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미야 Nov 10. 2018

어차피 서로 거짓말을 한다.

마지막으로 던질 카드가 거짓말이라면

코가 좀 커지면 어때?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이 실제보다 더 멋지게 보이길 원한다. 더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친구들에게도, SNS에게도,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종종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자꾸 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지는데도 나만 커지는 코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 사람들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도 거짓말을 한다. 매일 보는 온라인 광고와 신문 기사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과장된 것들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면접과 거짓말

면접을 보러 간다. 면접을 앞두고 긴장된다. 왜냐하면 나는 오늘 몇 가지 거짓말을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면접관 앞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면 왠지 탈락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감추기 위한 거짓말을 몇 가지 준비했다. 물론 너무 거짓말 같지는 않아야 한다. 내 연기력 여부에 따라서 면접관에게 공감과 감동까지 주어야 하기 때문에, 면접장으로 향하는 나는 긴장된다.


면접장에 들어선다. A4용지에 출력된 나의 이력서는 면접관 앞에 놓여 있다. 지금은 내가 유리하다. 정보의 비대칭의 관점에서 생각을 해 보면, 적어도 나에 대해선, 내가 면접관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반면, 면접관은 이력서 내용 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어보인다. 이제 면접이 시작된다. 게임 시작이다. 


하지만, 기업도 면접관도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 이들도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회사가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신사업을 시작했으니 열정이 넘치고 관련한 성과의 경험이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운을 띄운다. 말끔한 양복들을 입고 있다. 나도 잘 보이기 위해서 말끔한 정장을 입고 갔는데, 이들은 누구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이렇게 말끔하게 입고 들어온 것일까? 실제의 회사 이미지보다 더 잘 보이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서 그런 것일까?


마지막으로 던질 카드, 거짓말

나와 면접관, 서로 각자의 등 뒤에 많은 데이터들을 숨긴 채로 이야기가 오고 간다. 하나씩 정보를 꺼내어 사용한다. 이미 이력서는 오래전에 지나간 카드일 뿐이다. 누가 서로에 대해서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면접관은 이력서에 적혀 있는 이메일 주소를 이용하여 내 SNS 계정을 훑고 지나갔는지 모른다. 지난주에 경쟁사 면접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면접관이 알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전투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가면이 벗겨진 느낌이다. 


이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필살기 카드를 꺼낼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면접관이 기회를 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 보라고 한다. 준비해 온 거짓말을 할 시간이 된 것이다. 면접관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나의 이야기를 믿어 줄 표정인지, 의심의 눈초리인지 판단이 안된다. '그래, 어차피 서로 거짓말을 하는데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라는 생각때문에 다시 바닥에 떨어진 가면을 주워서 쓸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하지만, 왠지 내가 비도적적인 사람이 된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시에, 오늘 하루를 통해 왠지 사회에 대해 알게 되고 한 걸음 성장한 것 같은 착각 때문에 위안이 된다. 면접 결과는 이미 궁금하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착한 사마리아인, 알고리즘으로 환생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