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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야 Oct 31. 2018

착한 사마리아인, 알고리즘으로 환생할 수 있을까?

아주 오랫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은 성서에 강도를 만나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착한 사마리아 인이 구해줬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실제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 법을 적용하여 남을 구조할 수 있는데도 외면한 사람에 대해서는 징역이나 벌금형을 적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법을 적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종종 안타까운 사연을 듣곤 한다.


2016년 대전에서 있었던 일. 한 부부가 택시를 탔다. 택시를 운전하던 60대 택시기사는 운전 도중에 갑자기 심장마비 증세를 보였다. 부부는 택시 기사를 그대로 둔 채 트렁크에서 자기네 골프채를 챙기더니 다른 택시를 잡아서 그 자리를 떠났고 60대 택시기사는 아무도 없는 택시 안에서 혼자 남아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말았다.


어떤 알고리즘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일까?

만약 내가 동일한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판단을 내릴까? 괜히 남을 도와준다고 나섰다가 나중에 복잡한 일에 휘말리는 것은 아닐까?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소리를 듣지는 않을까? 아니면,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줘야 한다는 정의감이 다른 모든 생각을 누르고 승리할 것인가? 


내가 착한 사마리아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비겁한 소시민이 될 것인지 나도 알 수 없다. 그 상황에 처해 보지 않고서는. 하지만, 우리의 머릿속에는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경험에 의해서이건, 직관에 의해서이건, 본능적으로 찰나의 순간에 확률을 계산해서 리스크가 가장 낮은 선택지를 고르는 능력 말이다.


도덕적인 알고리즘이 우리를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만들어줄까?

모르는 게 있으면 구글 신에게 (네이버는 좀 배우길) 물어보는 것이 너무나 익숙한 습관이 되었다. 손 끝으로 날리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구글 신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구글 신이 인간들의 경험치를 모조리 흡수하고 분석해서 우리의 판단보다 훨씬 더 권위 있는 결정을 내려줄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갖추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뭇 궁금하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택시 기사가 심장마비 증세를 보인다면, 구글 신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판단일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지금 제가 어떻게 해야 되나요? 119를 불러야 되나요? 아니면 골프 약속을 지켜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날렸을 때 광고가 붙은 파워 링크를 먼저 보여 줄지, 아니면 착한 사마리아인이 나타나서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주라고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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