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뻔하다 살아 난 적.
기적이라고 말하면 죄스럽고 감사하다 하면 서글프다.
내가 6살, 언니가 10살 그리고 그 위에 언니가 13살이었을 때 동네 앞강으로 물놀이를 갔다.
13살 언니가 6살 나와 10살 언니를 바위에 앉히며
"어른들 올 때까지 여기에서 절대 내려오지 마! 알겠지?"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기억이 없는데 그날 이 작은 동네가 초상집이었다고 한다.
그곳에 있었던 누군가들이 강물에 휩쓸려가 죽었고 그중엔 13살 우리 언니도 있었다는 것.
건너 듣기로는 장마철이라 강물은 불어있고 물살이 세서 물놀이를 하면 안 되는 때였다고.
내가 바위에 앉혀지던 그때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언니는 우리 둘을 바위에 앉혀 놓고서 같이 그 바위 위에 같이 있지 않고 사라져 버린 건
끝내 동생들을 구해놓고 힘이 풀려 버렸던 것일까.
그날 나는, 아니 나도 죽을뻔했는데 우리를 구해준 13살 언니 덕분에 지금까지 이렇게 살고 있다.
나와 언니를 구해놓고 먼저 떠난 언니. 언니의 죽음과 맞바꾼 나의 목숨.
그때 언니가 나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진작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숨을 내쉬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이토록 무거워지는 날이다.
우리 언니 몫까지 내가 열심히 살아내야지 힘을 줘보다가
열심히 산다는 게... 미안하다가
13살 언니가 다하지 못한 이생의 삶을 내가 대신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아줄 수 있을까 아파하다가
구해준 언니에게 감사하기에는 죄책감을 느끼다가
제일 똑똑하고 예뻤다고 그리워하는 가족에게 죄스럽다가
윤슬이 반짝이는 강가를 바라보면서 13살 언니에게 나의 마음이 닿기를 바란다.
그렇게 긴박한 순간에 동생 둘을 먼저 살려줬던 언니 같은 언니가 있었다는 게
내 평생 은인이고
그때가 또렷하게 생각 난 4학년 때부터 나는 아직도 언니가 가슴 메이도록 아프고 서글프다고.
삶과 죽음 앞에 있었던 우리.
이미 나는 그날 죽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을 텐데 어린 언니의 희생으로
덤으로 사는 인생이니
지금까지는 바르게 살고, 착하게 살고, 언니처럼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면
마흔이 된 이제부터는 안 해봤던 것들, 해본 적이 없었던 것들만 찾아서 있는 힘껏 다 해보겠다고.
그것이 언니에게 보답이라면 보답이 되기를 바란다고.
다음 생에 우리가 만난다면 그땐 나를 구해주지 말고 언니가 살라고.
꼭 언니가 살라고 흐르는 눈물로 마음 깊이 애도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