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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아일랜드의 GDP는 세계 2위 정도로 분명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더블린에서 살다 보면 과연 이곳이 선진국인가? 하는 의문을 들게 할 때가 많다. 첫 번째로 길거리가 참 더럽다. 처음에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길에 있는 쓰레기가 정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민의식도 문제였다.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껌도 스스럼없이 길에 뱉는다. 더 화가 나는 것은 개똥이다. (말똥도 있다.) 더블린 곳곳에 공원이 있는데, 공원들마다 강아지들이 주인과 함께 공놀이를 하고 있다. 강아지와 함께 밖에서 놀고 산책하는 것은 좋은데 개똥은 당연히 치워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정말 소수의 사람만 자신의 반려견의 똥을 치운다. 개똥을 치우라고 경고하는 표지판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 길거리는 똥과 쓰레기가 굴러다닌다. 너무 더럽다.


 둘째, 교통질서가 엉망이다. 물론 자동차들은 신호를 아주 잘 지킨다. 근데, 보행자 신호는 그 누구도 지키지 않는다. 빨간불, 노란불(보행자 신호도 노란불이 있다.), 파란불 모두 상관없다. 일단 건넌다. 횡단보도가 없더라도 괜찮다. 아무 곳이나 다 건넌다. 사람들이 보행자 신호를 지키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데, 보행자 신호는 그 체계도 비효율적이고 횡단보도도 참 비효율적이다. 예를 들면, 사거리에 있는 횡단보도이다. 사거리라면 횡단보도가 적어도 4개는 있어야 하는데, 하나가 없다. 또 어느 보행자 신호는 거의 5분을 기다려야 신호가 바뀐다. 이러니 다들 지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뻔뻔하다. 한 번은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일 때 어떤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좌회전하는 차량과 부딪힐 뻔했다. 차량은 당연히 클락션을 울렸는데, 그 보행자는 손가락 욕을 하고 지나갔다. 누가 보면 자동차가 잘 못한 줄 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이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가 있다. 장애인을 향한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이 장애인들을 차별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이것은 내가 그들의 시선에서 사회를 보지 않아서 그렇다. 그들의 시선으로 사회를 본다면 아마 불편함을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차별이라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애초에 한국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길거리에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장애인을 향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일랜드에 살아보니 이런 사회가 차별이 없는 사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길을 다니는 데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한다. 그 누구도 지키지 않는 보행자 신호이지만 그 신호등에서 항상 띠띠띠--- 소리가 나오 있다. 파란불로 신호가 바뀌면 삐용- 소리와 함께 소리가 바뀐다. 모든 버스는 저상버스이다.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버스에 쉽게 탈 수 있다. 또한 휠체어를 타고 있다면 사람들이 모두 도와준다. 사람들이 그들도 그냥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여느 사람처럼 생활한다. 아니 이런 문장이 어색할 정도로 그냥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산다. 몸이 불편한 사람만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다운증후군의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본적이 거의 없는데 말이다.



다운증후군이란, 21번 염색체가 1개 더 많아 생기는 유전 질환이다.

(염색체는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은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이때 22쌍은 상동염색체, 2개는 성염색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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