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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정연 Jan 09. 2019

공톰점은 강 주변이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 중국 등은 세계 문명의 발상지였으며,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기점이 되었다. 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운 많은 학생은 세계 문명의 발상지란 것은 잘 알지만, 그 나라들이 어떻게 문명의 출발을 알리게 되었는지 알고 있는 학생은 드물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바로 강 주변이다. 강 주변의 땅은 매우 비옥하여 곡식을 심어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더구나 수로를 이용하여 귀한 상품들을 나를 수 있었고, 이집트 같은 경우 피라미드를 위한 거대한 돌 같은 것도 수송할 수가 있었다. 바로 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람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강’과 같은 존재가 있어야 한다. 먼저 자신의 주변에 누가 있는지 봐야 한다. 강 주변에 있는 비옥한 땅과 물인 좋은 환경이 있었기 때문에 도시가 발전하고 싶지 않아도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주변에도 비옥한 땅과 물과 같은 친구들 그리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환경으로 가득 차 있게 된다면 같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 바꿔야만 한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진로 선택으로 고민하는 여학생이 상담하러 온 적이 있었다. 이 여학생은 중학교 때 나름으로 열심히 하면서 자신 노력의 소중함을 알았지만, 노력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고민이었다. 그래서 명문고를 진학할지 아니면 내신을 위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모이는 고등학교를 진학할지 고민이었다. 편한 고등학교 생활을 위해서는 평범한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되지만, 이 학생은 공부할 환경과 친구들이 있는 그곳에서 공부하고 싶어 하였다. 물론 부모님은 의심 반 기대 반이 있어서 평범한 고등학교에 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결국은 명문고에 진학했다. 더구나 난생처음으로 집을 나와 낯선 기숙사 환경에 푹 빠져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 끝나고 다시 상담을 요청하였다. 생각만큼 결과가 좋지 않아 후회가 생겼다. 그렇다고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기에는 무리수였다. 그때 내가 이 학생에게 이런 조언을 하였다.

“시험에서 실수가 자주 나온 걸 보니, 공부할 때 집중력이 방해를 많이 받는구나. 집중력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 조절할 필요가 보이네. 그리고 꾸준한 독서를 하면서 사고력을 키울 필요가 있어.”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찾아내 보니 자신도 모르게 공부 중에 그리는 낙서였다. 그리고 휴대전화도 당연히 방해하는 요소였다. 큰맘 먹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시 한번 자신의 환경을 조절하였다. 전에는 만화책을 좋아하였지만, 하루에 조금이라도 생각을 요구하는 독서를 하였다. 그다음 기말고사에서는 성적이 훨씬 올라 자신의 주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주변은 딱히 정답이 없다. 친구, 선생님, 분위기도 포함될 수 있지만, 더 강한 강물과 같은 역할을 하는 ‘책’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색하는 독서는 자신 자체를 거대한 강줄기로 채운다. ‘실력이 없어요.’ ‘이번에 또 실수했어요’ 이 모든 것은 자신이 얼마나 깊게 생각하느냐 아니면 단편적인 겉만 보는지에 달린 것이다. 깊이가 있는 생각을 할 수만 있다면 그런 말들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강 주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책을 우리 학생들은 생활기록부를 위해 교과 독서와 공통독서만 그것도 마지못해 읽고 있다.

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강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자신도 성장을 위해서는 생각하는 힘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생각하고 헤쳐나가면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옛날에 무사들은 자신이 전쟁에 나가든 나가지 않든지 자신의 칼을 항상 날카롭게 갈았다. 날카로운 칼을 갈고 갈아 만약을 대비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함이다. 우리의 사고력도 날카로운 칼처럼 갈 필요가 있다. 사고력이 날카롭다는 것은 사물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스스로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어려움은 학창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생긴다. 학교 다닐 때는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선생님들이 도와주거나 부모님이 해결해준다. 하지만 사회는 홀로서기를 요구한다. 그런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자기 생각의 깊이와 폭넓은 사고력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발생하는 문제는 미리 정해지지 않았다.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깊은 사고력을 날카롭게 갈 필요가 있다.

“옛날부터 홍어를 즐겨 먹었던 전라도 남쪽 해안 지방에서는 전통적으로 둥지에서 설날 전후에 이르는 한겨울에 흑산도 근해에 알을 낳으러 왔다가 잡히는 홍어를 특정해서 ‘홍어’라고 부른다. 그것이 진짜 ‘홍어’다. 물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그 물고기가 잡히는 바다의 플랑크톤인데, 한겨울의 흑산도 바다에는 발광 플랑크톤이 많다고 한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난다.

홍어는 다양한 곳에서 잡을 수 있지만, 흑산도 홍어가 뛰어난 이유는 주변에 있는 플랑크톤이다. 플랑크톤이 풍부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는 맛이 뛰어나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어민들에게 효자 상품이다. 만약 플랑크톤이 풍부하지 않다면 물고기의 맛을 평범하고 가격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도 자신의 주변에 플랑크톤이 풍부한지 아니면 그렇지 못한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밀가루 가게에서 밀가루가 안 묻을 수가 없고, 연탄 가게에서 연탄이 안 묻을 수가 없다. 자신의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면 우리 역시 긍정적인 가루가 안 묻을 수가 없다.

한국은 여전히 친일파에 대한 강한 혐오가 있다. 특히 ‘이완용’ 하면 그 누구도 강하게 혐오한다. 하지만 이완용도 서재필 박사와 같이 독립협회 회원인 걸 알고 있는가? 더구나 명성황후시해사건 때도 일본에서 제거순위 1순위는 이완용이다. 그런데 갑자기 왜 나라를 팔아먹는 마음을 갖게 되었을까? 나라의 안위를 위한 사람들과 모임이 줄어들고 세계정세를 보며 그런 사상을 접하게 되는 환경이 많아졌다. 결국은 조선의 ‘민본사상’ 초심을 잃으면서 나라를 팔아먹어 크나큰 비극을 가지고 왔다. 환경은 중요하다. 한사람이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결국은 나라를 팔아먹게 되는 결과가 있는 것처럼 자신의 인생도 거대한 나라와 같다. 이런 나라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주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학창시절을 열심히 보내 인정을 받던 한 친구가 있었다. 대학교 졸업하고 누구나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에 취직한 이 친구는 정말 부족함이 없었다. 더구나 능력 있고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을 올리면서 나와 친구들은 이 친구는 행복만 펼쳐져 있을 거라고 장담하며 축하했다.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서 이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순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장 생활과 결혼생활 모든 것을 망치고 말았다. 이혼하고 조그마한 포장마차를 한다고 해서 가봤다. 그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유를 물어보았다. 더구나 이 친구가 2억 정도의 빚을 지고 있었다.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하는 말이 ‘주변 환경’ 탓이라고 하였다. 한 직장 동료가 있었는데 일 끝나고, 술 한잔 기울이며 가볍게 만나는 사이였다. 그런데 그 동료는 생활이 반듯하지가 않았다. 결국, 그 동료와 어울리면서 이 친구는 자신도 모르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결국은 그 동료 따라 바람까지 피우게 되었다. 더구나 그 동료가 즐긴다는 도박과 게임에 자신도 빠지게 되면서 전 재산을 탕진하고 말았다. 이 친구는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었다’라는 말만 여러 번 하였다. 자기도 모르게 영향을 물들기 시작한 것은 가벼운 만남이었다. 그러면서 그 만남 횟수는 점점 늘어나면서 자신의 주변 환경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아닌 마이너스 인생을 선물해줄 환경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결국은 쓰디쓴 아픔만 가지고 왔다.

자신의 노력도 물론 중요하다.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아도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학생들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노력한 만큼 왜 결과가 나오지 않지?’ 자신이 기울인 노력을 더욱더 향상해주는 것은 바로 자신에게 보이지 않게 영향을 주는 주변 환경이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앤런 랭어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대체로 우리가 처한 상황에 달려있고, 그런 상황을 누가 만드는지’ 자문해 볼 것을 권했다. 주변 환경을 변화시킬 때 자신의 모습까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에게 있는 의식과 무의식 그중에 무의식이 상당히 큰 작용을 한다. 반드시 무의식이라는 공간에 자신의 꿈에 플러스 인생을 주는 강으로 채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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