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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빈 Your Celine Aug 12. 2021

쪼리와 폴댄스의 공통점

올여름공감 주의

올여름 나에게 상처를 준 두 가지가 있다. 쪼리와 폴댄스. 

일단 보기에 예쁘고 여름과 잘 어울린다는 단순한 공통점이 있다. 이것 말고도 내가 직접 느낀 것들을 가볍게 털어보고자 한다. 쪼리나 폴댄스를 경험해본 분들, 격하게 공감해주시길 바란다.


첫째, 정말... 많이 아프다.

사실 쪼리와 폴댄스 두 개의 첫 만남은 작년 여름이었다. 시원하고 편해 보여서 쪼리를 구입했고, 유연성과 근력을 키우고 싶어서 폴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은 낭만적이지 못했다. 

쪼리의 끈은 얇을수록 예뻐 보였다. 그 얇은 끈이 걸으면 걸을수록 발등을 짓눌렀다. 뜨거운 바닷가에서 쪼리는 불타듯 열이 올랐고 나의 발등도 욱신거렸다. 결국 그 끈의 모양새에 따라 새파란 멍이 들었다. 너랑은 끝이다.라고 다짐했다. 

폴댄스 학원에 처음 들어선 순간 낯선 세로 봉들이 흰 배경의 공간에 가득했다. 같은 수업을 듣는 분들은 모두 비키니 같은 얇고 짧은 폴 웨어를 아무렇지 않은 듯 입고 있었다. 실내에서 수영복이라니! 첫 수업 반팔 반바지를 입은 내가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나만 괜히 부끄러운 걸까?라고 생각하며 차가운 봉 위에 매달리는 순간 그런 시시한 생각들은 사라졌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살과의 마찰 그리고 뼈의 고통이 몸무게를 버티고 있었다. 기본자세인 클라임은 양 무릎 안쪽 뼈와 오른쪽 정강이, 왼쪽 발등을 조이는 힘으로 버텨야 한다. 정확히 이 부분들에 다채로운 색의 멍이 들었다. 파란색, 주황색, 붉은색. 조선시대에 주리를 틀면 이런 아픔이었을 거다. 다들 어쩜 저렇게 평화롭게 아픔을 참는 건지 경이로운 시선만 남아있었다. 얼굴과 몸에는 아픔을 버티는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시작을 했으면 끝은 봐야지. 그래도 너무너무 아프다.


둘째, 선에 의지한다.

쪼리는 엄지발가락과 검지 발가락 그 사이의 선으로 버틴다. 그 선이 얇으면 발가락이 갈라지는 순간의 부분이, 선이 두꺼우면 엄지와 검지의 마주 보는 양 살결이 쓸린다. 선이 얇은 쪼리를 신었을 땐 발가락 사이에 반창고를 붙였고, 두꺼운 쪼리를 신었을 땐 발가락마다 반창고를 감았다. 어찌 됐든, 그 선은 물집과 상처를 냈고 가끔 굳은살이 생기기도 했다. 오늘은 한번 버텨보자!라는 이상한 도전정신과 함께 문을 나섰다가 절뚝거리며 걷는 내 모습에 스스로 이렇게 학대를 하나 질책을 하기도 했다. 

폴댄스도 철로 만들어진 선에 몸을 의지한다. 손뿐만 아니라, 허리, 허벅지, 정강이, 발 뒤꿈치 등 다양한 부위로 버틸수록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다. 폴댄스를 배워보지 않은 분들은 잘 모르는 사실인데, 영상으로 볼 때 빙그르르 돌아가는 모습은 사실 멈춰있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폴댄서가 고정된 폴에서 돌고 있는 게 아니라 폴 자체가 스핀이 된다. 고정을 시킬 수도 있고, 나사를 풀어주면 돌아가게 할 수도 있다. 연습을 할 때는 고정 폴을 주로 사용했다. 이제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놀랐던 사실이다. 


셋째, 버티고 나면 적응된다. 못내 뿌듯하다.

이렇게 아픈데, 저렇게 다닌다고? 저렇게 편안하다고? 분명 아픔을 참는 걸 거야..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참다 보면, 적응이 된다. 놀랍게도. 발에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배기고 그 굳은살이 풀어진 이후의 쪼리는 나에게 아픔의 대상이 아니었다. 편안했다. 아직도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면 여린 살의 발등이 아프긴 하지만, 물집이 잡힐 정도는 아니다. 다들 예쁜 쪼리를 신기 위해 아픔의 기간을 버텨왔던 거다. 나도 이제 맘 편히 쪼리를 신을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한번 맨발의 자유로움을 느낀 이후로 양말과 운동화에 손이 가지 않았다. 

폴댄스도 마찬가지였다. 폴싯이라는 자세는 말 그대로 주리를 틀어야 한다. 폴을 허벅지의 깊은 사이에 끼고 몸을 비틀어서 버틴다. 절로 비명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자세로 다른 동작을 하고, 아름답게 착지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선생님, 안 아프세요?" 오래 하다 보면 살성이 적응되어서 아프지 않다는 선생님의 대답이 의심스러웠다. 

3개월 뒤, 나는 그러한 기본자세들은 편안하게 가능했다. 살이 자주 마찰되면서 무뎌지고, 힘을 주는 요령을 터득하면서 멍도 들지 않았다. 서투른 상태에서 어떻게 힘을 줘야 할지 몰라 아픈 것이다. 폴댄스의 매력은 '성취감'이다. 매주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도전하고 성공하는 순간 한계를 뛰어넘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쪼리든 폴댄스든, 처음은 어렵고 견디는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강인하다. 닿는 만큼 무뎌지고 힘을 기른다. 마음도 마찬가지라 믿는다. 경험하는 만큼 두려움에 무뎌지고 편안할수록 많은 생각이 가능하다. 낯선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기까지 일련의 시간들 때론 고통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뛰어넘었을 때 성취감의 크기는 다양하겠지만, 시선의 폭은 넓어졌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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