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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

 아일랜드에서 생활한 것도 어느덧 4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버스를 타는 것도, 집으로 가는 길도,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매번 버벅대로 틀리는 것도. 처음에는 한국과 다른 점을 찾는 것이 재미있었다. 보행자 신호등에도 노란불이 있는 것도 신기했고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지 않는 것도 신기했다.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나머지 더 이상 신기하지도 않고 그냥 일상이 되어버렸다. 더 이상 그런 차이들에 대해 아무런 감정과 생각이 남아있지 않다.


 그런데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먼저 자동차 좌측통행이다. 아일랜드는 운전자는 차 우측에 앉고 차는 도로 좌측통행을 한다. 그래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할 때면 오른쪽에서 자동차가 오는지 확인해야 하므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야 한다. 그런데 고개는 아주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돌아간다. 차의 뒤꽁무니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잠깐 몇 초 동안은 뭐가 잘 못 됐는지도 모른다. 나 혼자..ㅇㅅㅇ? 또 잘 못 본걸 알아차리고 다시 오른쪽을 본다. 그렇게 좌우좌우 고개를 저으며... 횡단보도 앞에서는 고개가 사정없이 좌우로 왔다 갔다 거린다. 짐작하건대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또 다른 것은 문화차이이다. 바로 신발을 신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 신발을 신고 거실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면 마음에 무언가 죄책감이 든다. 그래서 나는 중문 앞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은 뒤 방으로 간다. 이 나라 사람들은 신발이 더럽다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까? 한 번은 아침밥을 먹으러 주방에 내려와서 평소처럼 토스트를 먹고 있었다. 시야에 신발이 들어왔다. 신발(하이힐)이 싱크대 옆에 올려져 있었다. (????) '왜 신발이 주방 싱크대 옆에 올라와 있지?' '신발을 빨으려고 저기에 올려놓았나?' '아니지, 신발을 주방 싱크대에서 빨리 가 없지..'  '그럼 왜?'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이유를 못 찾겠었다. 주인아주머니에게 여쭤보니 하이힐을 페인트칠했다고 하셨다. "아~"라고 대답했지만, '근데 그걸 왜 주방 싱크대에서?' 이해하길 포기했다. 문화 차이 극복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영어도 익숙해지지 않은 것이 있다. No로 대답해야 긍정이 되는 질문이다. 부탁을 요청하는 영어 표현 중에 "Do you mind ~(부탁)?"로 질문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한국어로 해석하면 "이것이(부탁) 꺼려질까요?"이다. 그러니, "아뇨! (부탁)해드릴 수 있죠!"라고 긍정으로 대답하려면 "No"라고 대답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보면 헷갈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문장을 직접 들으면 내 머릿속은 "(부탁) 해 주실 수 있나요?"로 해석해 버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Of course, I will" 이렇게 입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나의 의도는 "해드릴 수 있죠!"이지만, 아이리쉬들이 듣기에는 "당연히 꺼려지지!"인 것이다. 자칫하면 굉장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분위기가 싸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부정문으로 물어보는 질문의 경우도 대답이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너 기억 안 나?"라는 질문을 했다고 하자. 한국말로 대답하면 "응, 기억 안 나."로 대답할 수 있다. 만약 한국처럼 생각하고 영어로 번역하여 대답하면 "Yes, I don't remember."일 것이다. 하지만 이 대답은 외국인이 들으면 그래서 기억이 안 난다는 건지, 난다는 것인지 헷갈릴 수 있다.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고 싶다면 "No"로 대답해야 한다. 이처럼 누군가 나에게 부정문으로 질문할 때면 아주 헷갈린다. 나도 모르게 한국말로 생각해서 yes로 대답했다가 다시 no로 번복하기 일쑤이다. 과연 이 영어 또한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이 올까 싶다.


정리)

Do you mind giving some water to my plants? 네가 내 꽃들에 물을 주면 꺼려지니? (내 꽃들에 물 좀 줄 수 있어?)

Not at all. 전혀 꺼려지지 않지! (그럼, 줄 수 있지.)

Yes,,,. 응,, 꺼려져. (미안)


Don't you know? 너 몰라?

No, I don't know. 응, 몰라.

Yes. I know. 아니, 알아.


(글쓴이: 정리하면서 또 헷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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