이 지나고 나서 장점이라는 기회가 있다. 단점은 항상 또 다른 장점을 데리고 오기 때문에 우리는 단점을 방해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단점은 자신의 인간미를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종종 학생들은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이뻐 단점이 없어 보이는 친구들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단점이 있는 친구들은 인간미가 있어 보여 친구들이 좋아한다. 단점은 상대방에 공감 능력을 불러일으킨다. 장미가 가시라는 단점이 있다고 해서 그 아름다움이 감추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가시가 있기에 더 보고 싶을 것이다.

한 남학생은 부모님 두 분이 장애가 있으셔서 몸이 불편하시다. 처음에 그 학생이 어머님과 같이 왔을 때 내심 그 학생의 행동에 놀랐다. 학창 시절에 부모님이 학교에 오시면 자신의 부모님이 다른 부모님보다 더 멋있어 보이길 바란다. 하지만 이 남학생은 어머님을 대하는 면에서 사려 깊었다. 어머니가 차를 마실 때 그리고 의자에 앉을 때도 세심하게 배려를 해주었다. 장애가 있는 부모님이 어떻게 보면 창피할 수도 있고 감추기 위해 자기 혼자서 오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남학생은 맛있는 식당이 있으면 어머님을 모시고 가는 효자였다. 이점은 인간미를 더욱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더구나 주변에서도 효자라고 칭찬을 할 정도였다. 이런 배려심이 있어서인지 학교에서 친구와 선생님들께도 똑같이 행동한다.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아도 오히려 더 많은 인정을 받았다. 더구나 초·중·고 후배들 역시 선배로서 매우 존경한다.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단점을 우리가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장점은 더욱더 배가 된다.

언덕의 높이와 비교하여 오르기 힘든 정도를 추측하는 실험이 있었다. 결과는 친구와 함께 오른 사람은 혼자 오른 사람에 비교해 무려 15%나 언덕 높이를 더 낮게 추측했다. 단점은 우리의 꿈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친구다. 이런 단점이란 친구랑 동행하면 힘든 언덕 높이를 15%나 더 낮게 추측하듯이 단점은 우리의 장점을 더 쉽게 돋보이게 해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욕망의 위험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