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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연수의 장점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만 영어 공부를 해오던 토종 한국인으로서, 어학연수를 하며 영어 공부에 큰 차이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어학연수의 장점과 아쉬운 점을 말하고자 한다.  

 

 먼저 어학연수를 하면 아무래도 단어를 많이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단어를 외우는 수고가 덜어진다. 우리의 뇌는 자신의 삶과 연계될수록 잘 암기한다. 즉, 어학연수를 하게 되면 모든 것들이 삶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어들을 굳이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기억이 난다. 예를 들면 가지, 오이, 상추, 천도복숭아, 자두, 빨랫대, 빨래집게, 세제, 칼갈이 등.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했다면 이것들 또한 단어장에서 만나고 암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나라에 살게 되면 마트만 가도 새로운 단어를 알 수 있고 금방 기억이 난다. 또, 생활 속에서 영어로 말할 때가 있으니 찾아보게 되고 기억하게 된다.

 한국에서 공부했더라면 궁금해하지도 않았을 법한 단어들도 배우게 되었다. 바로 신발 깔창(insoles)과 신발 밑창(soles)이다. 물론 이 단어는 어학원에서 수업을 듣다가 알게 된 단어이지만, 내가 이런 단어도 만난다는 상황이 웃겨서 기억에 남았다.


 또 다른 좋은 점은 다양한 악센트와 다양한 빠르기의 영어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도 모두가 아나운서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모두 친절하게 느리게 말해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영어를 오래 공부했지만 해외여행만 나가면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어학연수를 하게 되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귀가 거기에 익숙해진다.

 이탈리아, 프랑스 사람들은 그들만의 억양이 정말 강하다. 그들은 영어를 할 때에도 그들의 억양이 그대로 드러난다. 처음에는 그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아니, 지금 하는 저 말이 영어가 맞는지 의심했다. 그런데 지금은 알아들을 수 있다. 내 귀가 점점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금 나이가 있는 아이리쉬 남자분들의 말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다... 그들만의 단어 뒷말을 흘리는 억양이 있는데... 잘 모르겠다...


 특히, '아일랜드'에서 영어 공부하는 것의 좋은 점이 있다. 바로 아이리쉬 악센트이다. 아이리쉬 악센트는 영국과 미국의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 미국의 물 흘러가는 말보다는 또박또박하여 귀에 잘 들어오고, 영국의 악센트보다는 부드럽다. 영국처럼 t발음을 강하게 하진 않고, 미국처럼 r발음을 강하게 하지 않는다. 반대로, 영국처럼 r발음을 딱딱하게 하진 않고, 미국처럼 t 발음을 [ㄹ] 발음으로 굴리지 않는다. 그 중간쯤의 악센트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기대한 것만큼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스피킹이다. 의외일 수 있다. 왜냐하면 어학연수를 하면 외국에서 영어만 쓸 텐데 스피킹이 아쉽다니..!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물론 다른 국적의 친구들과 만나다 보니 영어만 쓰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들도 나와 비슷한 영어 수준을 가지고 있다. 모두 완벽하지 않은 실력으로 말을 하다 보니 모델링이 되지 않는다. 물론 어학원에서 선생님과 대화를 하지만 그것은 하루에 4시간 밖에 되지 않으니,,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현지 친구를 만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왜냐하면 어학원 학생 신분으로 있는 한, 커뮤니티는 어학원과 집, 추가로 일하는 곳일 것이다. 놀랍게도 그곳에서는 아이리쉬들이 없다. 어학원에 영어를 공부하러 모국어가 영어인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선생님은 아이리쉬이지만 그들은 선생님일 뿐이다.. 집에도 아이리쉬 주인과 같이 산다면 아이리쉬와 친분을 쌓을 수 있겠지만 보통은 모두 유학생들,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일터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기대한 만큼 영어 스피킹이 늘지 않는다.


 그래도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점들이 나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기에 나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아일랜드에 오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것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는 현재 매우 만족 중이다. 어학연수에 오지 않았더라면 전혀 알 길이 없는 지구 반대편의 친구와 한국이 아닌, 그렇다고 친구의 나라도 아닌, 아일랜드에서 만나 서로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문화를 나누는 것이 정말 새롭고 흥미롭다. 아마 이것이 어학연수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튀르키예 친구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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