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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10. 2023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이 어려워졌다.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쓴다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이와 대비되게 나의 브런치 시작은 매우 간결했다. 퇴직 후 여행 작가가 되고 싶다던 엄마를 위해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을 찾아보다 브런치를 발견했고 호기심으로 글 한편을 한 시간 정도 투자해 뚝딱 써 작가신청을 보냈다. 그리고 내가 썼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냈을 무렵 묵혀있던 메일함에서 브런치 작가신청이 통과됐다는 메일을 발견했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글이 어려워진 걸까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나니 마치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았던 걸까. 남들은 몇 번을 시도해도 쉽게 합격하지 못한다던데 나는 손쉽게 통과해서일까. 아무도 내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는 굉장히 그럴싸한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은 느낌에 휩싸였다. 글은 어느 정도 이상의 길이가 되어야 할 것 같았고, 내가 쓴 글에는 반드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누구도 내게 그런 글을 기대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래 그 '메시지'라는 게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이토록 두려워하게 만들어버렸다. '스물셋에 글 하나로 얼렁뚱땅 브런치 작가가 된 내가 무슨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참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몇 개의 글의 업로드와 삭제를 반복한 나는 그대로 브런치에서 사라졌다. 


1년 가까이 꾸준하게 알림을 보내주던 브런치는 회피형 인간이던 내게 무거운 마음의 짐이 되었다.




사실 부담과 고민이 나에게 나쁜 영향만을 주었던 것은 아니었다. '메시지'줘야 한다는 고민은 내가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나는 [형성된 콤플렉스]라는 브런치 북을 만들어 나름 꾸준히 글을 업로드했었다.(물론 도중에 중단되었지만) 어릴 적 형성된 콤플렉스에 대한 경험을 솔직하게 말하던 나의 글 중 가슴에 대한 콤플렉스 글은 웃프게도 브런치 메인에 걸렸고 내 글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보게 되었다.


브런치 메인에 걸린 게 하필이면 내 가슴이야기라니. 기쁘고도 우스웠다.


하루에 열 명 남짓 읽던 나의 글을 몇 만 명이 보게 되니 그다음 글이 너무 어려워졌다. 더욱이 예민할 수 있는 외모에 대한 글들은 몇 만 명에게 어떻게 전달되었을지 기쁨보다는 두려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글을 쓰면서 나쁜 사람이 되기 싫었고, 안 좋은 소리를 듣기 무서워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솔직한 나의 경험담을 적었을 뿐인데도 이리 복잡하게 생각하고 무서워하더니 결국 나는 그리 좋아하던 글쓰기에서 손을 떼고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 결국 이 모든 생각들을 이겨내고 글을 다시 쓰고 싶다고 생각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강연자들의 말이 모두 진리는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강연자들이 있고, 모두 그들이 살아온 삶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 셀 수 없이 많은 강연의 내용이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 강연자들 모두 살아온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강연과 명언, 책들이 세상에 존재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앞에 나와 각자의 성공방식, 가치관에 대해 말들을 쏟아내지만 청자 모두가 그들을 진리고 삶의 옳은 표본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나조차도 나와는 맞지 않는 강연을 듣고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너무 이상적인 사고로만 삶을 바라보는 현실성 없는 동화 같은 얘기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도 하니까. 근데 나의 글에서는 나는 그리 이성적이지 못했다. 내 글이 오해받길 원치 않았고, 어떠한 논쟁거리도 되지 않길 원했기에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너무나도 어려웠다.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니 나 역시 모든 글을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당초 내가 읽고 싶은 글을 골라서 읽고, 공감이 되는 것은 마음에 담고 아닌 글은 가볍게 넘겨버린다. 나는 반드시 '메시지'가 있는 글만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은 가볍고 생각을 비워주는 글이 좋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단순한 이야기도 좋아한다. 나의 생각과 꼭 일치하는 글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며 내 사고를 확장시켜 가는 느낌도 좋아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 글은 생각보다 그렇게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우습게도 이제야 깨달았다. 글을 적을 때 나는 이러한 고민도 꽤나 많이 했었다. '내 생각이 정답인 것처럼 이리 글을 써놓고 나중에 내 가치관이 변하면 어찌하지?' 끝도 없이 묻고 물었던 그 질문의 끝엔 사람은 모두 변한다는 간단한 대답이 나왔다. 그리고 그 변화 때문에 과거의 글은 내 성장의 기록이 될 것이라는 대답도. 



내가 좋아하던 글들처럼 내 글이 누군가에겐 공감으로 다가가고, 누군가에겐 동의되지 못하더라도 사고의 틀을 깨 주는 글이 되기를 바라며 가볍게 생각하고 천천히 꾸준히 나의 글을 적어나갈 예정이다. 오래전 묻어두었던 글도 다시 천천히 발행해 볼 예정이다. 다시 시작한 내 글을 읽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이 글이 꾸준히 쌓여나갈 기록 중 하나로 남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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