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교사생활

이젠 더 이상 학생의 입장이 아닌 교사로서 학교에 있다. 학생일 때는 절대 알지 못했던 선생님들의 좌충우돌을 겪을 수 있었다. 그 일들을 적어보려 한다. 처음으로 중간고사 감독을 하는 날이었다. 중간고사 전에 3월 모의고사 감독을 먼저 했었는데, 그때 시험 본부가 1층에 있던 국어교과교실이었다. 그곳에서 시험지 봉투를 갖고 해당교실로 갔었다. 그 후 중간고사 감독하는 날이 왔다. 고등학교의 시험은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아주 민감하다. 그래서 감독 전에 감독교사 지침서를 꼼꼼하게 읽고 갔다. 내가 처음 맡게 된 감독은 복도 감독 교사였다. 복도 감독 교사는 학생이 시험에 대한 질문을 하면 감독교사가 그 사실을 복도 교사에게 인계, 복도 교사는 시험 본부에 인계, 시험본부는 출제교사에게 인계하여 학생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충분히 숙지했고, 감독을 했다.


50분 시험 중에 45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시험 종료 10분 전 종도 친 이후여서 나는 긴장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시험 종료 5분 전에 한 학생이 질문을 한 것이다!!! 그래서 바로 5층에서 1층, 고사본부로 내려갔다. 그런데 고사본부에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불도 꺼져 있었다. 알고 보니, 학교 고사 시험 본부는 다른 곳이었던 것이다!!! 1층에 계신 감독 선생님께 빠르게 이 상황을 알렸다. 이 선생님과 나는 빠르게 2층에 있는 교무실에서 해당출제 선생님을 찾았다. 없다. 또 3층 교무실로 가서 해당출제 선생님을 찾았다. 없다. 또 4층 교무실로 가서 해당출제 선생님을 찾았다. 찾았다. 너무 긴박한 상황이라 어느 반에서 질문이 들어왔냐는 질문에 6반인지 7반인지 헷갈렸다. 그래서 5층 해당 교실까지 같이 뛰어 올라갔다. 해당 선생님께서 들어가 질문을 받으시고 나오실 때 모든 선생님들께서, 나와 그 반 문을 쳐다보고 계셨다. 해당 선생님께서 "별중요한 질문이 아니었어요."라고 말씀하시자 다들 '휴....' 외마디와 함께 자리로 돌아가셨다. 이 모든 상황이 3~4분 안에 일어난 일이다. 시험 종료 종이 울리고 내 교무실 자리로 이동하면서 고사본부가 학교 고사 때와 모의고사 때가 다른지 왜 나에게 알려주시지 않은 것일까 점차 짜증이 왔다. 그런데 결국 다른 선생님께 여쭤보지 않은 내 탓이다.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니 다행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 사건도 시험과 관련이 있다. 시험을 출제하면서 생긴 일이다. 그 문제의 시발점이 되었던 단어는 "다람쥐"이다. 해당 시험문제는 먹이 피라미드에 관한 문제였고, 그중 <보기>에 "B의 예시로 '다람쥐'가 해당이 된다."가 있었다. 여기서 B는 1차 소비자로 맞는 보기를 만든 것이 의도였다. 과학시험 바로 전날, 오후였다. 같이 그 시험을 주관하고 검토하신 선생님께서 "<보기> 바꿔야 해요!!!"라며 오셨다. 어떤 미친 다람쥐는 육식을 한다는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단 문제를 바꾸기 전에 해당 문제가 생명과학이었기 때문에 전공 선생님을 찾아갔다. 학교에 생명과학 선생님이 2분 계셨는데, 두 선생님의 의견이 달랐다. 한 선생님은 어쨌든 교과서에서 다람쥐가 초식동물로 분류가 되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고, 다른 선생님은 해당 문제의 피라미드에 더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니 실제로 예외가 존재하는 한, 누군가 문제 오류라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안전하게 문제를 고치기로 했다.


문제를 고치는 김에 한번 더 꼼꼼하게 검토해 보기로 했다. (이 전에도 수십 번은 검토했다.) 생명과학 선생님들께서도 검토를 도와주시기로 했다. 그런데, 생명과학 선생님께서 생명과학에 해당하는 문제의 대부분의 발문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유가 "다음 A~C는 ㅁ와 ㅇ와@중에 하나이다."라는 발문 때문이었다. "~중 하나이다"라는 발문은 중복의 의미를 담아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중 하나이다."를 "~을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다."로 바꿔야 했다. 고로, 고쳐야 할 문제가 11문제나 되었다. 너무 많이 문제 수정이 이루어지기에 재인쇄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당장 내일 아침이 시험이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미안하지만 11문제의 수정 부분을 간지로 안내하기로 결정했다. (간지는 시험지 이외에 학생에게 시험에 대한 안내 사항을 알려주는 종이이다.) 수정사항을 간결하지만 오류 없이 작성했다. 거의 A4용지 1/3 크기였다. 390명 분량의 간지를 인쇄하고 크기에 맞게 자르고 각 반 인원수만큼 나눠 넣은 후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 저녁 9시쯤이었다.


이 사건과 비슷한 것도 있다. 2023년 뉴스에도 나왔던 사건이다. 나이스 학교 전산망의 오류이다. 시험을 출제하고 시험을 치르기 전에 해당 시험의 답지를 나이스 전산에 올려야 한다. 그리고 시험지와 함께 답지를 나이스에서 출력하여 고사계에 제출해야 한다. 그 당시 내가 출제 주관 교사였다. 그래서 매뉴얼대로 답을 나이스에 올렸고 출력해서 잘 제출했다. 그런데 이 나이스 전산상에 전국적으로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졌다. 그 오류는 답지를 출력하면 다른 학교의 다른 시험의 정답지가 출력된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웬 황당한 일인가. 시험지를 본 적도 없는 다른 지역 학교의 정답지가 왜 나와! 그런데 교육청은 이 사건을 '시험 전 시험지, 정답지 유출'로 간주했고, 따라서 문제를 재출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시험 문제는 일주일 동안 고심해서 출제하며 약 3주 동안 선생님들과 회의하고 오류사항을 점검한다. 그런데 당장 다음 주에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문제를 재출제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채 4일이 남지 않았다. 그 안에 재출제, 검토, 인쇄를 해야 한다. 모든 문제를 재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좋은 문제는 문제 순서만 바꾸고 어떤 문제는 그림을 바꾸고 어떤 문제는 같은 상황에 다른 것을 물어보는 등으로 바꿨다. 나의 주말이 모두 반납되었다. ^___^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사건들이 있다. 다만 '내'사건만 일부 담았다. 이렇게 학교는 선생님들이 발로 뛰며 돌아가고 있었다. 글로만 적는데도 그때의 정신없던 상황이 재연되는 것 같다.

keyword
이전 10화교사 생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