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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거주 허가증

 아일랜드 땅에 도착해서 초반에 해야 할 일이 많다. 장기집도 구해야 하고, 아일랜드 거주 허가증(irp)도 만들어야 하고, 어학원에 적응도 해야 하고. 약 2주가 지났을까, 장기집이 너무 안 구했다. 뷰잉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니, 점점 불안해지며 종종 현타(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가 왔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말도 안 통하는 이 나라에 왔을까? 한국 돌아가면 뭐 해 먹고살지? 그러면서 '돌아갈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아일랜드 거주 허가증(irp) 예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의미해졌다. 그냥 돌아갈 거면 굳이 45만 원을 들여가며 아일랜드 거주 허가증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계속 미루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큰돈 들여왔는데 할 수 있는 데까지 있어보자 하는 마음에 예약 전화를 걸었다.


 사실 망설이게 된 이유 중에 영어도 있었다. 영어를 이렇게 못하는데 전화로 예약을 하라고?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아일랜드에 와서 사귄 한국인 친구는 예약 전화를 했을 때, 인사만 건네었는데 전화를 받은 이민국 사람이 "너 영어 너무 못해서 못 알아듣겠어. 영어 잘하는 친구한테 부탁해서 다시 전화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사람이 무례한 것이 사실이지만, 나의 영어 실력은 이해 깊은 사람이 받아도 저렇게 말할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무서웠지만, 어쩌겠는가. 이건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종이에 적어서 연습한 후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이해 깊은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아일랜드 이민국이라는 설명과 함께 예약 질문이 시작되었다.

"Do you live in dublin now?" 너 지금 더블린에 살고 있니? / "Yes." 네.

"When did you arrive in here?" 너 언제 도착했어?" / "second of March" 3월 2일에.

"Is this first time?" 처음 만드는 거니? / "yes." 네.

"Is this for yourself?" 너의 것 만드는 거야? / "yes, for myself." 네, 내 것...

"Where are you from?" 어느 나라 사람이야? / "Republic of Korea." 대한민국.

"What is your first name?" 이름이 뭐야? / "My first name is @@." 내 이름 @@. (알파벳 하나하나 이야기해 줘야 한다.)

"What is your surname?" 성은 뭐야? / "My surname is @." 내 성은 @.

"Do you have a middle name?" 중간 이름 있니? / "No." 아뇨...

"Are you male or female?" 여자니 남자니? / "I'm female." 여자예요..

"What is your passport number?" 여권번호 뭐니? / "M~~."

"What is your date of birth?" 생년월일은? / "@@ of @, in @@@@." @월 @@일 @@@@년생입니다.

"What is you e-mail address?" 이메일 말해주세요. / "****@gmail.com." (@(골뱅이)는 at이라고 말하면 된다.)

"Thanks. You can come here on 12 of April." 고마워. 4월 12일에 예약 잡을 수 있어. / "Alright." 좋아.

"Which time do you prefer, morning or afternoon?" 오전이 좋아 오후가 좋아? / "afternoon." 오후요..

"오후 2시에 오세요." (이때 2p.m. 밖에 못 들었다.) "네."

그리고 모든 정보를 다시 얘기해 준다. 이때 내 생일을 다시 확인했는데, 사실 안 들렸는데 맞다고 얘기했다. 안 들리는 것은 죽어도 안들리더라. 그래도 예약 확인 이메일이 날아왔고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예약한 날짜에 이민국으로 갔다. 그런데 내 서류 중 하나에 문제가 있었다. 스쿨레터에 찍힌 날짜가 학교 시작 후 날짜이어야 하는데, 학교 시작 전 날짜가 적혀 있었다. 즉, 너무 일찍 프린트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다시 예약을 잡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 학교에 가서 스쿨레터를 어떻게 받는지 물어봤고, 서류를 보완해서 2주 후에 다시 이민국에 갔다. 이민국 관계자 분들은 모두 친절했다. 손가락 10개의 지문을 모두 찍고 파란 불빛 조명 화장실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나왔다. 그 후 일주일 후 우편으로 아일랜드 거주 허가증(irp)을 받았다. 드디어 앞으로 8개월까지는 불법채류자가 아니다! 외국에 나가면 살기 위해 언어를 한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서 나온 말일까? 남은 개월동안 영어가 많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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