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새로운 문화와 음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롭고 재미있다. 그에 못지않게 국내를 여행하는 것도 즐겁다. 한국에도 예쁜 자연이 있는 곳이 많고 그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요리도 있다.
제주도는 지금까지 3번 정도 여행을 다녀왔다. 아주 어렸을 때, 아마 미취학 아동일 때 가족과 한라산을 등반했다. 그 쪼그맣던 아이가 나름 백록담까지 올라갔었다. 기억에 남는 건 백록담에 물이 고여있을 줄 알았는데 물이 없었다는 것과 구름을 가까이서 본 것이 신기했던 것이다. 산 정산에 오르면 구름을 따서 집에 가져갈 거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다음으로, 고3 수능이 끝나고 가족과 제주도에 갔다. 이때의 여행 테마는 식도락! 관광 명소를 찾아가지 않고 오로지 맛집을 찾아다녔다. 처음으로 먹은 음식은 우도의 방어회와 회국수이다. 방어회는 한 점만 넣어도 입안이 가득 찰 정도로 두툼했다. 회국수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정말 최고로 맛있었다. 내 인생 맛집 중 하나로 등극되었다.
(좌) 방어회 (우) 회국수
다음 날 점심 식사는 갈치조림이었다. 완전 통 갈치조림이어서 갈치만큼 긴 냄비가 나왔다. 또 오분자기 뚝배기 밥도 함께 먹었다. 숙소에서 식당까지 걸어서 갔던 터라 배가 많이 고팠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좌) 갈치 조림 (우) 오분자기 뚝배기밥
이 날 저녁은 시장에서 귤과 떡만 먹으려고 했으나 먹고 제주도 길을 걷기만 해서 매우 허기졌다. 그래서 시장 근처에 있는 해물탕집에 갔다. 사실 해산물을 좋아해서 회도 잘 먹고 생선도 잘 먹고 매운탕도 다 잘 먹지만 이상하게 해물탕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국물에서 각종 해물맛이 나서 오히려 시원하지 않은 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생선구이를 더 많이 먹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의견일 뿐 가족들은 해물탕도 야무지게 드셨다.
해물탕과 생선 구이
다음날은 마라도에 갔다. 최남단 섬이라고 하니 안 갈 수 없다. 마라도에 있는 분교도 구경하고 짧게 섬을 구경한 뒤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은 마라도 짜장면이다. 마라도에서는 짜장면 위에 톳을 올려준다.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생각보다 맛있었다. 또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 었는데 짬뽕이 제격이었다. 역시 제주도여서 그런지 해산물을 양껏 넣어주는 게 정말 만족스러웠다.
톳 짜장면, 탕수육, 해물 짬뽕
마라도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다시 제주도 본섬으로 갔다. 저녁 식사는 바로 제주 흑.돼.지. 흑돼지 삼겹살을 3인분 주문했다. 4인이었지만 하루종일 먹은 탓에 소화될 틈이 없어서 먼저 3인분을 주문하고 추가로 주문하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부족했다. 그래서 2인분을 더 주문하기로 했다. 그런데 웃겼던 것이 분명 2인분을 주문했는데 3인분 같은 2인분이 나왔다. 사장님께 2인분 양이 맞냐고 여쭤볼 정도였다. 2인분 양이 맞다고 하셨고, 이 2인분도 깔끔하게 다 먹었다. 과연 사장님은 처음 3인분을 적게 주신 걸까? 나중 2인분을 많이 주신 걸까? 어찌 되었든 아주 잘 먹었습니다.
제주 흑돼지
여행 테마가 식도락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이 먹는 것이었다. 식사 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예쁜 카페들도 가서 음료와 디저트도 즐겼다. 식사 중간중간에는 계속 제주 돌담길을 걸었다.
제주도에도 아름다운 관광 명소가 있다. 오름이나 섭지코지, 성산일출봉 등. 하지만 제주도에 갔던 시즌이 겨울이었기 때문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관광보다는 먹으러 다녔던 것 같다. (오히려 좋아.) 다음에 또 제주도 여행을 한다면 제주도가 가장 예쁠 시기인 봄이나 초여름에 가서 여행 테마를 유채꽃 또는 수국 등 꽃테마로 여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