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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여우 Jan 31. 2024

[03] 스위스 수도, 베른

여행 두 번째 날

2023년 9월 30일 토요일


여행 가기 전부터 날씨앱을 수시로 확인했다. 스위스에서 관광이 가능한 날은 토, 일, 월 3일이다. 이 중 가장 날씨가 좋은 날은 융프라우요흐, 흐린 날은 베른을 가기로 했다.


나는 스위스, 이탈리아가 두 번째지만 남편과 아들은 처음이기 때문에 꼭 가봐야 할 곳 위주로 계획했다. 즉 대부분 장소가 나는 이미 다녀온 곳이다. 오히려 필수 관광지가 아니어서 가보지 않은 베른이 가장 기대가 되었다. 일요일은 대부분 가게가 휴무, 월요일은 박물관이 휴무이기 때문에 토요일에 가고 싶었다. 토요일인 오늘 마침 날이 흐리다. 날씨가 흐려서 다행이다.


어제 일찍 자서 새벽 4시에 깼다. 내 스마트폰 이심 때문에 고객센터에 문의했던 메시지 답이 와 있었다. 스위스 도착 후 이유 없이 이심 연결이 안 되었고, 한국 고객센터는 시차 때문에 문의 시간이 안 맞았다. 내가 가이드인데 내 스마트폰이 안되면 곤란하다고. 고객센터에서 따로 알려준 아이디와 비번으로 드디어 로밍에 성공했다. 남편과 아들도 일찍 일어나 우리는 6시 30분에 조식을 먹기로 했다.


이 시간 식당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인터라켄 유스호스텔에서 4박을 해보니 새벽에 조식 먹는 사람은 다 동양인이다. 그것도 한국인. 그들은 7시면 다 사라진다. 새벽 산악열차를 타거나 다른 도시로 이동했겠지. 우리 가족도 그랬고.


조식을 먹고 가볍게 출발했다. 베른은 인터라켄에서 기차로 약 한 시간 거리이다. 베른 역 유료 화장실을 이용하고, 관광안내소에서 무료 맵을 하나 챙겼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른은 걷기 좋은 도시이다.

역을 나와 구시가지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물은 '죄수의 탑'이다.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근사한 탑을 지나 연방의사당으로 갔다.


건물도 멋있지만 연방의사당 뜰에서 보는 전망이 정말 좋다.

대형 체스판이 있어서 아들과 체스도 했다.


작은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가 베른 역사박물관 & 아인슈타인 박물관을 갔다. 구시가지에 있는 아인슈타인 하우스와는 다른 곳이다. 아인슈타인이 중립국인 스위스 베른에서도 살았다고 한다.

박물관 건물이 이렇게 멋질 일인가. 베른은 베를린과 이름이 비슷한데 둘 다 베어와 관련이 있다. 베른도 도시 곳곳에 곰 관련 조형물이 많이 있다. 박물관 입구에도 있는 곰 조형물.


이 도시를 세운 가문이 첫 사냥으로 잡은 동물로 도시 이름을 짓겠다고 했고, 그게 곰이다.


박물관 러버 아들은 다른 나라 박물관은 처음이라며 감격했다. 여기는 사람이 정말 없다. 인기 박물관은 아닌가 보다. 볼 만은 하지만 스위스 패스가 있어서 들어온 것이지 비용을 지불해야 했으면 안 왔을지도. 그래도 은근히 규모가 있어서 꽤 오랫동안 관람했다.

성 같은 뾰족 지붕 아래 전시공간이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는 곳.


관심 있게 본 전시물로 분수대 조형물이 있다. 베른의 구도심에는 분수가 정말 많다. 각각의 분수대마다 다양한 디자인의 조형물이 있어 분수대 투어 코스도 있다. 그 원본이 모두 이 박물관에 있다. 거리에 있는 건 복제품이다.

박물관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날이 화창하게 개었다.


트램을 타고 다시 구시가지로 이동했다. 구글을 검색해서 적당히 평점이 좋은 파스타 집에 갔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아들은 오히려 여행 와서 더 잘 먹는다.


스위스 여행 중 비가 와서 여행하기 힘든 날은 베른 관광을 하는 것이 좋다. 구도심 전체에 돌로 된 긴 아케이드가 있어 우산 없이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를 걸어보니 음습한 것이 걷기에 기분 좋지는 않았다. 베른도 맑은 날씨에 방문하는 것이 더 좋다.

건물마다 있는 지하 공간이 흥미로웠다. 과거에는 창고였고 현재는 매장으로 쓰인다. 바닥으로 향하는 입구가 특이하다.



도시 한가운데 곰 공원이 있다.



한 나라의 수도가 이렇게 우아하다니. 스위스 여행에서 나의 원픽은 베른이다.

시위하는 인파를 만났다. 하나의 시위가 아니라 각자 하고 싶은 메시지를 든 다양한 그룹인 것이 신기했다. 시위에서도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감상은 잠시, 시위 때문에 모두 교통수단이 정지되었다. 베른이 걷기 좋은 도시인 것은 맞지만 돌길을 오래 걷기는 힘들다.


오후 4시, 시계탑 치트글로게에서 정각마다 움직이는 인형을 구경하고, 인터라켄으로 돌아가기 위해 베른 역으로 갔다. 기차역에 가까워질수록 시위 행렬은 더 많아져 인파를 뚫고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었다.


무사히 베른역에 도착해서 인터라켄행 기차를 올라탔다. 맞은편에 앉은 청년이 나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다. 한국이라고 대답했다. 예상한 다음 질문은 남한이냐 북한이냐였는데, 북한에 친척이 있는지 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다가, 없다고 대답했다. 우리 세대에 북에 친척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분단국가에 대한 호기심이었는지. 슈비츠에 산다는 그 청년은 그게 왜 궁금했을까.


인터라켄 동역 coop에서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서 숙소로 복귀했다. 내일 날씨는 매우 맑음이라 융프라우요흐를 가기로 했다. 너무 피곤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고,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되어 저녁 8시에 일찍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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