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쯤에는 국내여행만으로도 가슴이 막 설렜다. 아빠 차를 타고 여행지로 갈 때 휴게소에서는 튀김우동을 먹을까 돈까스를 먹을까 고민하고 사회과 부도책을 펼쳐서 '여행지의 특산물이 이거라는데, 엄마! 꼭 사 오자'하며 신나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국내여행은 그때만큼 가슴 설레지 않았다. 왜일까 국내는 비슷한 풍경 이어서일까 아니면 비행기를 타지 않아서일까?
이번에는 특별한 국내여행을 계획했다. 바로 독도에 가기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죽기 전에 독도는 눈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이번 여행은 오빠가 가이드를 자처했다. 지리교육과를 나온 오빠가 이미 한번 답사를 갔던 지역이었기 때문이었다. 숙소부터 관광지, 식사까지 오빠가 모두 준비해서 나머지 가족 구성원은 편하게 뒤따라 가기만 하면 되었다.
독도를 가기 위해서는 울릉도 여행은 필수이다. 사실상 울릉도 여행 중 하루 독도에 가는 게 더 맞는 이야기이다. 울릉도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으로 독도 짬뽕을 먹었다. 이 독도 짬뽕에는 그 유명한 독도 새우가 하나 들어가 있다. 정말 맛있는 울릉도의 첫끼였다. 첫날은 도동항으로 갔다. 오후쯤 도착했기 때문에 첫날은 독도 전망대만 가기로 했다. 날씨가 좋으면 독도 전망대에 있는 망원경으로 독도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쉽지만 이날은 구름 낀 날이었다. 그래도 전망대에서의 풍경은 멋있었다. 다시 도동항으로 내려와 저녁으로 근처 식당에 갔다. 홍합밥, 따개밥, 홍따밥 중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오빠가 고민할 필요 없다고 했다. 울릉도 식당은 대부분 홍합밥, 따개밥, 홍따밥 밖에 없으니 내일 아침도 이중에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홍따밥을 먹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좌) 독도 짬뽕 (우) 독도 전망대 풍경
둘째 날은 성인봉에 갔다. 성인봉 등산길까지 가는 길도 참 험난했다. 울릉도는 화산섬이다. 그 화산섬의 꼭대기 부분만 바닷물 위에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 평지가 많이 없다. 택시를 타고 성인봉 등산길 입구까지 갔는데 계속 험난한 오르막길이었다. 아마 울릉도 현지분들만 이곳에서 운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등산길 입구부터 성인봉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등산을 안 한 지 오래되어서 꽤나 힘들었다. 올라가는 길에 봉래폭포 사진도 찍고, 성인봉도 찍고 반대편으로 하산했다. 그쪽에 나리분지가 있기 때문이다. 나리분지는 평지를 뜻한다. 그 울릉도에 몇 없는 평지 말이다. 나리분지에 메밀꽃밭이 있었다. 메밀꽃이 이렇게 예쁜지 몰랐다. 드라마 '도깨비' 덕분에 그 꽃말을 알고 있었다. '인연'. 하얀 메밀꽃이 같은 높이로 있어서 마치 눈이 쌓여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걷고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갔다. 이곳은 산채비빔밥을 파는 곳이었다. 왜 등산한 후의 산채 비빔밥은 더 맛있을까? 나물 향이 더 향긋하게 느껴지고 더 맛있었다.
(좌) 메밀꽃 밭 (우) 산채 비빔밥
저녁에는 저동항으로 이동했다. 저동항에 도착해서 등대를 보고 회를 사 먹기로 했다. 수산물 시장에서 우럭과 오징어를 골라서 바로 회 떠서 먹었다. 역시 최고였다. 남은 오징어회는 포장해서 숙소에 가져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컵라면을 하나씩 샀다. 컵라면을 뜯고 그 위에 오징어 회를 올린 후 뜨거운 물을 부어 컵라면을 만들어 먹으면 정말 최고로 맛있다. 그렇게 야식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다음날 아침 촛대암 풍경의 일출을 봤다. 새해에도 일출을 보러 가지 않는 사람인데, 이날은 이상하게 눈이 떠졌다. 이후 아침으로 또 홍따밥을 먹었다. 그리고 행님해안산책로를 걸었다. 물이 정말 맑았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색이었다. 파도가 부서지면서 생기는 물보라도 정말 시원했다. 해안길을 다 걷고 '이레'카페에 들어갔다. 밀크티를 먹었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밀크티 중에 가장 맛있었다. 내가 울릉도에 와서 이렇게 맛있는 밀크티를 마시게 될 줄을 상상도 못 했다.
촛대암과 해안 산책로
다시 도동항으로 넘어왔다. 왜냐하면 독도에 가기 위해서이다. 대망의 독도에 가는 날! 배에 오르기 전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당연히 이곳도 홍따밥이겠거니 했는데 이 식당은 명이나물김밥을 팔고 있었다. 뜻밖의 횡재에 명이나물 김밥을 세줄을 먹은 것 같다. 그런데 식당 아주머니께서 관광객인 우리를 알아보시고 독도에 가냐고 물어보셨다. 식사를 마치고 독도 가는 배에 탈거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한 날부터 독도 가는 배 출항이 연달아 취소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원래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바닷길은 파도가 강해서 운이 좋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곳이 독도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조금 걱정이 되었다. 사실상 독도에 가려고 울릉도에 온 건데... 출항이 취소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예정대로 배 멀미약을 샀다. 운이 따라 준 걸까 우리는 다행히 독도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독도는 독도 노래의 가사답게 조금은 외로워 보였다. 큰 바위, 작은 바위 2개로 이루어진 섬. 대한민국의 최동단. 그곳에서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독도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길지 않다. 그 30분 남짓 시간 동안 독도를 계속 바라보고 돌아왔다.
!!독도!!
다시 울릉도로 넘어왔다. 마지막날, 우리가 과연 울릉도에 또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또 먹고 싶은 음식인 독도 짬뽕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울릉도 오징어와 명이나물을 구매했다. 그리고 돌아가기 직전에 소식을 들었다. 오늘은 독도로 가는 배 출항이 취소되었다고 했다. 정확히 우리가 계획한 여행 중에, 우리가 독도에 간 날만 배가 출항했던 것이다. 정말 행운이 따른 여행이었다.
한동안 국내 여행에 대한 설렘이 적었는데 유난히도 이 독도 여행은 기다려지고 설렜었다. 이유를 잘 몰랐는데 독도 여행을 경험하며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쉽게 갈 수 없는 여행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국내 여행은 너무 쉽게 갈 수 있다.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고, 1박 2일로 주말에 잠깐 다녀올 수도 있고, 기차를 타거나 버스, 자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언제든 갈 수 있다는 마음은 그 여행지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것 같다. 반면에 독도는 쉽게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배가 출항을 해야만, 날씨가 좋아야지만, 운이 따라줘야지만 독도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운이 따라줬다는 것에 감사한 여행이었고 기억에도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