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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여우 Jan 30. 2024

[02] 서울에서 인터라켄까지

여행 첫 번째 날

2023년 9월 28일 목요일


추석 연휴 첫날인 28일 밤 비행기였다. 전 날 밤이나 28일 아침 시간을 원했지만 6개월 전 이미 티켓이 없었다. 집에서 지루하게 잉여짓 하다가 공항에 조금 일찍 갔다.


차만 타면 멀미하는 아이 때문에 공항철도를 이용했다. 공항철도도 처음이고, 인천공항도 코로나 이후 처음이라 도착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당분간 한식을 못 먹을 테니 공항에서 마지막 식사로 한식을 먹었다. 연휴 시작일이라 사람이 엄청 많았다.


아들은 비행기가 처음이다. 세 돌 때 베트남 간 게 전부이고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한다. 공항 코너 코너마다 최애 프로그램인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관련 에피소드를 기억해 내며 재잘댔다.


                                                                            


비행기 탑승해서는 승무원 설명을 집중해서 듣고, 비상시 자세 따라 취해보고 구명조끼 위치 확인하고 엄마 거는 여기 있다 알려주고... 비행기 이륙 때는 엄청 신나 했다.


핀에어는 북유럽 사이즈라 이코노미 좌석도 넉넉했다. 3년 만에 탄 비행이라 기내식도 맛있고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핀란드까지는 13시간 걸렸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회 비행하기 때문에 원래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고 한다. 북극해를 지난다는 블로그 글을 읽어서 비행기에서 오로라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아쉽게도 우리가 탄 비행기는 남쪽으로 우회했다.  



2023년 9월 29일 금요일


밤 비행기라 잘 자고 다음날 새벽에 핀란드 헬싱키 공항 도착했다. 유럽 연합국이라 입국 심사를 이때 하기 때문에 2시간 환승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취리히행은 작은 비행기로 거의 국내선 수준이었다.


우리 앞자리에 앉은 인형 같이 예쁜 핀란드 여자아이가 아들에게 계속 장난을 친다. 들은 처음엔 부담스러워했지만 싫지 않은 눈치다. 덕분에 취리히까지 지루하지 않았다. 도착 후 서로 작별 인사도 했다. 여행 중 아들은 가끔씩 릴리는 어디를 여행하고 있을까 궁금해했다. 훗날 아들에게 외국인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어떨지 잠시 상상해 봤다.


29일 아침 9시 45분,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최근 취리히에서 인터라켄 가는 직행 기차가  생겼다. 우리는 찾을 짐도 없고 여유롭게 공항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이때 스위스 트레블 패스를 처음 개시했다. 따로 체크를 할 것은 없고 기차 안에서 큐알코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되었다.


집에서 인천공항까지 지하철 2시간,

인천공항에서 취리히까지 경유 포함 비행 18시간,

취리히 공항에서 인터라켄 동역까지 기차 2시간,

대기 시간 포함하면 도어 투 도어 하루 넘게 걸렸다.




인터라켄 유스호스텔

오후 1시, 첫 숙소인 인터라켄 유스호스텔 도착해서 체크인하니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스위스 유스호스텔은 국제교사증 할인이 가능해서 국제 교사증도 만들었다. 회원 할인은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가능하다고 해서 기존 예약을 취소하고 공홈에서 다시 예약했다. 28프랑, 약 42,000원 할인받았다. 국제 교사증 발급비용이 17,000원이니 노력에 비해 큰 할인은 아니다. 대신 숙소 예약 사이트보다 공홈이 훨씬 쌌다. 결과적으로 싸게 예약했으니 다행이다.


이 유스호스텔은 18년 전 내가 머물렀던 곳이다. 혼자 묵었던 유스호스텔을 남편, 아들과 함께 재방문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는 6인실 도미토리에 있었고 이번에는 가족실이다. 가족실이지만 2층 침대 두 개가 있는 도미토리 형식이고, 침실, 세면대, 샤워실, 화장실 공간이 각각 문으로 분리되어 있어 편리했다.

전망은 그냥 기차역인데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인터라켄 유스호스텔 가족실
인터라켄 유스호스텔 전망


하더쿨름

피곤하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 숙소에 있을 수 없었다. 우리는 하더쿨름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숙소 뒤쪽 아레 강의 작은 다리를 건너면 하더쿨름으로 올라가는 푸니쿨라를 탈 수 있다.


간만의 차이로 푸니쿨라를 놓치면서 다음 차를 타야 했는데, 덕분에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푸니쿨라가 출발하면서 펼쳐지는 풍경에 계속 우와우와 했다. 아들은 앞에 보이는 산과 강 이름들을 열심히 설명했다. 여행을 준비하며 스위스, 이탈리아 관련 책을 많이 읽고 온 아들은 스스로 뿌듯해했다.

하더쿨름 푸니쿨라

하더쿨름 전망대는 시내에서 십 분만 올라가면 인터라켄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오래전 인터라켄에 왔을 때는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는데 최근에 '텐트 밖은 유럽'을 보고 알게 되었다. 전망대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현재 파노라마 레스토랑으로 전면 재개장한 건 2009년이라고 한다. 작지만 식당이 있어서 식사도 하고 사진 찍으며 두어 시간 머무르기 좋다.

하더쿨름 입구, 푸니쿨라에서 내려 올라가는 길
하더쿨름 전망

가만히 앉아서 보기만 해도 좋다. 햇살도 따뜻하고 행복하다. 도착하고 첫 장소라 그런지, 아들은 스위스에서  하더클룸이 제일 좋았다고 한다.




저녁은 동역 coop에서 치킨, 빵, 과일, 요거트 등을 사서 숙소에서 간단하게 먹었다. 인터라켄 유스호스텔의 단점은 주방이 없다는 것이다. 식당에서 조식을 제공하고 점심, 저녁은 판매한다. 휴게실에 전자레인지와 커피포트가 있어 간단하게 데워먹는 것만 가능하다. 한국인만 이용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문을 열어보면 컵라면 냄새가 엄청 많이 난다.


오후 5시부터 왜 이리 졸린가 했더니 한국시간 밤 12시다. 시차 적응 실패로 온 가족은 저녁 7시에 일찍 잤다. 덕분에 스위스에 있는 동안 매일 새벽에 일어나 부지런히 여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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