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내가 좋은데요?

by 두움큼

만 나이로도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꿔서 슬프다는 친한 동료를 보며 '치'하고 웃었다.

자신은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너무 힘들다는 말을 하면서 그 맑은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걸 보다가 그 나이 때의 내가 떠올랐다.


나도 앞자리가 3으로 바뀌었다며 대단히 나이를 먹은 것처럼 저렇게 소란 떨던 때가

과거와 화해하지 못한 일들, 남과 비교하며 힘들어하던 때가 있었지

그 길을 먼저 건너온 여유로 이제는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마흔의 나이가 되었다.

(사실 마음은 아직도 서른이지만 제법 어른티가 나는 그런.)




그런데 그 동료,

나와는 아홉 살 차이가 나는 한참 동생이지만 위스키를 즐기는 그녀가

아침에 눈떠서 바다가 보고 싶으면 냅다 바다로 향하는 계획이 무계획인 그녀가

혼자서도 씩씩하게 몇 박씩 여행을 다녀오는 당차기 그지없는 그녀가

MBTI까지도 어쩜 나와 정반대인 그녀가 참 좋았다.

어리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즐기고 있는 그녀가,

내가 동경해 오던 자유로운 삶을 사는 모습 자체로 나에게 용기를 심어 주었다.


내 안의 격동,

그야말로 마음이 격하게 동요하던 6월

하루 해가 지는 게 눈물 나게 아쉬웠던 그날부터였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걸 미뤄두기엔 시간이 짧다!',

'지금처럼 참고만 살다가는 아무것도 못해보고 나이만 들겠다.'

유한한 시간을 직시한 순간

꿈틀대던 자유를 향한 열망과 도전, 정서의 독립, 조금씩 쌓아 온 담력이 쏟아져 나왔다.


가끔씩 충동적인 변화의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힘이 부족했다.

어김없이 안정감이 이겼기 때문에 그 마음을 무시하고 넘겨 버렸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다짐을 넘어 각오를 다졌다.

“그녀처럼 하고 싶은 건 재지 않고 해보면서 자유롭게 살아야지!”


변화의 마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걸 해보면서 살기에도 늦었다며 조바심까지 난 건,

이만큼 나이가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전보다 주름이 좀 깊어진 것 같은 요즘이지만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실감 나지만

결혼, 육아 뭐 그런 어쩌면 당연한 코스를 밟기에는 조금 늦은 감이 있는 나이지만

어릴 적 상상했던 찐 어른의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마흔!이라는 나이가 된 내가 좋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더 이상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나로 받아들이고,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금의 나를 유지하면서 변화를 위한 도전과 용기를 낼 수 있게 된 것,

아! 그리고 편식이 심했던 내가 호박, 가지를 먹게 된 것도 모두 나이 덕을 보는 것 같다.


올해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

한 살을 더 먹기 전에 조금의 아쉬움도 남지 않게

알뜰살뜰 지금의 이 젊음을 누려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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