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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정연 Jan 09. 2019

끈기 있게 조르자

“내가 아주 똑똑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오래 물고 늘어져서다.” -아인슈타인

아는 남자아이 꼬마가 있는데, 그 엄마는 아들이 조를 때 너무 끈질기게 졸라서 힘들다고 하였다. 어느 정도 조르냐고 묻길래 이렇게 말씀하셨다.

“마트에 가면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조르는데 사주지 않으면 주저앉아서 사줄 때까지 울어요. 사주면 안 우는지 알았는데,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울어요. 먹을수록 아이스크림이 작아진다고 앉아서 울어요. 길을 같이 걸으면 업어달라고 주저앉고 울면서 졸라요. 결국, 업어줄 테니 엄마한테 오라고 하면 절대 안 와요. 자기가 주저앉아 울었던 그 자리에서 업어달라고 울고 졸라요. 그래서 우리 애 별명이 ‘꼬라지’에요.”

이 아이의 엄마 심정이 어느 정도 공감된다. 만약 내 아들이었다면 호되게 야단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지금은 성장해서 대학교 4학년이 되어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가끔 만나면 어린 시절처럼 그런 모습이 그려져 기대하고 만났는데 전혀 딴 사람이었다. 말수도 적고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외유내강(外柔內剛)’ 스타일이었다. ‘외유내강’이란 겉으로는 부드럽고 순해 보이지만 속은 곧은 심지가 있어 단단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기질은 눈에 보였다. 취업 준비하면서 자신에 부족한 부분과 취약점은 집요하게 알 때까지 파고 들어가는 기질이 있었다.

우리도 어린 시절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부모님께 끈질기게 조르는 경험이 있다. 부모님이 처음에는 거절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끈질기게 조른다. 회초리를 맞아도 울면서 조른다. 부모님이 계속 거절해도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엿본다. 바로 부모님 기분이 좋은 기회를 찾는다. 기분이 좋은 느낌이 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끈질기게 조르고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부모님도 존재하지만 꿈의 존재도 더 확실히 존재한다. 꿈을 이루는 방법도 확실히 존재한다. 부모님은 한계가 있지만 꿈의 존재는 한계가 없다. 부모님도 관대하지만 꿈은 더 관대하다. 어린 시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끈기 있게 조르는 것처럼 꿈에도 끈질기게 졸라야 한다. 꿈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기꺼이 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조르는 게 너무나 귀찮아서 원하는 것을 거저 주기도 한다.

‘끈기’란 쉽게 단념하지 아니하고 끈질기게 견디어 나가는 기운이라고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학생 중에서도 끈기가 있는 학생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 끈기를 종종 사람이 타고난 기질이라고 하지만 그건 아니다. 끈기는 더 발전할 수 있고 그 끈기는 우리의 능력과 같은 요소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해도 끈기가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머리가 좋은 데 끈기가 없는 것보다 차라리 머리는 나쁘지만, 끈기가 있는 것이 훨씬 좋다. 머리가 좋은 데 끈기가 없으면 이건 종종 사기꾼 기질을 보일 수 있지만, 끈기가 있다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나가며 묵묵히 나갈 수 있다.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이란 책에서 웨스트포인트에 내용을 보며 끈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웨스트포인트의 입학 전형은 미국의 유명 대학들만큼 엄격하다. 높은 SAT 또는 ACT 점수와 고등학교 성적 역시 뛰어나야 한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11학년부터 지원절차를 밟고 심지어 하원이나 상원의원 또는 미국 부통령의 추천서까지 받아야 한다. 머리가 좋은 것은 당연하고 더구나 체력평가에서도 우수한 점수를 받아야만 웨스트포인트에 입학 할 수 있다. 매년 1만4,000명 이상의 11학년생이 지원절차를 밟지만, 이 중에서 4,000명만 뽑힌다. 그리고 대략 2,500명만 엄격한 학업 능력과 체력 기준을 통과하여 결국은 1,200명만 웨스트포인트에 입학 허가를 받는다. 정말 힘들게 입학을 하게 된다. 만약 자신이 입학하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분명 자신의 꿈을 이룬 것처럼 기뻐할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1/5은 졸업 전에 중퇴한다. 힘들게 입학을 했는데 왜 중퇴를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바로 ‘끈기’가 없기 때문이다. 수재 중의 수재들만 입학하는 웨스트포인트에서 결국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치는 단계는 뛰어난 머리와 재능이 아니다. 바로 버티는 끈기가 성패를 결정짓는다.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있는데 시험이 다가오기 3주 전부터 새벽 3시까지 시험공부를 한다. 한창 잠이 많을 때인데, 그렇게 잠이 부족하면 학교 수업에 지장이 없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업 때도 졸지 않고, 선생님의 수업에 집중한다. 이 학생은 당연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였다.

“잠을 적게 자든 많게 자든 점심 먹고 나면 졸리는 것은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제가 할 일이 우선 있으므로 그것을 마무리해야 속이 시원해요.”

끈기라는 것은 육체적인 능력이 아닌 정신력이다. 간절함이 있다면 우리의 뇌는 상상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마라톤 선수들의 신체 능력은 거의 차이가 없다.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끈기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은 나태하기가 쉽다. 한번 나태하기 시작하면 계속 나태하게 된다. 가령 우리가 계획을 세웠는데 오늘 할 일이 힘들다고 미루거나 대충하게 되면 다음 날도 마찬가지로 전염된다. 마라톤 선수가 절반 정도 달렸는데 자신이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나태한 정신을 갖게 되면 분명 결국은 따라잡히게 된다. 꿈을 설정하고 이룰 때까지는 나태함이라는 것을 멀리해야 한다.

‘마크 버팔로’라는 무명배우는 어렵게 따낸 배역에서 ‘뇌종양’에 걸리고 만다. 800번 넘게 오디션에 도전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하였다. 그런데 이제 무명에서 벗어날 기회에서 병에 걸리고 만 것이다. 배역보다는 건강이 우선이기에 10시간 수술 끝에 병을 완치하였지만, 배우의 생명인 ‘안면 마비’가 후유증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얼굴을 움직이는 연습과 다양한 표정을 짓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렇게 6개월 동안 끈기 있게 연습을 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뺨이 움직이고,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어렵다는 재활에 성공한 그는 다시 한번 배우로서 도전한다. 결국은 다음 해 ‘이터널 선샤인’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하고 어벤져스에서 ‘헐크’역으로 대중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남기며 성공하였다. 마크 버팔로는 치열하게 준비했음에도 실패한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의 노력은 정말 대단했어요. 단지 운이 안 좋았을 뿐이에요. 그러니 자책도, 포기도 해서는 안 돼요. 제가 안면 마비였을 때 포기했다면 어벤져스가 되지 못했을 거예요. 노력과 운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한 번은 꼭 와요.”

자신이 노력한 결과를 보여줄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는데 우리는 그 기회를 포기로 해서 놓쳐버릴 수가 있다. 물론 노력하기 위해서는 단 하루가 아닌 끈기를 가지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끈기 역시 능력인 것처럼 신기하게도 기회를 불러오는 것은 재능이 아닌 끈기다. 대부분 기회가 왔을 때 놓쳐버린 기회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가 원인이다. ‘준비하는 자만이 기회를 얻는다.’라는 말처럼 우리가 준비를 뒷받침하는 끈기가 없다면 ‘준비’라는 것도 존재할 수가 없다.

손정의 회장은 1981년 미국에서 돌아와 2명의 아르바이트 사원과 함께 소프트뱅크를 시작했다. 그런데 손 회장의 인재 채용 기준은 학력과 경력을 처음부터 보지 않았다. 바로 ‘눈빛’으로 채용하였다. 면접에서 눈빛이 살아있으면 채용을 바로 결정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2001년 브로드밴드 사업을 시작했을 때 손정의 회장은 ‘오후 5시 이후에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 부서와 직종 상관없이 100명의 사원을 회의실에 집합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참석한 100명만 브로드밴드 사업의 초기 멤버로 삼고 진행하였다. 입사 지원서에 있는 학력과 경력을 기반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눈빛’만 보고 채용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눈빛이라는 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소프트뱅크에 입사하기 위해 큰 노력과 끈기를 가지고 준비하는 지원자들만 가질 수가 있다. 훈련을 게을리한 복싱선수가 대회에 출전하면 자신의 노력과 흘린 땀이 부족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자신이 패배할 것도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이기기 위한 경기보다는 판정승으로 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최대한 노력을 한 복싱선수라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여 KO 시키기 위해 눈빛이 살아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끈기를 가지고 노력할 때 우리 역시 그런 눈빛을 가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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