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의 두 번째 날이다. 이 날은 그 유명한 대영 박물관에 가는 날이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유적들은 영국 것은 아니지만 가치 있는 유적들이 많다. 분명 우리끼리 가서 영어로 된 설명을 읽으면 이해 못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오디오 가이드를 구매했다.
대영 박물관의 ground floor(우리나라로 따지면 1층)부터 견학을 시작했다. 엄청난 유적들이 펼쳐졌다. 그중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건 미라의 관들이다. 관에 새겨진 무늬와 그림들이 정말 다양하고 그 크기도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그 개수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정말 많았다. 그래서 우리끼리 장난 삼아 "이 정도면 미라도 훔쳐온 거 아니야?" "설마, 따지고 보면 시신인데, 그걸 가지고 왔겠어?"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위층에 갔더니 정말로 미라가 있었다. "이걸 진짜 가지고 왔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유명한 유적들 몇 가지만 보고 나오지만 우리는 마지막 층까지 전부 보고 나왔다.-
대영 박물관 입구
이 박물관에는 미라뿐만 아니라 건축물 같은 누군가의 무덤, 파르테논 신전 상부에 있던 조각상들과 같은 엄청난 유적들이 있다. '영국이 이걸 다 가지고 왔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유적들이 그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 있다는 사실이 좀 안타까웠다. 자기 나라 유적을 보기 위해 다른 나라로 가야 한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하긴 우리나라 "직지심체요절"도 프랑스에 있지 않은가. 유적은 그 나라의 문화와 배경이 담겨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 그 가치와 존재가 과연 전부 드러날 수 있을까?
대영 박물관 견학
대영 박물관을 전부 돌아보고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점심을 먹으러 갔다. 자고로 영국에 왔으면 "퓌시 앤 칩스"를 먹어야 영국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검색 끝에 한 가게를 정했고 퓌시 앤 칩스를 주문했다. 생선은 대구(cod)로 정했다. 사실 맛은 우리가 아는 생선튀김과 감자튀김 맛이다. 그런데 아마도 음식의 맛은 맛 자체로 기억되지 않는 것 같다. 생선 튀김과 감자튀김을 영국에서 먹었다는 사실이, 그 음식의 본고향에서 먹었다는 사실이 그 맛을 한 층 업그레이드 해주는 것 같다. 점심은 그렇게 성공적이었다.
퓌시 앤 칩스
이후 우리는 런던 아이를 타러 갔다. 런던 아이는 템스 강 근처에 있는 관람차이다. 비행기를 타고 런던에 착륙하기 전 비행기 창문 너머로 런던 아이가 보였다. 그때 런던 아이를 타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이 바로 타는 날이다. 먼저 런던 아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관람차에 탑승했다. 생각보다 되게 컸고 높이 올라갔다. 런던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그렇게 런던의 마지막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빅벤을 보러 갔다. 밤에 보는 빅벤의 불빛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말하던데,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 땐 공사 중이었다. "빅벤 완공되면 꼭 다시 와서 보자" "런던에 다시 와야 하는 이유가 생겼네." 그렇게 우리끼리 다시 런던에 올 것을 약속했다.
템스 강에서 본 런던 아이, 런던 아이 탑승 중에 본 템스 강, 공사 중인 빅벤
영국 런던 여행 DAY3
벌써 영국의 마지막 날이다. 이날은 영국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는 날이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런던을 즐겨보고자 일어나자마자 버킹엄 궁전으로 향했다. 보통은 군인 교체 시간에 많이들 관람하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그래도 왕궁을 지키는 군인과 마차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국의 차를 사러 '포트넘 앤 메이슨' 가게로 갔다. 영국 왕실 차로 유명한 브랜드이다. 왕실에서 마시던 차의 가게인 만큼 가게 안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였고 찻잎향이 은은하게 나고 있었다. 차에 대해 문외한이라 'breakfast tea', 'Earl grey classic', 'apple tea'를 구매했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차를 자주 마시지 않아서 티백으로 구매했었는데 지금 너무너무 후회하고 있다. 아마도 찻잎으로 구매했다면 차를 마시는 내내 찻잎향이 났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영국에 다시 갈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버킹엄 궁전
영국 런던 여행 정리
영국은 마치 작은 테마파크 느낌이 난다. 건물이 작은 건 아닌데도 불구하고 누군가 꾸며놓은 느낌이 난다. 특히, 영국의 지하철은 실제로 생각하는 것보다 아기자기해서 마치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른 테마파크에 도착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또 영국의 밤하늘은 맑은 남색이다. 깨끗하고 모던한 회색 또는 아이보리 색의 건물과 맑은 남색 하늘이 만나서 판타지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