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교사 생활이 이어졌지만 모든 것이 다 싫었던 것은 아니다. 낭랑 17세 아이들과 지내는 것은 참 재미있었다. 시험 날이 다가온 시점이었다. 나는 이미 시험 출제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학생들은 저번 기말고사가 어려웠던 탓에 시험 문제가 많이 어려운지 나에게 물어봤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시험에 대해 어떤 힌트가 되는 말을 언급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나는 보통 '너 하기 나름이다.'라고 대답해 준다. 그러고 "지금 텔레파시로 시험 문제 보내줄게. 잘 받았지?"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텔레파시 말고 에어드롭(핸드폰 블루투스와 비슷한 기능)으로 보내주세요."라고 말했다. 한참을 웃었다.
아이들의 이런 재치 있는 대처와 창의적인 센스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보통 여고생들은 학교에 담요와 베개를 대체할 수 있는 인형과 함께 등교한다. 그래서 반마다 여러 개의 동물 인형들이 존재한다. 그중에 학생 한 명이 "내 지바 어디 있어? 누가 가지고 있어?"라며 '지바'라는 것을 찾고 있었다. 대체 '지바'가 무엇일까? 그래서 그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돼지 인형의 이름이었다. (되게 커다랗고 핑크색이고 귀여운 돼지 인형) 왜 인형 이름이 '지바'냐고 물었다. 돼지여서 '돼지바'이고 성이 '돼', 이름이 '지바'라는 것이다. 이보다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이름일 수가 없다. 놀라운 작명 센스이다.
다른 반의 다른 학생은 자신의 손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뭔지 맞춰보라고 했다. 손에는 트램펄린과 라마가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라마네!"라고 말했는데, 평범한 라마가 아니라고 했다. 손을 살짝씩 접었다 피면 라마가 그 트램펄린을 타는 것처럼 보인다. 너~~ 무 귀엽다.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건지. 17살 고등학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순수함이다. 이뿐만 아니라 17세 여고생들은 종이 접기를 하고 그 결과물을 나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수업을 할 때면 매번 학생들이 먼저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최신 유행들을 알려줘서 덕분에 참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