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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여우 Apr 21. 2024

대림미술관 MSCHF(미스치프) 전시

<<MSCHF : NOTHING IS SACRED>> 신성한 것은 없다

<<MSCHF: NOTHING IS SACRED>>

* 전시기간

2023. 11.10~2024.04.28

* 관람 시간

화, 수, 목, 일요일 11:00am - 7:00pm

금, 토요일 11:00am - 8:00pm

* 장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4길 21, 대림미술관

경복궁역 3번 출구


교사 대상 전시 초대가 있어 대림미술관 MSCHF 전시를 다녀왔다. 일정연수 때 대림미술관에서 교육받은 적이 있다. 대림문화재단이 문체부 소속이어서인지 교육 지원이 많은 미술관인 거 같다.


작년 말에 시작한 전시는 다음 주면 끝이 난다. 4월 26일부터 28일 전시 종료일까지 페어웰 위크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https://daelimmuseum.org/events/program/PRG202404180001


대림미술관 앱을 깔고 회원가입하면 신규가입 50% 할인 입장권 쿠폰도 제공한다. 교사 본인만 무료이기 때문에 남편은 할인 쿠폰으로 입장권을 구매했다. 앱으로 입장권을 예매하고 입장할 때 QR코드를 보여 주면 된다.

주말이라 관람객이 많을 거 같아 오픈런했다.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아담한 미술관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예쁜 정원에서 20여 분을 기다려 입장했다. 1층은 매표소, 아트존, 물품보관실 등이 있고 2층부터 4층까지가 전시공간이다.

11시에 입장하고 바로 도슨트 투어가 있었다.


MSCHF 미스치프는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한 예술가 그룹이다. 국내 패션브랜드와는 무관하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화제가 되었던 MSCHF 작품 100여 점을 전시한다.

미스치프는 2019년 가브리엘 웨일리(Gabriel Whaley), 케빈 위즈너(Kevin Wiesner), 루카스 벤텔(Lukas Bentel), 스티븐 테트로(Stephen Tetreault)가 설립한 아티스트 콜렉티브로 미국 뉴욕의 브루 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스치프는 스스로를 ‘무엇’이다 정의 내리지 않고, 다양한 한정판 작품을 ‘드롭(Drop)’하는 방식으로 도발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작품을 선보이며, 작품마다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빅 레드 부츠(BIG RED BOOT) 등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졌고, 나이키 에어맥스 97을 커스텀하여 제작한 예수 신발(JESUS SHOES)과 사탄 신발(SATAN SHOES)을 나이키와 협의 없이 출시하여 법정 분쟁에 휘말리며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또한, 조그만 루이 뷔통 핸드백을 만들어 입찰가의 4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며 화제가 되었다.

이처럼 미스치프는 이제까지 당연시해 온 대중문화와 사회적 관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을 선보인다. 예술, 패션, 기술 및 사회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미스치프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지속해서 선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s(이제  young 하지 않지만))처럼 이 그룹도 작품 활동이 꽤나 신선했다. 관습에 반하는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아이디어 작품들이 많았다. 일상의 예술화를 추구하는 대림미술관과 잘 어울린다.


학생들에게 늘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을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강조해 왔는데, 나 스스로가 얼마나 창의성 없고 진부한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딱딱하게 굳은 뇌를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전시였다.


큰 기대 없이 따라온 남편과 아들도 좋아했다. 아들은 도슨트 투어에 참여한 유일한 어린이였다. 도슨트 분과 관람객들이 친절히 배려해 주셔서 제일 앞에 서서 전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작품 판매를 하지 않는다. 모든 작품에 'NOT FOR SALE'이라는 글이 있다. 아들이 "죄다 안 판대. 사고 싶은데..." 하면서 아쉬워했다. SALE이라고 해도 사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란다. NOT FOR SALE이라 못 사는 것으로 해두자.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섹션 1 ' ARCHIVE&MULTIPLAYER'는 주로 영상과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섹션 2 'FRAUD FOR ALL/ FRAUD FOR ONE'은 '현대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에 저항'하는 그들만의 방식을 보여준다. 섹션 3 'FOR EVERYTHING ELSE, THERE'S MASTERCARD'는 유명하거나 한정판, 고가의 명품을 욕망하는 소비 심리를 풍자한다. 섹션 4 'NOTHING IS SACRED'는 더 이상 신성한 것은 없다는 것을 표현한다.



<Medical Bill Art>

의료비 청구서를 그린 세 장의 그림이다.  미국 의료 시스템은 과도한 의료비로 유명하다. 비싼 의료비 때문에 생긴 부채로 어려움을 겪은 작가는 의료비 청구서를 캔버스에 유화로 재현한다. 작품 가격은 청구된 금액과 같은 금액으로 책정하였으며, 작품 판매 금액으로 의료비를 지불했다. 멀리서 보면 대형 프린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화로 그려진 삐뚤삐뚤한 필체에서 작가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청구서를 그려 판매한 돈으로 의료비를 지불하는 미술시장의 생태와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의 문제를 대조해서 보여준다.



<Branded Books>

오만과 편견, 보물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우주전쟁과 같은 고전 문학을 재출간한 것으로, 책의 내용에 후원사의 브랜드 광고가 포함되어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토끼가 애플 워치를 사용하고, 앨리스의 동생은 아마존 킨더를 읽고, '우주전쟁'은 퓨렐 손소독제의 살균력을 언급한다. 드라마 PPL을 보는 듯하다.



<BTS in Battle>

BTS 군복무 이슈 관련 작품이다. 방탄소년단이 가상의 전쟁에 참여하는 게임이다.



<Children's Crusade>

정치인에게 어린아이 필체로 편지를 써주는 로봇이다.


일반 유권자가 정치인과 소통하기는 쉽지 않다. 정치인은 기업에만 관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어린아이의 손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정치인에게 어린아이는 좋은 홍보 효과가 되기 때문이다.




<Severed Spots>

데미안 허스트의 스폿 페인팅 중 하나를 구입해서 작품 속 점들을 하나씩 잘라 액자에 넣고, 남은 프레임까지 각각의 작품으로 판매했다.


상부에 달린 모니터에서 작품을 분해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수술대 위의 인체를 해부하듯 흰색 가운을 입은 조수들이 거침없이 작업하고 있다. 영국 YBA의 대표적인 작가인 데미안 허스트는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비싼 가격에 작품이 거래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스폿 시리즈는 데미안 허스트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 그렇게 비싼 게 아니지만 그래도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자르다니, 나라면 이런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손 떨려서 실천하지 못했을 거 같다. 고가의 작품을 파괴하고 해체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소유할 수 있게 함으로 예술의 민주화를 이루게 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렇게 분해해서 여러 사람에게 판매하니 처음 작품 가격의 7배나 비싼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Possibly Real Copy of 'Faires'by Andy Warhol>

잘린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옆에는 앤디 워홀 작품이 복제되어 있다. MSCHF는 앤디 워홀 작품 한 장을 구입하고 999번 복제하여 총 1000장의 작품을 만들어 1000명의 사람에게 판매했다. 원본임을 증명하는 문서도 함께 복제되어 1000장의 작품  어느 것이 진품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작품명이 '(앤디 워홀의 작품일 수도 있는) 작품'다. MSCHF는 이를 '복제에 의한 파기'라고 말한다.


앤디 워홀은 팩토리라고 부르는 작업실에서 조수들이 이름 그대로 작품을 공장처럼 찍어냈다. 이 프로젝트는 앤디 워홀의 작품 성향과 잘 어울린다. 손쉽게 작품이 복제되는 현대 사회에서 원본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Jesus Shoes>

앤디 워홀 작품 옆에 예수 운동화와 사탄 운동화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예수 운동화는 밑창에 실제 요르단 강 성수를 채우고, 끈 부분에는 십자가가 있고, 내부는 역대 교황이 즐겨 신었던 빨간색 구두를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제작되었다. 물 위를 걷는 예수의 기적이 기록된 마태복음 14장 25절을 따서, 신발 옆 면에 'MT 14:25'가 적혀있으며 1425달러에 판매하였다.


<Satan Shoes>

사탄 운동화 신발 밑창에는 성수 대신 사람의 피, 십자가 자리에는 역오각형 별, 신발의 옆 면에는 악마를 상징하는 'LUKE 10:18'과 숫자 '666'이 새겨져 있고, 666개의 신발을 1018달러에 판매하였다.


MSCHF는 이 작업들을 나이키와 아무런 협의 없이 진행했다. 나이키는 제작에 참여하지도 않았지만 사탄 운동화가 출시된 후 소비자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고, 결국 예수 운동화와 달리 MSCHF에 소송을 제기했다. MSCHF는 잘못을 인정하고 합의하여 재판으로 가지는 않았다고 한다.


30여 분의 도슨트 투어를 포함해서 전시를 관람하는 시간은 총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미술관 온라인 회원에게는 리유저블 컵과 커피 쿠폰을 준다. 대림미술관 소속인 '미술관 옆집' 카페에서 이용할 수 있다.

직원이 리유저블 컵을 가볍게 씻어서 주면 본인이 커피를 직접 내려 먹는 시스템이다.




구옥을 개조한 카페가 운치 있다.



카페에서 오래전 제자를 만났다. 내가 무슨 과목 선생님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했지만 날 알아본 게 고맙고 신기했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나도 기억이 난다. 귀여운 개구쟁이었는데, 이십 대 후반의 청년이 되었다.

제자는 환하게 웃으며 "선생님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 그대로 세요."라고 말했다.

흠, 십 년 전 이미 늙고 못 생겼었나 보다.


이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간다. 비가 그칠 줄 알았는데 계속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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