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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빈 Your Celine Jun 09. 2021

제주 | 혼자라서 느낄 수 있는 것들

낯선 곳에서 낭만 찾기

여행 2일차

가득 행복으로 채운 하루였다. 모든 선택들이 완벽했다. 맥주를 마셨는데도 새벽 눈이 떠졌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피아노가 비치는 숙소 카페에서 시리얼을 먹었다.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 여유롭고 설레는 상상을 했다.


  

  사실 어제 스탭분이 알려준 가게들만 가도 이틀은 충분한 일정이 완성되었다. 일단 걸어야겠다. 바닷가 산책이 필요해. 세차게 부는 바람마저 낭만이었다. 가는 길목마다 렌즈로 다시 한번 비추고 싶었다. 가벼운 산책 후에 돌아왔다. 한 게스트분이 숙소 바로 뒤에 괜찮은 카페가 있는데 10시에 열어서 돌아왔다는 이야길 했다. 음, 이따 저길 가봐야겠다. 준비를 하고 노트북을 챙겨 바로 뒤 카페로 향했다. 모든 자리마다 다른 시선이었으나 푸르고 넓은 풍경임은 변치 않았다. 할 일을 시작했다.



  슬슬 배가 고팠다. 집의 기록 상점에 들렸다. 먹고 싶었던 까눌레와 콘타르트를 샀다. 또다시 걸었다. 해수욕장은 에메랄드빛으로 반짝거렸다. 낮은 채도의 바닷가는 꿈같은 기분을 준다. 어제 알게 된 맛집을 찾아갔다. 메뉴에는 없지만 당당하게 "국밥 주세요!"를 외치면 성공이라고 했다. 제주도민들이 사랑하는 밥집. 고사리 해장국. 낯선 이름부터 좀 그렇다. 역시 메뉴에 국밥은 없었다. 너무 두리번댔나. 사장님께서 "국밥은 없어요."라고 하셨다. 해장국에 공깃밥 그리고 신선한 나물 몇 개가 함께 나왔다. 세상에. 한입 넣은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처음 먹어보는 맛. 한 뚝배기를 싹싹 긁어서 다 먹었다. 행복했다. 식당 뒷마당에서 직접 키워 늦게 뜯은 시금치는 뾰족하고 고소했다.



  숙소로 돌아와 커피를 한잔 내리고 아까 산 까눌레와 타르트를 먹었다. 이건 또 뭐야. 행복한 맛이네 정말..

벌써 4시였다. 시간 참 빠르다. 이름부터 귀여운 토끼네 집으로 오세요 카페로 걸어갔다. 금방 걸을 수 있는 거리에 이런 행복 장소들이 널렸다니. 새하얀 토끼가 살 것 같은 카페의 사장님은 친절했고 새로 나올 아이스 비엔나커피를 맛보라며 주셨다. 치즈맛이 나는 크림이 올라간 커피였다. 이것저것 궁금한 의견들을 물으셨고, 어떤 일을 하는지도 물으셨다. 3시간가량 머물면서 가끔씩 따뜻한 대화가 오갔다.

노을이 예쁘네요,라고 하시는 순간 바닷가 노을을 봐야겠다 싶어 짐을 정리했다.



가장 예쁜 순간의 노을을 잡았다.

온기를 나눠주신 사장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다. 내일 소소한 그림을 선물해 드려야지.



  숙소로 이르게 돌아와 일찍 씻었다. 최고의 선택이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새 게스트분이 들어왔다. 어제의 내 모습 같았다. 모든 게 어색하고 긴장한 모습. 두리번거리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몸짓. 우리 둘 뿐이었다. 말로 하기 어렵지만 뭔가 비슷한 결도 느껴졌다. 먼저 말을 걸었고, 편의점을 갔고, 바닷가 앞에서 오징어 배 불빛을 무드 삼아 삼각김밥을 먹으며 많은 이야길 나눴다. 퇴사생 언니였다. 나처럼 많은 생각을 정리하려 육지를 떠나왔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강제성이 없는 오늘 이렇게 만났기에 털어놓는 말들이었다. 그런 기분이 좋았다. 위로받기도 했다.

낯선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신기하고 감사했다. 내일도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감사한 순간, 따뜻한 사람들

제주는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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