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말을 뜻을 그저 문자 그대로만 알고 있었는데, 더블린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니 조금 더 확장된 개념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 사례를 얘기하고자 한다.
아일랜드는 난민 수용을 많이 한 나라이다. 또 특히 더블린 도시의 심각한 문제는 거주지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여 집 구하기가 참 어렵고 월세가 100만 원 정도 된다. 이 월세 100만 원도 원룸이 아니라 내 방 한 칸이다. 만약 집 한 채에 방이 3개가 있다면 방 하나당 100만 원 정도인 것이다. 이보다 더 심한 곳도 많다. 이렇게 사람이 살 공간이 부족한데 난민도 수용했으니 포화상태이다. 그래서 길거리에 홈리스들이 많다. 아주 많다.
하루는 시티센터를 걸어가고 있었다. 내 앞에 키가 크고 꽤나 깨끗한, 그러나 편한 복장의 남자가 한 손에는 컵을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누가 봐도 괜찮은 청년이었다. 이 사람이 계속 걸어가다가 갑자기 한 건물 입구 앞에 쪼그려 앉아서 컵을 자기 앞에 두고 구걸을 시작했다. 홈리스였던 것이었다. 내가 본,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출근 중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내 무의식에 홈리스는 더럽고 나이가 들었으며 볼품없는 모습이었나 보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고, 반대로 더럽고 나이가 들었으며 볼품없는 모습을 가졌더라도 그 사람의 직업과 성품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마음에 깊게 새겨 넣었다.
더욱이 그 나라가 가진 이미지와 그 사람을 동일시해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가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 잡혀 있을 지라도 한국 사람들 모두가 급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준 사례는 어학원에 다니는 멕시칸 친구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마약의 접근이 어렵다. (요즘 점점 마약 사건이 증가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마약은 엄연한 불법이며 심각한 문제임을 인지하고 있고, 매우 엄격하다. 그런데 더블린에 와서 다른 나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정말 충격을 받았다. 다른 나라 친구들은 마치 기호 식품인 양 말했기 때문이다. 마약 하면 또 빠질 수 없는 나라가 멕시코이다. 멕시코라는 나라는 다소 위험한 나라이며 마약을 쉽게 접하고 유통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학원 같은 반 친구인 멕시코 친구는 굉장히 엄격했다.
한 번은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적는 활동을 했었다. 한 친구가 나쁜 습관에 마약을 적었다. 내 생각엔 이것은 나쁜 습관이 아니라 그냥 불법이었다. 그래서 "이게 습관이야?"라는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친구들이 당연히 나쁜 습관이라고 말했다. 내 질문의 의도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을 덧붙였다. "이건 한 번만 해도 통제할 수 없어. 이건 불법이잖아." 이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에게 한 번, 두 번 정도는 괜찮아. 이걸 자주 하면 문제가 되는 거야. 마치 술을 마시는 것이 나쁜 습관이고, 알코올 중독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정신 상태가 글러먹었다. 내 말에 동의해 준건 멕시코 친구였다. "이건 습관이 아니라 그냥 큰 문제야." 다행히 이를 나쁜 '습관'에서 삭제할 수 있었다. 이 친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사람의 성품은 그 나라의 이미지와는 무관하다. 물론 국민성이라는 것이 내재되어 있을 수 있으나 그 국민성이 인성을 완전히 대신하지는 않는다.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을 더 넓게 받아들이자면, 어떤 범주의 사람이 곧 어떠할 것이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는 채식주의자의 사람들을 보며 가진 생각이다. 외국에는 채식주의자, 비건인 사람들이 많다. 애초에 식품에 대한 알러지를 많이 앓고 있어서 비자발적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 환경 보호나, 동물 애호와 같은 신념으로 비건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고기를 먹지 않으니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건강하고 비교적 몸매도 건강한 몸 또는 마른 몸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또한 서로 무관한 사실이었다. 정말 건강하지 않은 식사를 한다... 단순히 "동물성 단백질을 먹지 않는 건 건강하지 않아!" 이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건강하지 않은 식단을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채식주의자들은 감자튀김을 정말 자주 먹는다... 거의 그것만 먹는다. 또는 빵만 그렇게 먹는다... 정말 신기하다. 채식주의자라면 신선한 샐러드에 과일, 이렇게 먹을 줄 알았는데 아닌 사람들도 꽤 많다는 것이다. 외국에 살면서 이러한 사례들을 직접 겪고 보다 보니 모든 편협한 사고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그동안 잠재적으로 고정관념이 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