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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정연 Jan 09. 2019

상상 속으로 도피하지 말자

“나중에 성인이 되면 어떻게 살고 싶니?”

“일단 람보르기니 스포츠카를 몰고 연예인들이 사는 펜트하우스에서 살 거예요. 그리고 비싼 롤렉스 시계를 차고 남이 부러워할 만큼 살 거예요.”

“그럼 그걸 이루기 위한 꿈이라든지 단계별 목표가 무엇이니?”

“그건 아직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나중에 되겠죠! 그리고 머리 아프게 왜 벌써 생각해요!”

잘생긴 고등학교 남학생과 상담한 대화 내용이다. 이 남학생의 관심사는 온통 풍요로운 물질이었고, 그 물질이라는 상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당장 급하게 해결할 일이 닥쳤는데도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상상하며 미소를 짓고 여유를 부린다. 상상이라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결과만 보고 과정이 생략된 상상은 오히려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대부분 학생이 자신의 꿈을 상상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귀찮아한다. 심지어 자기에게 엄청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학생도 있다. 준비도 없이……. 지금 당장 닥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과정이 오히려 힘들게만 느껴져 회피할 수 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결과를 상상만 하는 것은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지만, 과정이 빠진 상상은 허영심에 가깝다.

‘크게 생각하라.’ ‘큰 꿈을 꾸어라’라는 문구는 많이 읽거나 들어보았다. 그런데 생각만 하며 꿈꾼다고 해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생각 중이에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그 말을 1년 전에도 했던 말이고, 지금도 하는 말이다. 항상 생각만 하고 상상에만 빠진다는 것은 자신의 내부적인 능력을 감추기만 하고 그것을 표출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은 자신이 보기에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상상하는 것이다. 능력과 재능은 내부적인 요인으로 상상 속에서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상상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

링컨 대통령이 북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한 조지 맥클레런 장군은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전투와 인문학에 뛰어나 주변으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다. 더구나 링컨 대통령이 임명할 정도면 그 당시에 그의 능력은 이미 인정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맥클레런 장군은 자신의 능력을 더 발전시키기보단 오히려 최악의 장군으로 꼽히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전투를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에서 자신의 부대가 승리하는 상상만 하며 웃음을 지었다. 총사령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서 전투를 지시하고, 적을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적의 반응을 예측하여 단지 머릿속이 아닌 실제로 훈련과 계획을 실행으로 옮겨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혼자서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맥클레런 장군은 자신이 매우 뛰어나며 자신이 세운 작전과 계획이 이미 승리를 거두었다고 상상하였다. 시작도 하지 않은 전투를 이미 승리한 것처럼 기뻐하였고, 자신만이 북군에서 최고의 사령관이라고 스스로 자부하였다. 하지만 맥클레런 장군은 부대 훈련과 작전 지시를 실행으로 옮겨 연습하지 않아 승리할 기회를 여러 번 놓치고 말았다. 더구나 전투에서 승리했더라면 그의 인지도는 높이 올라가 대통령 자리까지 넘볼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수백만 명의 희생으로 끝나고 말았다.

맥클레런 장군이 웨스트포인트 졸업과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링컨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것을 보면 뛰어난 사람은 맞다. 하지만 그 능력을 상상 속에서 즐기는 것을 택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엄청난 희생을 초래했다. 과대망상처럼 상상 속에 빠진 학생들을 수없이 만나왔다. 예전에 상상력에 푹 빠진 남학생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부모님은 열심히 일만 하면서 살아왔는데 결과는 지금 힘들게 살잖아요. 일만 하다 힘들게 사는 결과를 왜 우리에게 강요해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거예요. 억지로 하는 일은 하기 싫어요. 제 꿈을 이루어서 보란 듯이 살 거예요. 저는 어른들이 일만 하시다 실패한 인생을 왜 강요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우리가 그런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저는 절대 그렇게 살지 않을 거예요.”

“부모님은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네가 배워 잘되기를 바라는 거야. 부모님은 너무 힘든 세대이기에 당장 너를 위해서 먹고 사는 게 급해서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으신 거야. 부모님이 계속 너에게 잔소리하는 이유는 부모님처럼 힘든 인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잔소리하시는 거야. 그 말씀을 듣는다고 부모님처럼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네가 진정 원하는 꿈을 위해 이루도록 잔소리하시는 거야 지금 내가 널 보아도 실행으로 옮기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언제까지 생각만 하며 시간을 보낼 거야?”

이 남학생은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상상 속에서만 살다가 지금은 20대 후반에 무직자가 되었다. 지금도 가끔 만나서 소주 한 잔 기울이면 아직도 장밋빛 상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주 무겁다.

“선생님 이번에는 진짜 대박 날 사업 아이템을 찾았어요.”

“어느 쪽 땅이 곧 개발될 것 같아서 대박이 예상돼요.”

항상 만날 때마다 ‘대박’이라는 표현이 어느새 나는 ‘쪽박’이라는 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생략된 상상은 마치 팥소 없는 찐빵과도 같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학생을 상담해보면 상상 속에서 빠진 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그런 학생들에게 실제 현실에서 해야 할 이야기를 하면 머리 아프다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왜 힘 빠지게 만들어요’라고 말한다. 이미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룬 것처럼 착각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인터뷰에서 가왕 조용필은 가장 인상 깊은 가수로 ‘이은미’라고 말했다. 가수 지망생들의 롤모델도 이은미로 꼽힌다. 이은미는 2002년 이후로 500회 단독공연을 가진 유일한 여가수다. 학창 시절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을 안고 청계천을 누비며 아레사 프랭클린의 음반을 구하러 다녔고 신촌 다운타운가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가수가 꿈인 학생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은미는 단지 꿈이 아닌 실제로 그 과정을 만들어나갔다. 심지어 김현식, 한영애 등 그윽하고 호소력 짙은 선배들의 창법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상상에는 반드시 극복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은미는 ‘히든싱어’라는 프로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습은 치열하게 맹렬하게 하고 무대에서는 잊어라.”

치열이란 단어는 ‘기세나 세력 따위가 불길같이 맹렬하다.’를 의미한다. 맹렬이란 단어는 ‘기세가 몹시 사납고 세차다’를 뜻한다. 가수 지망생 누구라도 관객들이 가득 찬 무대에서 자신만의 노래를 감명 깊게 부르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연습은 단지 가벼운 워밍업처럼 대충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반복적인 연습과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맨발의 디바’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원하는 상태를 이룬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하는 것은 좋지만 그 상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겪게 될 난관이나 변수들을 직접 겪어야만 한다. 상상은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 그것은 단지 상상에 불과하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한 장 한 장의 벽돌이 쌓여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 장 한 장의 벽돌은 자신의 꿈을 시각화하면서 실행으로 옮겨야 할 벽돌이다.

반면에 당장 실행으로 옮기는 것을 힘겨워하는 사람도 있다. 꿈은 있는데 왜 시도를 힘겨워하는지 이야기 들어보면, 꿈을 위한 간절함이 없다. 단지 ‘그랬으면 좋겠는데’라는 희망 사항인 것이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세상의 모든 것처럼 똑같이 보는 것이다. 간절함이 없는 꿈은 상상 속에나 존재한다. 간절함이 있을 때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어도 어떻게든 이겨나가게 된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사명을 내리려 할 때는 먼저 그의 심지를 괴롭게 하고, 뼈와 힘줄을 힘들게 하며,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에게 아무것도 없게 하여 그가 행하고자 하는 바와 어긋나게 한다. 마음을 격동시켜 성질을 참게 함으로써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잘 알려진 맹자 명언 중 하나다. 지금 장밋빛 환상 속에서 빠져나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당장 하는 것은 힘들지만 처음만 힘든 법이다. 설령 힘들다고 해도 그것은 꿈을 받아들일 준비와 자세를 갖추기 위한 과정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814만분의 1에 확률인 로또 복권에 당첨되는 꿈을 꾸어본다. 연세대학교 학생 대상으로 어떨 때가 가장 행복할지 묻는 말에 대부분 ‘복권 당첨’이라고 말할 정도로 누구나 꿈을 꾼다. 평생 만질 수도 없는 일확천금은 나 역시 바라는 바다. 그런데 종종 매스컴에서 복권 당첨 후 비참한 결과를 가져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심지어 어떤 당첨자는 ‘복권 당첨은 비극의 시작’되었다고 말하였다. 어떤 당첨자는 ‘spend. spend. spend’라는 말을 유행시켰지만 결국은 비극적으로 끝나게 되었다. 공통점을 보면 막대한 돈을 어떻게 관리할지 준비가 전혀 되어있는 않는 사람들이다. 한푼 두푼만 보다 갑작스러운 일확천금에 당황하며 소비하고 과시하게 된 결과다. 만약 당첨자가 평소 미래와 재정관리에 준비를 잘하는 사람이었다면 적어도 이런 결과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꿈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꿈을 실현할 기회가 분명히 올 것이다. 그런데 꿈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라면 그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더구나 그 기회는 남에게 돌아가고 만다. 그 기회를 잡으려면 상상 속으로 도피하지 말고 현실에서 지금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그 무엇이라도 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 가수가 연습은 치열하고 맹렬하게 하고 무대에서는 잊는다고 말한 것처럼 꿈을 위해 행동으로 옮기면서 기회를 기다린다면 현실이 된다. 일생 사람에게는 ‘3번의 기회가 온다.’라는 말이 있다. 나 역시 준비를 하지 못해 기회를 보낸 적이 있었다.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른다. 그 기회를 잡는 용기와 실행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TV에서 이계인 배우가 연로하신 분들이 질문받으면 많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이렇게 말했다.

“슬퍼요. 허무해요. 다 털어먹었어요. 나이 든 사람들이 이 세 마디를 가장 많이 해. 시간이 이렇게 빠른 줄 몰랐어.”

장밋빛 상상 속으로 도피하지 말고 구체적인 상상과 함께 실행으로 도피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할 일이 생각나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단지 행동하면 된다. 세월이 흘러 현실과 마주할 때 안타까워하거나 남의 성공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신이 상상한 것을 이루어 자신의 재능과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지금 당장 실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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