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떠나온 여행이 나에게 남긴 것

by 두움큼

여행을 왔다.

지금 나는 일본 오키나와.


쉼이 필요했다.

그저 잠시라도 떠나가고 싶었기 때문에

사실 어디든, 누구 와든 상관이 없었다.

여행계획도 크게 필요 없었다.


병실에 있는 언니가 마음에 걸렸지만

일상을 벗어나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숨을 한번 고르는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어젯밤 오직 일본어 메뉴판만 있고

온통 일본어만 들리는 로컬 꼬치집에서

닭꼬치에 유명하다는

오리온맥주 한 병, 따뜻한 사케 한잔에

몸도 마음도 사르륵 녹아버렸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에

그 가게의 온도와 습도와 공기에

그 순간이 눈물 나게 좋았다.


이런저런 마음을 다 지워내고 나니

선명하게 남은 한 가지.

‘그냥 나는 더 잘 살고 싶다.’


그래. 나는 더 잘 살아가고 싶어서

내 삶을 더 잘 꾸려나가고 싶어서

더 힘들고 더 불안하고 더 고뇌한 것 같다.


훌쩍 떠나온 여행에서

한 잔의 술에 삶의 무게감을

가벼이 털어버린 것처럼

마주한 현실 앞에서도

꿈결 같은 찰나의 여행을 하듯

그냥 더 잘 살아내자.





사실 오키나와는 제주도와 비슷했다!

트로피칼 비치는 함덕바다

코우리해변은 월정리바다

공항근처는 용담마을

국제거리는 탑동

츄라우미수족관은 성산 아쿠아플라넷

같았지만... 그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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