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 세포

깨끗한 피부를 가진 모델이 한 화장품을 들고 있다. 그 옆엔 "줄기세포 기술"이라는 문구도 보인다. 줄기세포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그럴싸한 과학 기술이 적용된 화장품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 저절로 구매욕구가 높아진다. 하지만 화장품 광고 문구에 사용되는 "줄기세포"는 그 의미가 과장되었다. 실제 줄기 세포는 들어가 있지 않다. 단지 피부 재생을 촉진시킨다는 의미에서 저 단어를 사용한다. 한마디로 마케팅인 것이다.


화장품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줄기세포라는 단어가 익숙하다. 왜냐하면 한 때 줄기 세포를 통한 장기 이식이 큰 화두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며 관심이 줄었고 줄기세포 연구도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 왜냐하면 의학에 한 획을 그을 과학기술인 동시에 생명 윤리라는 문제가 엮여 있었기 때문이다. 줄기 세포가 뭐길래 이전에는 의학계를 뒤집을 뻔했으며 지금은 마케팅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출처; 네이버 영화 제보자 포토예고편

줄기 세포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미분화 세포를 말한다. 즉, 특정 세포로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부터 시작해야 한다. 유전자는 생물의 특징을 결정짓는 정보를 담고 있다.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인 것이다. 이 유전자는 DNA 서열 중 특정 구간에 저장되어 있다.


이 DNA는 세포 안에 있다. 이 말은 각 세포에 한 개체의 모든 특징을 설명하는 유전자가 들어있다는 이야기이다. 손톱에 있는 세포 하나를 떼어내도 그 안에는 그 생명체 특징을 설명하는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손톱에 해당하는 유전정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유전정보가 들어있다. 머리카락 세포 하나를 떼어내도 그 안에 모든 유전정보가 있다. 몸속에 있는 장기의 한 세포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엄마 뱃속에서 세포가 사람으로 변하는 배아가 참 신기하다. 처음에는 모든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한 세포인데 이 세포가 점점 분화하면서 심장이 있어야 할 곳에 심장이 생기고, 눈이 생길 곳에 눈이 생기고, 손발이 생겨야 할 곳에 손발이 생긴다. 세포마다 모든 유전정보가 있는데 어떻게 적절한 곳에 적절한 조직이 생길 수 있을까?


이게 가능한 이유는 적절한 위치에 해당하는 유전자만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심장이 있어야 할 위치의 세포에서 심장에 해당하는 유전자만 활성화된 것이다. 이 포인트에서 과학자들은 생각했다. 세포에 있는 어떤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키면 원하는 조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초파리로 실험을 진행했고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초파리 눈에 있는 세포에서 다리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켰더니 눈에서 다리가 만들어졌다. 초파리 눈에서 다리가 만들어졌고 초파리 다리에서 눈이 만들어졌다. (사진이 징그러워서 담지 않았습니다.)


이 실험은 인간이 필요한 인체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한 때,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요한 기관을 줄기 세포로 만들어서 이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 본인의 세포를 배아 세포에 이식해서 만들기 때문에 기존의 장기 이식처럼 면역 거부 반응도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줄기 세포 기술은 생명 윤리 문제가 있다. 우생학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생학은 인간의 유전자를 개선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이는 우수한 유전자는 남기고 열등한 유전자는 제거하자는 극단적인 차별 형태로 역사에 남겨졌다. 독일의 나치 정권이 유대인을 학살한 사건, 아리아인(독일 민족)을 번성하려 했던 정책이 대표적이 예이다. 이 줄기 세포도 인간이 인간의 유전자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우생학적 사고로 오용될 위험이 있어서 생명 윤리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


또한, 장기 이식과 관련된 줄기 세포는 배아를 사용한다. 즉 한 개체, 한 인간이 될 수 있는 배아를 인위적으로 한 유전자만 발현시켜서 필요한 조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배아도 사람이 될 수 있기에 생명을 헤치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배아는 아직 생명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나뉘게 되며 생명 윤리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그래서 현재 이 줄기 세포 기술은 생명 윤리 문제에서 안전한 범주인 조혈모세포 이식에 사용되고 있다. 이때 이 조혈모세포가 줄기세포이다. 건강한 사람의 골수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한 뒤에 백혈병 환자에게 이식한다. 그러면 이 조혈모세포는 환자의 골수에 잘 붙어서 스스로 증식하고 건강한 혈액 세포로도 분화한다. 건강한 줄기 세포를 필요한 사람에게 옮겨서 백혈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지도, 누구를 헤치지도 않는 선에서 환자를 돕는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다.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찾는 기관이 대학교 교문 앞에 온 적이 있다. 큰 천막을 치고 학생들에게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설명하고 기증 등록 서명을 권유하고 있었다. 조혈모세포는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과 일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기증자 등록을 권유한다.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첫 헌혈을 할 때 미주 신경 반응을 겪은 나로서 도저히 서명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기증에 서명을 해도 나중에 거부할 수 있다. 그런데 거절하는 것은 희망을 줬다 뺐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기증자 등록을 하지 않고 돌아섰다.


나는 돌아섰지만 그곳에는 기증 등록에 서명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심지어 관심이 있다며 먼저 다가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아직은 따뜻한 세상인 것 같다. 의학 기술 덕분에 신기한 방법으로 타인을 돕게 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하늘의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백혈병: 비정상 백혈구가 과도하게 만들어지는 병이다. 비정상 백혈구가 많아지면서 정상 혈액 세포가 부족해지고 그 결과 면역 반응이 약해진다.
미주 신경 반응: 미주신경이 과도하게 긴장하여 심장 박동과 혈압이 떨어지는 일시적 반응으로 심해지면 결국 실신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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