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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라는 개념

 아일랜드는 추운 나라이다. 아주 춥지는 않은데, 따뜻하지도 않다. 여름에도 평균 20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겨울에는 영하 밑으로 내려가는 일은 드물지만 습하다. 습한 여름이 더 덥게 느껴지는 것처럼, 습도 때문에 기온은 아주 낮지 않지만 정말 춥게 느껴진다. 그런데 아일랜드의 집들은 방한이 잘 되지 않는다. 더욱이 온돌도 없다. 애초에 바닥 생활을 하지 않으니. 전기장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흥행하지 않는다. 오로지 라디에이터로만 살아간다. 그런데 아일랜드는 전기 요금과 가스 요금이 비싸다. 그래서 그마저도 자주 틀지 않는다. 보통 추우면 보온 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담아서 껴앉고 있는다. 겨울 시즌이 되면 가게에 있는 보온 주머니가 인기 상품이다.


 아일랜드에서 정착해서 살고 계신 분이 하시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본인은 아주 추운 겨울에 마음대로 보일러를 틀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한 번은 한국처럼 틀었다가 깜짝 놀랄 만큼 공과금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옆집에 우크라이나 난민 가족이 살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24시간 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마음속에 이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내가 내는 세금이 여기 다 쓰이고 있구나...."  


 착잡한 기분이다. 벌어서 남주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분이 복지라는 것이 사람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 같다고 말씀을 덧붙이셨다. 난민의 신분으로 왔지만 복지가 그들을 낯선 땅에서 살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 말이 참 멋졌다. 단순히 복지는 미래에 내가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을 때, 남은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을 때, 복지의 혜택을 받으며 자존감을 지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순히 이것 말고도 병원, 교육 등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복지들이 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이다. 모든 복지가 옳고 좋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러한 접근으로 복지를 해석하는 것은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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