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굿 플레이스 THE GOOD PLACE』시즌 1
글을 시작하기 앞서,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언컨대 길라임이 나오는 '시크릿가든' 이후 드라마가 일상을 차지해버렸던 유일한 드라마다. 시즌 4개를 5일 만에 끝내버렸다.
필자의 취향은 이렇다. 부자연스럽지 않은 고급스러운 유머를 베이스로 시작해 약간의 로맨스와 감칠맛 나는 스펙터클 한 스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각 캐릭터가 다른 매력으로 사랑스러워야 한다. 악역마저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가져야 한다. 여운을 오래 껴안고 싶은 폭신한 느낌으로 마무리한다면 완벽하다. 이 드라마가 그렇다. 한마디로 취향 저격. 탕탕. 다음 화가 궁금해 미칠 것 같아 하루 종일 머릿속에 드라마를 볼 시간만 계산하게 된다면 그 드라마에 빠졌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취향을 가진 분들이 이 작품을 놓치지 않길 바라는 지극히 절절한 팬심으로 작성한다. 정주행 2회 차를 시작하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 굿 플레이스는 총 4개의 시즌으로 구성되어있다. 시즌 1개당 12-13개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에피소드 1회당 22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때문에 애매하게 끊기지 않고 웬만하면 자투리 시간에 1회를 끝까지 볼 수 있다. 사실 뒷 이야기가 궁금해 1회만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왜 드라마를 여러 개 시즌으로 나눠놓았을까, 처음엔 생각했다. 그러나 시즌이 넘어갈수록 '시즌 1만 봤다면 시작도 못해보고 그만뒀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즉, 각 시리즈가 곧 새로운 시작이다.
모두가 망설일 때 과감하게 앞장서는 여장부 스타일이다. 굿 플레이스 멤버 중에서 리더로서 똑 부러지는 해결력을 보여준다. 사랑에는 아직 겁이 많다.
엘리너를 연기한 크리스틴 벨은 사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겨울왕국에서 엘사의 동생이자 'Love is open the door'을 부른 안나이다!
자신이 꿈꾸는 사후세계 시스템을 설계 후 실험 중이다. 큰 키에 인자한 미소와 말투로 모두를 안심시킨다. 책임감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멘탈이 매우 약하다. 뒤돌아서는 눈물도 흘리고 고통스러워하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불멸의 존재이다. 엘리너의 가장 믿음직한 파트너.
거짓말을 하면 배가 아프다. 굿 플레이스에 오자마자 엘리너의 비밀을 듣고서 고민이 시작된다. 그의 치명적인 단점은 결정을 어려워한다는 것. 명확한 답이 없이 여러 윤리학자들의 논쟁을 공부하는 윤리학 교수 그 자체로 삶을 살아간다. 작은 것에도 크게 고민하는 모습은 다수를 힘들게 하곤 한다.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굿 플레이스 멤버들을 늘 당황시킨다. 그러나 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위기를 기회로 바꿔주는 키가 되어주기도 한다. 순수함에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반전 매력과 섹시함을 담당하고 있다.
이토록 우아한 그녀의 치부는 언니이다.
자신에 비해 너무 잘난 언니의 그늘에서 살아온 탓에 부모님의 사랑은 늘 부족했다. 열등감은 그녀를 발목 잡았다. 언니보다 인정받기 위해 600만 달러가 넘는 기부로 굿 플레이스에 오게 되었다.
로봇이지만 사람보다 뛰어난 말주변과 재치를 갖고 있다. 굿 플레이스의 '굿 재닛'과 베드 플레이스의 '베드 재닛'이 있다. 둘의 상반된 모습이 웃음을 담당한다. 재닛을 죽이면 새로 업그레이드가 되어 탄생한다. 업그레이드가 될수록 감정과 능력이 추가된다. 후에는 사랑도 하게 되는데..
드라마는 엘리너가 눈을 뜨는 순간 시작된다. 정돈된 인테리어, 따뜻한 미소로 맞이해주는 한 남자. 그녀는 죽었고, 이곳은 천국이다.
굿 플레이스(The Good Place)는 사후세계의 시간을 다룬다. 현생을 사는 동안 사후세계에서는 그 사람의 착한 일과 나쁜 일을 철저한 시스템으로 점수 매긴다. 어떠한 행동이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급효과를 일으켜서 결국 어느 정도의 선과 악을 만들어내고, 사후에 삶의 총 가치 점수를 바탕으로 사후에 굿 플레이스(천국) / 베드 플레이스(지옥) 중 한 곳으로 보내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유명한 철학자, 예술가들 대다수가 베드 플레이스로 갔을 만큼 굿 플레이스는 가기 힘든 곳이다. 링컨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베드 플레이스에 있다.
그런데, 살아생전 세상에 자기뿐인 듯 살았던 이기적인 민폐녀 엘리너가 이곳에 왔다. 가장 도덕적으로 살았던 이들을 위한 사후세계의 낙원 '굿 플레이스'로 말이다. 설계자 마이클은 그녀에게 일생의 감동적인 순간들을 보여준다. 맙소사. 그녀의 모습이 아니다! 소울메이트인 치디에게 비밀스레 털어놓는다. 그녀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사후세계 시스템 오류로 다른 엘리너와 착각했기 때문. 오류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묵언수행을 하는 지안유 또한 사실은 DJ 제이슨이었다.
엘리너는 소울메이트 치디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를 가르쳐달라 부탁한다. 굿 플레이스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굿플레이스인 이곳에서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괴상한 일들은 주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 천국인 만큼 "What the FXXX!"는 "What the Fork!"로 발음하게 되는데, 교묘한 욕을 피해서 저급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설계자 마이클 또한 수상하다.
그리고 마침내, 엘리너는 알게 된다.
여기는 굿 플레이스가 아니라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하하하하"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천사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이곳 굿 플레이스. 그러나 만들어진 천사 같은 사람들은 보통의 인간들에게 이질감을 넘어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4명의 인간이 사후세계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한다. 굿 플레이스(천국)의 주민이라는 선택된 자의 의무감을 가진 채.
처음에는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굿 플레이스 생활을 벅차도록 만끽한다. 그러나 이곳도 결국 사람들이 함께 사는 마을이다. 사람은 사람으로 드러나게 되어있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사람들이라는 프레임 속에 어울리는 이가 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그러나, 감추려고 할수록 드러날 뿐. 왜인지 자신의 모난 부분이 점점 커져 이곳 굿 플레이스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괴로이 의심하게 만들기에 이른다.
이 모습은 낯선 이들이 가득한 도시의 개인들을 겹쳐 보이게 한다. 어떤 이는 자신의 큰 결함을 감추기 위해 더 큰 가면을 쓰고, 어떤 이는 자신의 결함조차 깨닫지 못한 채 스스로에게 가득 만족한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늘 고민하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인간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에 아름답다. 드라마 [굿 플레이스]는 이러한 모습을 다룬다.
못된 삶을 살아온 이들을 우아하게 고문하기 위해 만든 굿 플레이스를 가장한 베드 플레이스. 처벌의 방도로 직설적인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을 택한 마이클은 아무래도 인간의 삶을 살아본 신이 아닐까. 이 4명은 공통점이 하나 없는 다른 것 투성이인 사람들이다. 서로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이해하기 힘들고 어지러울 뿐이다. 둘이 있을 때는 말다툼이, 셋이 있을 때는 고성이 오간다. 넷이 있을 때는 함정에 빠진다.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천사들같이 잘만 지내는 상황. 천국인 듯 천국이 아닌 이곳에서 그들은 혼란 속 살아남기 위한 머리를 굴리게 된다. 너무도 다른 그들이 머리를 맞대는 순간,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 발휘된다.
바로 팀워크. 그리고 인류애다.
굿 플레이스에 발을 들이게 되는 순간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안도한다. "나 정말 괜찮은 삶을 살았구나." 시즌1에서는 4명의 현생을 되돌아보는데 초점을 맞춘다. 굿 플레이스의 시간과 현생의 시간을 번갈아 보여주며 그들의 비도덕 한 행위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깨닫는다.
'나 좀 별로였구나.'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며 잘못된 부분들을 바로잡기 시작하는 모습은 그들의 성장기를 보여준다.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간단하다. 현생에서 했던 잘못된 행동을 이곳에서 했을 때, 즉각적인 불행이 닥친다는 것.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나로 인해 불행을 겪게 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굿 플레이스이기에 가능하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드라마의 배경이 분명 비현실적 '굿 플레이스'이지만, 우리의 '현실 세상'과 너무도 닮아있는 점이다. 또한 등장인물 중 유일한 신적 존재 '마이클'과 인공지능 로봇 '재닛'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알게 해 준다. 신이 미처 계산하지 못한 인간의 '사랑'과 '마음'은 우리들이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일깨워준다. 자신에 대해 완벽히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감히 예측해보지만, 대부분은 자신에 대해 전부 안다고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완벽한 행운이다. 이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모난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아름다운 부분이 더 빛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자신이 잘 살기 위한 방법'에서 '우리가 함께 잘 지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 같은 인간으로서 따뜻하고 유쾌한 재미와 철학을 느껴볼 수 있다. 굿 플레이스가 궁금하시다면, 주저 말고 시청해보시길!
[굿 플레이스 | Netflix 공식 사이트 URL]
https://www.netflix.com/search?q=%EA%B5%BF%ED%94%8C%EB%A0%88%EC%9D%B4%EC%8A%A4&jbv=80113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