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타를 타고 영국에서 프랑스로 건너왔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미식의 나라를 즐기기 위해 바로 밖으로 나갔다. 프랑스의 영행 테마는 미슐렝 식당 가기, 1일 1 에펠탑 하기 2가지였다. 프랑스의 첫 음식을 먹으러 갔다. 맛은 말해 뭐 해. 요리가 취미인 나는 대부분의 요리를 직접 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날 먹은 음식은 따라 할 수 없는 음식이었다. 간단한 요리처럼 보였지만 풍미가 차원이 다르다. 정말 감탄하면서 먹었는데, 프랑스에서 먹은 모든 음식이 환상적이었다.
카페콩스탕 레스토랑
식사를 마친 후 상제리제 거리로 갔다. 그 유명한 상제리제 거리도 걷고 그곳에 위치한 유명한 마카롱 카페를 가기 위함이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길을 착각해서 몇 정거장 전에 내려버렸다. 그런데 웬걸 눈앞에 개선문이 있었다. 개선문은 여행 계획에서 제외했었다. 그 이유는 유럽여행을 앞두기 전 프랑스 시민들이 노란 조끼를 입고 개선문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시위가 아니었고 시위대와 경찰이 싸우는 정도의 큰 폭동 수준이었다. 그래서 개선문 근처는 가지 않기로 했지만 그곳에 잘 못 내려버린 것이다. 그런데 정말 희한하게도 개선문은 한산했다. 몇몇의 관광객뿐이었다. 아니 이런 뜻밖의 횡재가 있나! 너무나도 조용한 개선문에 신이 난 우리는 한참을 개선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개선문
개선문으로 한층 들뜬 마음으로 상제리제 거리를 걷고 카페 라뒤레에 들어가 마카롱을 먹었다. 우리나라의 마카롱은 아주 뚱뚱하다. 그런데 사실 이 마카롱은 한입에 들어가기 좋은 크기로 만드는 것이 정석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코크와 퓔레의 적절한 비율이 중요한 디저트이다. 그 마카롱의 고향인 프랑스에서 제대로 된 마카롱을 먹게 되었다. 맛은 소금맛, 딸기맛, 말차맛, 마지막은 마리앙투아네트 맛. 마리앙투아네트 맛은 그 맛이 궁금해서 골랐다. 놀랍게도 이중에 마리앙투아네트 맛이 가장 맛있었다. 그리고 모든 마카롱이 전체적으로 단 맛이 강하지 않았다. 마카롱 한 입, 커피 한 모금. 이렇게 번갈아 가면서 먹었다. 지나치게 달지 않은 마카롱 한 입, 이후 커피 한 모금이 그 단 맛마저 싹 녹여주어 정말 식사를 마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디저트는 식사 코스 중에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단계라던데 그 의미를 이때 알게 되었다.
카페 라뒤레, 마카롱
프랑스 파리 여행 DAY2
프랑스 파리 여행 둘째 날. 이 날은 베르사유 궁전에 가는 날이다. 베르사유 궁전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점은 '거대하다'였다. 아직 궁전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그 입구부터가 엄청 컸다. 궁전 안도 당연히 정말 컸다. 내가 옛날 이곳의 하인이었다면 분명 길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왕실이 이토록 부를 가질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도 있었지만 동시에 궁전이 아름다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 유명한 루이 14세 태양의 방도 가고, 거울의 방, 마리앙투아네트가 실제로 사용했다던 방 모두 봤다. 왕실 내부 구경을 마치고 궁전 정원으로 갔다. 궁전 정원 너머로 또 정원이 있다. 그리고 그 정원 너머로는 '트리아농'이라는 곳이 또 있다. 이 '트리아농'은 여왕이 왕실 생활이 지루해서 서민들이 사는 마을을 궁전 안에 만든 곳이다. 왕실의 삶이 얼마나 지루하면 마을을 만들 생각을 다했을까? 너무 큰 궁전 안을 다 돌아보느라 발바닥이 너무 아팠지만 트리아농도 너무 궁금해서 그곳까지 또 걸어서 갔다. 너무 걸어서 발바닥이 쪼개질 것 같았지만 가길 정말 잘했다. 풍경만으로도 정말 평화로운 곳이었다. 실제 서민들의 삶은 평화롭진 않았을 텐데, 심심한 여왕이 만든 서민 마을은 보기 좋게 평화로웠다.
베르사유 궁전 앞, 트리아농
아침도 거르고 10시부터 베르사유 궁전을 구경했었다. 그 거대한 베르사유 궁전과 정원, 트리아농까지 다 보니 오후 4시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점심도 건너뛰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코스 요리처럼 스타터, 메인요리, 디저트 순서대로 모두 주문했다. 스타터는 단호박 수프, 메인요리는 스테이크, 디저트는 크림브륄레. 친구는 스타터로 양파 수프를 먹었다. 이름이 되게 생소해서 맛있을지 의문이었는데 한 입 얻어먹었더니 단호박 수프보다 더 맛있었다. 스테이크는 고기라고 생각 들지 않을 만큼 부드러웠다. 디저트 크림브륄레는 디저트 스푼으로 굳은 설탕을 탁탁 깨고 안에 있는 크림을 듬뿍 퍼서 한 입 가득 먹었다. 무엇하나 흠잡을 것 없는 저녁 식사였다.
완벽한 저녁 이후 에펠탑을 보러 갔다. 에펠탑을 보러 가는 길 중간에 저렴한 가격으로 모자를 팔고 있길래, 친구랑 세트로 함께 사서 모자를 썼다. 모자를 쓰니가 마치 파리지앵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 파리지앵은 쓰지 않지만 우리만 좋으면 그만이니까. 에펠탑이 한눈에 보이는 곳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평범하게 빌딩들이 있는 곳이었고 그 사이에 적당한 크기의 광장이 있다. 그 광장의 배경이 에펠탑이다. 그 광장에 버스킹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노래도 하필 레옹 ost였다. 에펠탑 배경에, 레옹 ost. 정말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해가 거의 질 때까지 에펠탑을 구경하고 걸어서 숙소로 돌아갔다. 그런데 숙소로 가는 길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가게를 발견했다. 대체 무슨 가게 이길래 줄을 섰지? 하면서 살펴보니 베이커리였다. 현지인이 줄을 서는 베이커리라니! 너무 궁금해서 자연스럽게 우리도 그 줄에 합류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파이들이 정말 많았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체리파이, 애플파이, 바게트. 이렇게 샀다. 파이들은 호텔에 들어가서 먹기로 하고 바게트는 걸으면서 먹기로 했다. 그렇게 맨 바게트를 입에 물었는데! 정말 너무 맛있었다. 아무런 소스 없이 빵만으로도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는 걸까? 호텔에 들어가서는 바로 파이를 먹었다. 정말 너무 맛있었다. 사실 나는 타르트, 파이류의 빵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베이커리의 파이는 next level 맛이었다. 너무 맛있는 나머지 사진도 못 찍었다.
여행에서 '우연'은 여행을 더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우연히 버스를 잘 못 내렸는데 개선문을 볼 수 있었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줄을 선 사람들을 봤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파이 중에 제일 맛있는 파이를 먹게 되었다. 또 우연히 고개를 들어서 본 에펠탑이 유독 더 예뻐 보였다. 이런 순간들이 여행을 더 풍부하게 만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