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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여우 Feb 10. 2024

[13]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여행 열두 번째 날

2023년 10월 10일 화요일


로마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로마 에어비앤비는 기존 예약이 취소되면서 급하게 구한 숙소인데,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호스트는 필요 이상으로 친절했다. 수시로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었고, 공항 가는 택시도 직접  예약해 주었다. 


아직 어둑한 아침 7시, 부엌 식탁 위에 숙소 열쇠와 도시세를 올려두고 숙소를 나섰다. 호스트가 예약한 택시가 좁은 골목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로마 시내에서 공항 가는 택시는 요금이 50유로로 고정되어 있고, 거리도 가까워서 짐이 많거나 가족단위라면 기차보다 택시가 유용하다.

공항 가는 길 오른쪽으로 콜로세움을 지나간다. 어둠 속에서 웅장하게 빛나는 콜로세움으로 로마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제공항(로마 피우미치노 공항)

로마 공항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지역명이나 정치인이 아닌 예술가이자 과학자의 이름을 공항에 붙인 것이 인상적이. 이탈리아인의 자부심과 문화적 유산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30분 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커피와 크로와상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아이와 체스를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어설픈 우리의 체스 게임에 구경꾼이 자꾸 늘어나서 웃겼다.

이탈리아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쇼핑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항에서 여행 기념품을 사기로 했다. 아이는 바티칸 열쇠고리를 골랐고, 스위스 여행 때 산 열쇠고리와 함께 두 개의 열쇠고리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앞치마를 사기로 했다. 결혼할 때 엄마가 사준 핑크 꽃무늬 앞치마가 너덜너덜해져 앞치마의 기능을 상실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나는 하나의 물건이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사용하고 새로운 물건을 구입한다. 쓰임을 다한 물건을 버리는 쾌감이 있다.  



헬싱키 반타공항 Helsinki-Vantaa Airport

핀란드 헬싱키 공항을 경유했다. 가는 길에 들렀을 때는 한 밤중이었는데 이번은 저녁 시간이라 공항은 활기가 넘쳤다. 10월 중순이었지만 산타마을처럼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고, 사우나 오두막 조형물과 순록 가죽 소품들은 북유럽 특유의 감성을 끼게 했다. 나무와 절제된 색상의 북유럽 인테리어는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눈 내리는 자작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영상과 구조물들은 핀란드 숲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핀란드의 정체성과 개성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헬싱키 공항은 마치 작은 핀란드 같았다. 핀란드에 대한 호기심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반면, 로마 공항은 이름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일 뿐 특색이 없었고, 우리의 인천공항도 마찬가지였다.




인천국제공항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나도 모르게 한국적인 특색을 찾아보았지만, 특별한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천장에 매달린 서도호 작품은 현대적인 공항과 어울리기보다 장식 조형물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케이팝이 가장 강하게 느껴졌다. 80년대 영화로 유명했던 홍콩처럼, 우리의 정체성은 케이팝에서 찾아야 하는 것 일가?



여행의 시작이 여행 준비라면, 끝은 사진이다. 사진을 정리하고 여행 앨범을 만들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몇 달이 지났지만 우리 가족은 여전히 유럽 여행 이야기를 자주 한다. 아이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 나는 하루하루 흩어지는 기억을 붙잡아두기 위해 여행기를 쓴다. 이 추억의 힘으로 또 일 년을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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