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정연 Jan 09. 2019

산 정상에 계속 머무르는 방법

영어 문법 문제에서 가장 많이 출제되는 것은 아마 ‘수동태’라는 문법일 것이다. 처음 수동태를 접할 때 학생들은 수동과 능동이 무슨 차이인지 잘 구분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능동태’식의 대화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한국의 정서는 ‘빨리빨리’라는 문화에 익숙해서 누가 말을 빙빙 돌리면 ‘빨리 본론부터 말해!’라고 다그친다. 능동태는 ‘주어가 어떤 일을 스스로 하는’ 개념의 문장이며, 수동태는 ‘주어가 어떤 일을 당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럼 문법을 떠나서 학창시절 우리를 괴롭히던 수동태와 능동태를 우리의 생활에서도 적용되는지 자문해보자. 누구든지 물어보면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가는 면에서 능동적인 자세가 중요함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능동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자신감과 함께 목표가 뚜렷한 적극적인 자세가 있을 때 능동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과연 능동적인 자세는 우리가 산 정상에 계속 머무르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나는 중학교 때부터 방학 때마다 2박 3일로 지리산을 종주하였다. 등산이란 것은 매우 힘들지만 올라가는 과정과 정상에 올라갔을 때의 기쁨 그리고 새벽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는 것 하나만 생각하며 등산을 하였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험한 코스일 때 포기하고 싶거나 혹은 쉬운 경로를 바꿀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등산하면서 우리가 시야를 어디에다 두는지에 따라 힘든지 안 힘든지가 결정된다. 등산할 때 오르막길만 보면서 올라가면 우리는 벌써 ‘힘들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올라가는 과정이 힘들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바로 자신의 발과 눈앞만 보면 한결 부드럽다. 한 걸음만 내딛으면 된다는 생각과 함께 덜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물론 정상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등산하는 자신의 발과 바로 앞에 있는 길을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오르게 되면 결국 정상에 오르게 된다.

산 정상에 힘들게 올라가서 우리는 계속 그 정상에 머무를 수 없다. 그 성취감을 계속 누리고 또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상을 정복할 때 우리는 산 정상에 계속 머무를 수 있다. 새로운 산 정상을 오르고 또 다른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때도 있다.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산 중턱에서 시작할 수는 없다. 다시 시작하여 오르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는 유명인사들이 정상까지 오르고 나서 종종 방심하고 그 결과로만 만족하다 바닥까지 내려가는 뉴스를 듣는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하였다는 것은 축하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냉정하다. 우리가 성공했다고 해서 세상이 계속 우리를 환영하고 축하해 주지 않는다. 더구나 자신의 마음 역시 타성에 젖어 들어 결국은 서서히 잊히고 만다. 물론 계속 정상에 머무르기 위해 오르고 또 오른다면 자신이 지칠 수는 있다. 이것은 본인의 선택 문제다. 단지 단 한 번의 목표만 설정하고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그 목표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여 더 높은 정상에 오를지는 자신이 결정한 문제다. 하지만 타성에 젖어 현실에 안주한 사람들이 있다. 결국, 자신이 이룩한 목표는 빠른 시일 내에 잊히고 만다.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과거가 참 좋았고, 자신이 과거에 이룩한 것을 대단한 업적인 것처럼 과거에 매달리는 친구들이 있다. 아마 자신 주변에도 이런 친구들이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과거로 흐른 것이 아니라 앞으로만 계속 흐른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환경이 변하면서 세상이 우리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도 변하게 된다. 그런 변화가 있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과거에 정복한 정상의 추억에만 빠져있다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남학생이 고등학교 입학하고 1학년 때 7등급 정도 나왔다. 이 학생과 상담하면서 동기부여도 중요하지만 2달 후에 있을 시험에서 설정할 목표를 잡는 것이 시급하였다. 이 학생은 자신의 형편에 맞게 5등급을 목표를 잡았다. 그 목표를 열심히 할 결과 5등급까지 올렸다. 그렇게 1학년을 마칠 때, 내신은 4점대 초반까지 끌어올렸다. 이 학생은 머리가 둔한 편이 아니었다. 수학과 특히 암기 과목에서 타고난 기질이 있었다. 그런데 이 학생이 2학년 올라가서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현재 자신이 달성한 목표로 만족하고 그것만 유지하기로 하였다. 아쉽게도 그 내신 점수는 유지되지 않고 서서히 떨어지다가 결국은 자신의 적성과 관련 없는 학과에 입학하였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육체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지능과 생각하는 능력도 같이 성장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노력과 영양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영양분만 섭취한다면 그것은 비만으로 가게 된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표현이 있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아무리 섭취한다고 해도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만을 유발하며 빈곤에 빠지게 된다. 풍요 속의 빈곤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소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지능도 계속해서 성장하는데 자신의 지능을 위한 다양한 지식을 받아들인다 해도 그 지식을 활용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상상만 하는 비만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산 정상에 계속 머무르기 위해 자신의 지능 성장과 보조를 맞춰 노력하며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아등바등 노력만 하며 재미없이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자신의 꿈을 설정할 때 첫 번째 조건은 ‘어린 시절 꿈꾼 것’, 두 번째 조건은 ‘자기가 잘하는 것’, 세 번째 조건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기반으로 꿈을 설정한다. 그 꿈과 관련된 단계별 목표를 정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단계별 목표가 힘들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없다. 목표를 설정했다면 더 큰 목표를 설정하여 이룩하기 위해 자신의 흥미를 끊임없이 유발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흥미가 없다면 애초에 설정한 꿈은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더 큰 목표를 위해 자신의 꿈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고, 더 큰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설렘을 생생히 기억해야 한다.

“내 직업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익숙함입니다.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냄새를 모릅니다.”-가수 싸이

사람은 환경에 잘 적응하는 동물이기에 잘 익숙해진다.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이사한 학생들이 처음에는 못살 것처럼 굴다가 며칠 지나면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지게 된다. 그런데 현재 자신의 위치에 익숙한 것은 서서히 위험한 것이다. 목표를 달성했다고 어려움과 위기가 없을까? 절대 아니다. 또 다른 위기가 온다. 그런데 진짜 위기는 이런 익숙함에 빠져 위기가 온 지도 모르는 것이다. 익숙함은 우리를 현실에 안주하게 하여 위기와 기회를 구분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목표를 설정해 나아가야 한다. 기회를 잡아 목표를 달성했으면 또 다른 기회가 다시 한번 나타나게 된다. 그 기회를 놓치면 어떤 결과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놓쳐버린 기회는 ‘불행’에도 기회를 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1969년 7월 21일 오전 11시 56분 20초에 지구촌 5억 명이 TV 앞에서 인간이 탑승한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시청하였다.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발을 내딛자 누구나 할 것 없이 감격에 차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면 아폴로호가 성공적으로 달에 착륙하기 위해서 훈련을 잘 받은 우주 비행사와 놀라운 기술의 집약체인 우주선만 있으면 충분했을까? 그렇지 않다. 아폴로호가 달 착륙에 무사히 성공한 것은 지속해서 감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비행하면서 수시로 감시를 받으며 조금이라도 궤도를 이탈하면 즉각 수정하며 비행하였기에 성공하였다.

우리가 꿈을 설정하고 그 꿈을 이루는 하나의 단계별 목표를 이룩할 때도 마찬가지다. 현재 자신의 위치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금 자신의 꿈과 맞게 달려가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계획대로 노력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성인들도 마찬가지지만 학생들 역시 10명 중 7명은 계획이라는 자체가 없다. 가끔 계획이 있는 학생들도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 계획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오늘 해야 할 일들이 미루고 미루어져 그 계획표는 하나의 종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폴로호도 수시로 위치와 비행시간을 감시받았다.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미루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마음속으로만 간절히 생각만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꿈을 이루기 위한 길은 벅찬 길이 아니다. 처음에는 벅찰지도 모르지만, 관성이 붙어 속도가 붙게 된다. 우리가 마치 자전거 페달을 구를 때 처음에는 힘을 가하며 페달을 밟지만, 속도가 붙게 되면 가볍게 페달만 굴려도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관성이라는 속도의 최대 적은 ‘미루는 습관’이다. 자전거가 달리기 위해서 처음에는 힘껏 페달을 굴러야 한다. 구르는 것을 미룬다면 넘어지고 만다. 다시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는데, 또 미룬다면 그것은 아무 소용도 없다.

누구나 산 정상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쉽게 오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많은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정상에 오를 수 있다면 정상이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된다. 아무나 오를 수 없으므로 그만한 가치를 세상이 인정하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했고 그 목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꿈에 대한 흥미를 책이라든지 아니면 자신의 멘토들과 자주 교제하며 유지해 나가야 산 정상에 계속 머무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표를 작성하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자신의 계획에 맞는 시간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미루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공이라는 체질은 10 때 출발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