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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피와 마법 우체통

미피 70주년 생일 기념전

by 사막여우

아이의 겨울방학을 맞아 미피 전시를 갔다. 70주년 생일 기념전이라고 한다. 안녕인사동에 있는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올해 8월까지 전시한다.

미피와 마법 우체통

미피는 딕 브루너 그림책 시리즈의 주인공인 토끼 캐릭터이다. 1955년에 첫 그림책이 나왔고, 올해 70세가 되었다.


딕 브루너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태어났다. 재미있는 우연으로 그는 27년생 토끼띠라고 한다. 처음에는 미피의 아버지라고 불렸고, 이후에는 스스로 미피의 할아버지라고 칭했다.



위트레흐트 미피 박물관

딕 브루너는 위트레흐트에서 태어나 은퇴하기 직전까지 고향 위트레흐트에서 살았다. 2006년 딕 브루너 집이 미피 박물관이 되었다.


미피는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이다. 십 년 전 남편과 둘이 갔던 네덜란드 여행에서도 위트레흐트 미피 박물관을 갔었다. 그때는 마침 미피 60주년이었다.


위트레흐트 미피 박물관에서 티켓 구입할 때 직원이 몇 살이냐고 물었다. 갑자기 나이는 왜 묻는지 당황했는데, 아이의 나이를 물어본 것이었다. 모두 아이를 데려온 엄마들이었다. 나만 남편을 데려왔네. 하마터면 삼십... 대답할 뻔.

위트레흐트 미피뮤지엄. 2015년.
위트레흐트 미피뮤지엄. 2015년. 당시 60주년이었다.
위트레흐트 미피뮤지엄. 2015년.
위트레흐트 미피뮤지엄. 2015년.
위트레흐트 미피뮤지엄. 2015년.

아기들 사이에서 동심으로 돌아간 남편. 남편이 그린 것은 한복 입은 미피이다.

아, 이번 한국 전시에 한복 입은 미피를 못 본 거 같다.

남편이 그린 한복 입은 미피

미미

피와 마법 우체통

미피와 마법 우체통

정확히 십 년 후 열 살 아들과 함께 서울에서 하는 미피 전시회를 왔다.

남편이 미피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 집에 미피 전집이 있었고 그때의 기억이 좋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성장 환경이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아이 없이 성인끼리 방문한 관람객도 많았다. 위트레흐트에서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너무 넓어서 주말이었고 관람객이 많았지만 붐비지 않았다.

생일파티 포토존을 비롯해서 사진 찍을 스폿이 많았다.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위트레흐트 미피뮤지엄. 2015년.

상설전과 특별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네덜란드 미피 박물관과 비슷하다.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딕 브루너(Dick Bruna)의 작업


딕 브루너는 단순화된 디자인과 컬러 사용으로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였다. 그의 디자인은 인쇄 기술의 제약 속에 만들어졌다. 당시는 컬러 인쇄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색상을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했고, 이로 인해 간결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가 출판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인쇄소에서 자란 덕분에 인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작년 예술의 전당에서 보았던 크루즈 디에즈 작품도 생각이 났다. 그도 처음 컬러 인쇄가 등장했던 시기 인쇄업에 종사했던 배경이 작품에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다양한 색상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겠다.


딕 브루너는 단순한 색상과 형태로 인쇄 매체에 최적화된 스타일을 만들어 냈고, 이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평범해 보일 수도 있지만, 현대적이고 직관적인 디자인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대표적인 네덜란드 화가인 렘브란트와 베르메르 작품을 미피 캐릭터로 패러디했다. 또 다른 네덜란드 대표 화가 고흐는 없다. 고흐가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해서 그런 것인지.

베르메르 작품과 미피


미피의 입은 왜 X일까?

미피의 입은 왜 X일까?

한때 인터넷에 떠돌던 미피의 입이 X자인 이유 괴담이 생각난다.

토끼의 코 v와 입의 모양^이 합쳐서 X가 되었다. 여기에 어른은 가로로 선을 하나 더 그어 별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조명 때문에 투명 패널에 적힌 글에 그림자가 생겨 글씨가 겹쳐 보인다.

조명 위치를 바꾸거나,

패널을 벽에 더 가까이 붙이거나,

그도 안되면 패널을 불투명으로 했어야 했을 텐데,

가독성이 떨어진다.


딕 브루너 컬러

딕 브루너 컬러는 처음에, 빨강, 노랑, 파랑, 초록 4가지였으나 이후에 갈색과 회색이 추가되었다.

딕 브루너 컬러

딕 부르너의 색은 초기에는 직접 물감을 만들어 썼고, 이후에는 브루너 컬러 색지를 공급받아 작업했다. 작업 방식이 말년의 마티스 색지 작업을 떠올리게 했는데, 역시나 그는 프랑스 유학 중 현대 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투명 필름에 펜으로 스케치하고 색지를 직접 잘라 결합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미술수업에 적용해 보아도 좋겠다.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딕 브루너의 작업 원본이다. 위트레흐트 미피 박물관에서 구입해서 미술실 열쇠 키링으로 썼던 이미지이다.

20150910_081424_HDR.jpg 미피 키링


미피 아트 퍼레이드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미피 아트 퍼레이드는 미피 60주년을 맞이해서 다양한 작가가 참여하여 재해석한 미피 작품 전시이다. 미피 캐릭터 디자인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바꾸거나, 사회적, 문화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재창조하는 등 다채로운 형태로 미피를 재해석했다. 딕 브루너의 디자인이 단순한 형태와 색상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색상과 형태의 실험적인 전시도 있었고, 미피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바탕으로 새로운 색조합이나 패턴을 추가한 작품도 있었다. 미피 아트 퍼레이드는 대형 조형물로 만들어 공공장소에 전시했는데, 마침 우리가 네덜란드를 갔던 2015년이 60주년이었기에 네덜란드 곳곳에서 대형 미피 조형물을 만날 수 있었다. 그때 보았던 미피 아트 퍼레이드를 다시 보니 반가웠다.

20150721_112042.jpg 미피 아트 퍼레이드. 2015년.

암스테르담 광장에 있던 대형 미피이다. 위트레흐트 거리에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미피 아트 퍼레이드. 2015년. 네덜란드.

미피 뮤지엄에 있었던 미피 아트 퍼레이드. 독특하게 현대 사진 작업이었다.

미피 아트 퍼레이드. 미피 박물관. 2015년.

미피 박물관 뒷마당에도 미피 조형물이 많이 있었다.

20150722_113915_HDR.JPG 미피 아트 퍼레이드. 2015년.
미피 아트 퍼레이드. 2015년. 네덜란드.
미피 아트 퍼레이드. 2015년. 네덜란드.

옷 속에 네덜란드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던 미피.





삼십 년 뒤 미피 100주년이면, 우리 아이도 자라서 자녀와 함께 미피전을 기억할까.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미피와 마법 우체통.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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