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는 21살 여름방학 때 엄마와 둘이서 다녀온 여행이다. 최고의 여행으로 기억에 남는다. 숙소부터 정말 환상적이었다. 리조트 뒤편이 바로 바다여서 언제든 바다에 가고 싶으면 갈 수 있었다. 그래서 하루 저녁은 다른 곳에 안 나가고 리조트에서만 놀았다. 아침에 그곳을 갔을 때 정말 천국 같았다. 코타키나발루의 바다는 얕고 정말 넓다. 시야 가득히 하늘과 바다만 있었다. 구름도 정말 뭉게뭉게 뭉게구름이었다. 어느 시간이든지 바다에 가고 싶으면 바다로 향했다.
이 여행에서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스노클링 하기를 달성했다. 툰구 압둘 라만 해양 국립공원은 요트를 타고 들어가야 했다. 그곳에 도착하니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를 알았다. 바닷물이 계곡물처럼 맑았다. 스노클링을 하면서 니모를 만났다. 말미잘 사이에서 니모가 나왔다. 정말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니모보다 더 귀여운 흰동가리가 빼꼼 나와 있었다. 손을 뻗으면 나모들이 점점 나에게 다가왔다. 동글동글하고 작고 귀여웠다. 딱 그 순간이 인어공주 OST가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또 다른 투어로는 맹그로브 숲에 갔다. 밤에 반딧불이를 보는 것이 하이라이트인 곳이지만 낮에는 액티비티 공간이었다. 맹그로브 숲에서 바나나보트도 탔다. 숲을 더 지나면 또 바다가 있었다. 그 해변에는 해먹도 있었다. 해먹에서 여유롭게 쉬다가 바다에 또 들어갔다. 이 바다는 얕고 드넓어서 마치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물 행성에 간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밤이 되고, 반딧불이 투어로 갔다. 보트를 타고 맹그로브 숲을 한참 들어갔다.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불빛으로 반딧불이를 유인하니까 맹그로브의 한 나무 전체에 불이 켜졌다! 딱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빛이 들어오는 것과 같았다. 반딧불이가 어찌나 많던지 공중에 별이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불이 물에 비쳐서 하늘과 바닥에 별이 가득 찼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이날 달빛이 너무 밝았다. 달에 스위치가 있다면 스위치를 끄고 싶은 심정이었다. 달빛이 없었다면 이보다 훨씬 예뻤을 텐데,,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여행을 즐겁게 만드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면 처음 먹어보는 음식, 과일의 맛을 나만의 방식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코타키나발루에서 처음으로 스타프루츠를 먹었다. 스타푸르츠는 어렸을 적에 봤던 애니메이션 "케로로"가 정말 좋아하는 과일이다. 어렸을 때 저 과일이 세상에 진짜 존재하는 과일 일까 하는 의문도 있었고, 실존하는 과일임을 알고 나서는 얼마나 맛있는 과일일까 궁금했다. 그 과일을 이곳에서 발견했고 당장 먹어봤다. 처음에 사 먹은 스타푸르츠의 맛은 그냥 채소 그 자체였다. 물 맛이 나는 아삭한 채소.. 풀 뜯어먹는 느낌이어서 몇 입 베어 먹고 그만 먹었다....
파파야와 구와바도 이곳에서 처음 먹어 보았다. 파파야는 물렁한 당근향 과일이다. 당근향이 은근히 난다. 엄마 입맛에 맞았다 보다. 계속 가져다 드셨다. 구와바는 딱딱한 딸기향 과일이다. 구와바는 내 입맛에 맞았다. 처음 먹어보는 과일을 내가 아는 맛으로 표현하는 것이 재밌다.
처음 경험해 보는 일들이 많아서 나에게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었다. 특히 이 여행이 더 특별해진 것은 엄마와 카페에서 대화를 많이 한 것 덕분이다. 고등학생 1학년 끝무렵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고, 대학생 때는 자취를 하며 꽤나 어렸을 적부터 가족과 떨어져 있었다. 물론 주말마다 집에 갔지만, 집에거주하는 것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카페에 가 엄마와 3시간 정도를 계속 수다를 떨었다. 분명했던 얘기고 결말까지 다 아는 내용을 또 말하고 들었지만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그럴까 이 날 이후부터 주말에 엄마와 카페에 가는 것이 일종의 루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