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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도착

 아일랜드로 가야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별거 없었다. 최대한 한국인이 적은 나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래서 19시간에 걸쳐 아일랜드로 갔다. 사실 아일랜드를 가기 전에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 영어를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아일랜드 거주 허가증 예약은 잘할 수 있을까? 어학원에 정할 수 있을까? 아니 아일랜드에 있다가 한국 돌아가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아일랜드 땅을 밟기도 지쳐가고 있었다.

 

비행기는 핀에어를 탔다. 2019년도에 핀에어를 탄 적이 있는데, 좌석도 편하고 환승도 간편하고 무엇보다 타비행기보다 저렴해서 고민 없이 핀에어를 골랐다. 사실 혼자서 비행기를 타는 것도 처음이었다. 밤 11시 비행으로 한국에서 저녁밥을 마지막으로 공항으로 출발했다. 밤 9시인데도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로 공항이 북적거렸다. 나도 평소처럼 여행이라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면세점을 구경하거나 여행지에서 할 것과 먹을 것들을 더 찾아보며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을 텐데, 그날은 혼자서 잘 갈 수 있을까 걱정되어 발 빠르게 움직이기만 했다.


 다행히 비행기에 잘 탈 수 있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내 옆자리에 아무도 타니 않았기 때문에 15시간 비행을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눕코노미로 왔다.) 보통이라면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겠지만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한국에서 알래스카 쪽으로 비행하여 북극부근을 지나 경유지 핀란드로 갔다. 비행기에서 잠을 잘 못 잘 것 같아 아주 두꺼운 책을 가져갔다. 그런데 보고 싶었던 영화 두 편을 보고 잠을 자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드디어 아일랜드 입국장. 보통 해외여행을 가면 입국심사가 오래 걸리지 않을뿐더러 별다른 질문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이날은 이상하게도 질문을 꽤 받았다. 왜 아일랜드에 왔냐는 질문에 영어공부 하러 왔다고 답했더니, 증빙 서류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다행히 스쿨레터가 있었기에 보여 줬고 드디어 아일랜드에 입국할 수 있었다.


 아일랜드에 도착하자마자 립카드(교통카트)를 샀다. 그러고 무제한 데이터가 가능한 유심을 샀다. 그리고 나서 홈스테이로 이동했다. 홈스테이 주인 분들은 모두 친절했다. 장비행으로 힘들어할 나를 위해 바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셨다.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몇 가지 홈스테이 룰을 읽었고 바로 씻었다. 씻고 바로 자고 싶었지만 오후 6쯤에 잠들면 시차 적응하는데 힘들 거 같아 9시까지 버티다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그런데 오전 5시에 눈이 떠졌다. 밖은 아직 깜깜했다. 그래서 다이어리를 좀 작성하고 글감을 조금 끄적였다. 정식으로 아일랜드에서의 첫날. 날씨가 좋았다. 아일랜드는 비가 많이 온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참 맑았다. 내일부터 가게 될 어학원 위치를 알아보고 집안에서 신고 다닐 슬리퍼를 샀다. 별일 하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이제 이곳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일들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사실 아일랜드에 온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니다. 진짜 내 목적은 쉬기 위함이었다. 몇 년간 지쳐 잠시 쉬고 싶었는데 분명 한국에서 쉬게 된다면 주변에서 날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취업해야지. 취업할 나이인데. 그래서 앞으로 뭐 할 건데, 지금 쉴 때가 아니잖아.라는 말들을 들을 것이 뻔했다. 더 문제인 것은 그 말을 내가 나에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피성 어학연수를 떠났다. 도망친 곳이 필히 낙원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잠시 내 삶을 재정비하고 싶었고, 도전해보고 싶은 것을 도전해 보려고 한다. 그중 하나가 글 쓰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앞으로 아일랜드에서의 삶을 연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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