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는 확실히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소매치기가 적은 것 같다. 주머니에 핸드폰과 지갑을 넣어 놓아도 괜찮다. 그리고 종종 사람들이 카페에서 가방을 두고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한다. 다른 유럽국가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손에 쥐고 있는 물건도 뺏어가는 수준이니 말이다. 이렇게 안전해 보이는 나라이지만 마냥 안전한 것은 아니다. 오늘 더블린 시티를 돌아다닐 때 조심해야 하는 유형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십대들이다. 틴에이저(teenager)라고 불리는데, 정말 조심해야 한다. 배운 것이 없어서 그런지 어린놈들이 인종차별을 한다. 십대들을 모두 조심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아니다. 느낌이 올 것이다. 피해야 할 틴에이저들은 대부분 비슷한 츄리닝을 입고 있다. 후드가 있는 회색 집업에 적당히 헐렁한 바지. 그리고 여자애들은 벌칙과도 같은 화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버스 2층 뒷좌석과 루아스(전차) 뒷 칸에 상주하고 있다. 괜히 엮이면 어차피 지는 싸움이다.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 좋다.
둘째, 인종차별주의자. 내 느낌상 십대들이 제일 인종차별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동양인처럼 보이는 사람들 앞에서 중국말을 흉내 내는 것은 종종 볼 수 있다. 이젠 니하오하며 지나가는 것은 우습지도 않다. 다행히도 나는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인종차별을 직접 겪은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화가 났다. 그분은 어학원 근처 길을 걷고 있는데 웬 틴에이저가 물총으로 얼굴에 물을 쐈다고 했다. 물이라고는 말했지만 정확히는 정체 모를 액체인 것도 기분이 나쁘고 무서운 일이다. 그 안에 무엇을 넣었을 줄 알고! 유사하게 더블린 한인 단톡방에 아시안 상점이 많은 길목에서 물총을 들고 타깃을 물색하고 있는 틴에이저가 있다는 내용도 올라온다. 참 한심한 인생이다. 하지만 당하면 기분이 나쁘니 며칠 동안을 그쪽 길을 피해서 다니고 있다.
셋째, 약물중독자. 특히 더블린 시대 중심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 사람들은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종종 잔돈을 요구한다. 이때 절대 주면 안 된다. 한 번은 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자분이 동전을 줬는데, 이 약물중독자가 아주 뻔뻔하게 지갑에 돈이 더 있는 거 봤으니 더 달라고 요구했다. 아주 날강도가 따로 없다. 또 어떤 약물 중독자는 담배를 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서로 싸우는 일도 종종 있다. 괜히 그 싸움 근처에 있다가는 같이 휘말릴 수도 있으니 일찌감치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모든 홈리스들이 약물중독은 아니지만 약물중독인 사람들은 홈리스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밤에는 시내를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
이곳에 살면서 피해야 할 사람들을 목격하면 역시 한국만큼 안전한 나라는 없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적어도 길거리에 약물중독자들은 없으며(없기를 바란다), 모두가 동양인이니 서로를 인종으로 차별하지 않으니 말이다. (부디 우리가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