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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장점과 단점

 아일랜드에 머무른 지 3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장단점이 있다. 내가 느끼는 바 위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매너가 좋다. 사소한 매너가 좋다고 느꼈다. 예를 들면, 버스 안쪽 좌석에서 앉아있다가 내려야 할 때, 우리나라 같으면 다리만 옆으로 비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곳은 완전히 일어나서 비껴준다. 또, 문도 잘 잡아준다. 매장에 들어가려 할 때, 오히려 안에서 나오려던 사람이 문을 잡아준 적이 있다. 또 아일랜드 사람은 착한 편인 것 같다. '고맙다. 미안하다.'라는 표현을 사소한 것에서도 많이 한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눈만 마주쳐도 인사해 준다. 또 길을 잃었냐고도 물어봐 주신다. 뭔가 정이 느껴진다.


 둘째,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치안이 안전하다.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소매치기가 현저히 적다. (그렇다고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유럽국가의 치안은 심각한 편이다. 친구들과 함께 프랑스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워낙 프랑스는 소매치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로스백을 코트 안에 메고 다녔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가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내 친구는 크로스백을 외투 안에 넣고 있었지만 외투를 잠그지 않은 상태였다. 횡단보도를 다 건넌 후에 친구가 어이없음과 놀람, 화남이 섞인 말투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에 뭔가 불안해서 가방에 핸드폰이 잘 있나 확인하려고 손을 넣었는데 소매치기범의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놀라서 소매치기범 얼굴을 쳐다보니까 표정이 싹 변하면서 도망갔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다른 유럽국가는 소매치기를 당하기 쉽다. 그런데 아일랜드는 소매치기가 거의 없다. 한 번은 아일랜드에서 백팩이 열려있는지 모른 채로 돌아다닌 적이 있다. 가방 안에는 태블릿과 여권이 있었는데, 다행히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았다. 아마 다른 나라였다면 모든 걸 잃었을 것이다.


 셋째, 쉬는 날이 많다. 명절과 7월을 제외하고 한 달에 한번씩 쉰다. 이를 뱅크홀리데이 (bank holiday)라고 한다. 학교도 쉬고 가게도 쉬는 경우가 많다. 주말을 제외하고 휴일이 있는 건 분명 장점이 맞다. 이 뱅크 홀리데이는 보통 월요일인 경우가 많아서 주말을 포함해 꽤 긴 휴일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저렴한 비행기를 타고 가까운 유럽국가로 여행을 가기 참 좋다. 아직 나는 뱅크 홀리데이에 다른 국가로 여행 가본 적이 없지만 가고 싶은 나라가 생기면 계획을 세워볼 생각이다.


 넷째, 모기가 없다!!!! 어제 부모님과 통화를 했더니 벌써 모기장을 치고 자야 한다고 들었다. 5월인데! 그런데 아일랜드는 한 여름에도 모기가 없다. 정말 희한한 것 같다. 왜냐하면 아일랜드는 겨울에 추운 것은 맞지만 한국의 겨울처럼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아일랜드는 습한 나라이다. 뭔가 모기가 있을 법도 한 날씨인데 모기가 없다. 너무 좋다. 거미가 많다고 들었지만, 나도 집에서 다리가 엄청 긴 거미를 죽인 적이 있지만, 거미 정도는 괜찮다. 모기가 없어서 단점이 있다고 하면 모든 집에 방충망이 없다. 집에서 환기를 시키다가 모기가 아닌 벌이 들어와서 한바탕 난리를 친적이 있다.. 하하...


 다음으로 단점이다. 아일랜드로 유학 온 모든 한국인이 말하는 단점은 바로 날씨이다. 맑은 날이 별로 없다. 거의 항상 구름 낀 날씨이다. 나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사람이다. 오히려 햇빛이 너무 내리쬐는 날씨보다 구름이 햇빛을 조금 가린 날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도 날씨를 단점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기 때문이다. 날이 좋아도 바람이 불고 안 좋아도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데 바람이 불면 아주 난리이다. 우산을 쓸 수가 없다. 또 바람이 너무 불어서 생기는 현상 중 하나는 햇빛이 나는데 어디선가 미스트 같은 비가 내리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내리는 비가 날려서 오고 있는 것이다. 일기예보를 볼 때 풍속도 같이 보는데, 한국은 풍속이 3m/s만 되어도 "바람이 꽤 부네, 날이 좀 춥겠는 걸"하며 코트를 입을지 패딩을 입을지를 결정한다. 그런데 아일랜드는 기본 풍속이 4m/s이다. 바람 때문에 눈알이 아프다. 먼지가 눈에 너무 잘 들어온다. 또, 하루에 사계절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구름의 이동 속도가 참 빠르다. 그래서 날이 참 맑았다가도 구름이 끼고 비가 온다. 그러고 금세 그친다. 하루 날씨를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서 창밖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옷을 입었는지를 보고 온도를 예측할 수가 없다. 밖에 나가면 누구는 패딩을 입고 있는데 누구는 나시에 반바지를 입고 있다. 아일랜드 날씨 보러가기


 둘째, 대중교통이 아주 느리다. 더블린에서 볼 수 있는 대중교통은 버스, 다트(dart)(지상철), 루아스(luas)(전차)가 있다. 일단 이곳은 지하철이 없고 지상철, 다트가 다닌다. 그런데 속도가 느리다... 처음 탔을 때, 이게 최고속도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버스랑 루아스는 도로로 다니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도로가 2차선이다. 이 좁은 도로에 자동차, 버스, 루아스가 섞여 다니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 때, 시티센터 부분은 걸어가는 게 더 빠를 지경이다. 이것보다 더 짜증 나는 것이 있는데, 버스 예정 정보이다. 버스 정류장에 있는 버스 도착 예정 정보를 보고 있는데, 1분 후,, 곧 도착,,, 이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ㅇㅅㅇ??? 애초에 오고 있는 버스가 없는데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한 번은 정말 짜증 났던 적이 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에도 버스가 사라졌다. 다음 버스는 20분 뒤에 온다고 해서 다른 버스 정류장에서 다른 버스를 타려고 뒤돌아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라졌던 버스가 오고 있는 것이었다. 버스정류장에 아무도 없어서 그 버스가 그냥 지나쳤다. 농락당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버스가 사라지는 일은 비가 오는 날에 많이 발생한다. 비가 와서 버스기사 아저씨가 일을 안 하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


 부디 단점들은 적응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장점은 한국에 돌아가면 그리울 것 같다. 오늘 6월 1일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왜냐하면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인 90일을 넘긴 날이다. 즉, 학생비자로 다행히 잘 살고 있다는 뜻이다. 첫 달은 집 문제와 비자로 인해 스트레스를 꽤 받았어서 툭하면 그냥 6월 전에 들어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기간을 넘겼다. 그래서 혼자 자그마한 축하를 할 생각이었는데, 어제 무엇을 잘 못 먹었는지 체했다. 배가 조금 가라앉으면 혼자 자그마한 축하를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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