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여행을 가면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일상에 절여진 뇌가 루틴의 벗어남을 인지하는 순간,
시간은 낯설게 늘어난다.
예전에는 단조로운 일상에 작은 이벤트를 넣어
더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날이 그날인 하루.
나의 루틴대로 흘러가는 하루가 좋다.
아무 일도 없었던 잔잔한 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하다.
오히려 안심이 된다.
아무 일이 일어난 하루의 균열이 얼마나 큰 파장인지,
일상으로의 회복이 얼마나 더딘지 몸소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들조차 무심히 보내지 못하겠다.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를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