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라는 것은 과연 늘긴 하는 걸까? 처음에는 더욱이 영어를 내뱉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아서 다른 의미로 "말을 말자..." 하곤 했다. -영어로 말할 것을 생각하다 지쳐, 말하는 것을 그만 두곤 한다.- 그래서 생긴 작은 오해가 있다. 홈스테이에서 생활한 지 거의 한 달 가까이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홈스테이 주인이 침대가 편하냐고 물었다. 당연히 편하다고 말을 했다. 말을 더 이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침대에서 자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나 한국에는 침대 없어"였다. 홈스테이 주인이 충격을 먹으셨다. "침대가 없으면 어디서 자?"라고 물으셔서, "그냥 바닥에서 자요." 했다. 여전히 충격을 먹으셨다. "두꺼운 매트리스 깔고?" "아뇨, 그냥 이불." 충격의 연속이셨나 보다. "그 전의 한국 학생들은 그런 얘기 안 해줬어!"라고 말씀하셨다. 이때 아차 싶었다. '모든 한국인들이 바닥에서 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해야 하는데, 내 머릿속은 이미 몇 개 없는 영단어가 뒤죽박죽 섞였다. 이렇게 한 번 머릿속에서 길을 잃으면 아무 말도 안 나온다. 나의 짧은 영어실력으로 인해 모든 한국인이 바닥에서 자는 것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충격을 먹은 홈스테이 주인이 "한국 호텔에도 침대 없어?"라고 물어보셨다. 다행히 "호텔에는 침대 있어요."라고 말했다. 내가 영어를 잘했더라면.... 이런 오해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작은 에피소드가 있다. 어학원에서 꽤 친해진 멕시코 친구가 있다. 화장실에 가려고 줄을 서고 있었는데, 그 멕시코 친구가 건너편 남자를 가리키면서, "저 사람이 내 남자친구야."라고 소개해줬다. 그러면서 "He is an actor."이라고 이야기했다. 놀랐다. 더블린에서 멕시칸 배우를 만난 것인가? 너무 놀라서 진짜 배우인지 계속 되물었다. "Is he a actor???" "Yes!" 내 머릿속에서는 진짜 영화 촬영하는 배우가 맞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또 언어가 짧아 앵무새처럼 "Is he an actor?"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 친구도 몇 번이나 "Yes!"를 외치다가 "HIs name is actor."이라고 말했다. 남자친구 이름이었던 것이다. "너 남자친구가 배우라는 줄 알았잖아. I thought he is an actor!"라고 웃으며 상황이 종료가 되었는다. 그러고 한 2주 후 수업시간에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 actor를 말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멕시칸 친구가 그때 이해를 한 것이다. 내가 왜 계속 "Is he an actor?"이라고 말했는지를. 그러면서 친구가 남자친구 이름의 철자를 알려주었다. "Hector"였고, 발음은 [액토ㄹ]였다. 서로 영어가 짧아 2주 후에야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가끔 영어를 이렇게 못하는데 아일랜드에서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꽤나 웃기다. 영어를 못해도 외국에서 살 수는 있다. 그런데 이 사례처럼 언어가 부족해서 내 생각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할 때가 많다. 당연히 내 생각의 깊이를 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일랜드에서 머문 지 3달째인데, 처음에는 휴식이 첫 번째의 목적이었다. 여전히 첫 번째의 목적이 변하지는 않았으나 안중에도 없었던 영어공부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언어가 편해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것은 어떤 기회를 가져다줄까? 마냥 기대가 되기도 했다가도 과연 영어라는 것이 편해지는 날이 올 지 잘 모르겠다. 영어가 잘 듣는 것조차 못하는데 말을 잘하고 싶어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