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민낯을 마주한 날

by 두움큼

나는 내가 인격적으로 꽤나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성품이 올곧아 정직하고 외유내강하여 외풍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이 있다 자신했다.


주류보다 비주류를 좋아하듯 세상에 외면받는 것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 줄 알았다.

내가 믿는 사람이라면 혹여나 나쁜 짓을 해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 따위는 전하지 않고 품어주는 포용력과 신의가 있는 줄 말이다.


오만했다.

되고 싶은 내가, 상상 속의 내가,

지금의 '나'라도 되는 줄 착각했다.


어느새 경력이 좀 있다고, 일 좀 잘한다고 의기양양해져 있었다.

동료의 질문에 내가 가진 걸 알려주는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에선 갑이 되어 있었다.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소위 1인분 못하는 동료와 상사를 챙기는 척했지만 내가 무엇이관데, 대체 내가 무엇이라고

스멀스멀 무시하고 있었다. 명백한 위선이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내가 뭐 얼마나 큰 일을 한다고, 안전함을 핑계로 쉽게 짜증내고 있었다.

남에게는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세상 친절하게 하면서 가족에게는 쌀쌀맞은 말을 던져 놓았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내 가족을 제일 사랑한다고

가족밖에 없는 것처럼 말했다. 엄밀히 따지면 가식이었다.



나의 민낯을 마주한 날.

내가 나를 포장하고 있었음을 직시했다.

그리고 인정했다.

내 안의 오만을, 위선을, 가식을, 교만을.


비가 내려 세상의 먼지가 깨끗하게 씻겨 나가듯 내 속의 불순물을 차분히 가라앉힐 시간이다.

내가 한 풀 꺾일 때이다.

스스로에게 실망해야 하고 또 참회하며 착각이 벗겨진 내 모습을 견뎌야 한다.


이 시간 철저한 성찰과 돌아봄으로

부끄러운 나의 민낯이 조금은 산뜻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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