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즐거움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당시 뉴스에서 한 여중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보도가 되었다. 그 주에 교직원 회의를 했을 때 교장선생님께서 "옆 학교에서 슬픈 소식이 보도가 되었는데, 선생님들께서 부디 마음 괜찮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수업을 하러 들어간 반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한 학생이 '고작 중학생인데 자살을 했다면 어차피 그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어서 자살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말이 정말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말이었고, 적지 않게 충격적인 말이어서 훈육(?)을 하지 못했다. 그저 내 입에서는 "그게 무슨 소리야!"라는 말만 나왔다.


이렇게 이 일은 잊어지고 있었는데, 2학기 때 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수능이 끝난 시점이었다. 한 학생이 자신은 실용음악과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당연히 갈 수 있지~"라고 말해줬다. 그 학생이 말을 이어가길, 자신이 정말 가고 싶어 하는 대학교가 있는데 한 버스에서 그 대학 광고를 봤다고 했다. 그 광고를 보니까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그게 왜 화가 나는 일일까?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난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그 광고를 보고 다른 누군가가 그 학교를 지원하게 되면 경쟁자가 많아지고 자신이 떨어질 확률이 커지니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 학교에 지원할 사람들이 그전에 먼저 다 자살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을 덧붙였다. 나는 또 너무 놀란 나머지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말만 했을 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내가 그때 어떻게 대처해야 했을까? 또 충격적인 사실은 이 말을 분명히 들었을 반 학생들의 반응이다. 분명 이 말은 누군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말일 수 있었다. 그런데 반 학생들은 조용했다.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어느 정도는 그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 사건이 있기 전에도 점수 0.5점에 지나치게 반응하고 등수와 등급에 집착하는 아이들을 보며 마치 내가, 교사가 이 교육경쟁을 심화시키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교사가 되기 전에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학생들이 무심코 뱉은 말들을 비추어 보아 아이들이 느끼는 교육 경쟁은 누군가의 목숨이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예전부터 교육경쟁으로 인한 청소년 자살 비율이 높은 것을 우려하여 학교에서 '생명 사랑 주간'이라 명칭 하며 교육을 진행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 시간마저 형식적일 뿐, 학생들은 그 시간에 자습을 하고 있다. 나는 나의 직업에 대한 의미를 잃었다. 꿈에 도달했더니 오히려 그 꿈이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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