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MBTI라고 비슷한 사람이 아닌 이유
아직까지도 핫한 주제인 MBTI 성격유형을 셀프 리뷰해보려고 한다.
나는 MBTI 검사를 할 때마다 한결같이 ENFJ 가 나왔다.
조금 다르게 해보려 노력했는데도 역시나 ENFJ.. (성격을 숨길 순 없나 보다)
구글에 ENFJ를 검색하던 중 흥미로운 내용을 찾았다.
대한민국 인구 중 최소수가 갖고 있다는 성격유형은 바로정의로운 사회운동가형, ENFJ입니다.
한국인 중 ENFJ 비율은 단 1%라고 하는데요.
심지어 한국인 남성 중 ENFJ 비율은 0.5% 내외로 알려져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실상 없다’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인구 중 가장 최소수, 1% 성격유형으로 사실상 거의 보기 힘든 유형이라고 한다. 왠지 특별한 느낌이 든다. 아무튼, MBTI 분석 글에 나와있는 장단점 중, 나를 꿰뚫어 본 것 같은 문장들만 모아봤다.
- 매사에 적극적이며 책임감이 강하다.
나든 타인이든 대충 하는 게 정말 별로다. 약간 유노윤호가 떠오르지만.. 한번 마음먹고 시작한 일은 작은 성과라도 보아야 한다.
- 사교성이 풍부하고 동정심이 많다. 그래서 집단 내에서 일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크게 어려움이 없다. 엄청난 E는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보다는 3-4명 정도까지가 적당하다. 동정심, 측은지심을 잘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도움을 주려 노력한 적이 많다.
- 이타적이고 인화를 중시한다.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나오는 에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 말하는 재능, 글 쓰는 재능이 있다.
아나운서를 준비했고, 글을 자주 쓴다.
- 참을성이 많아서 웬만한 일에는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안 좋은 감정이 들어도 덤덤하게 넘기는 편이다. 그래서 돌아보면 의도치 않게 길게 버틴 사례가 많다.
- 관심사가 다양하고 관심사에는 그 누구보다 빠른 학습능력을 보인다.
주위에서 '진짜 바쁘게 산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솔직히 나는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관심사가 많은 것일 뿐, 재밌어서 하는 거다.
- 도전적이고 독립적이다.
하던 것들을 유지하는 건 안정적이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건 재밌다.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혼자의 시간도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즐기는 편이다.
- 거절을 잘 못해서 상대방을 지나치게 배려하거나 타인의 필요를 지나치게 생각한다.
거절당하는 것보다 거절하는 게 더 어렵다. 내 상황보다 타인의 필요를 더 생각해서 반성할 때가 잦다. '거절하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의도적으로 하려 노력한다.
- 갈등을 싫어해서 어려움을 피하거나 불만을 덮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맞다. 갈등이 소름 끼치게 싫다. 윽! 안 좋은 일은 금방 잊는 편이라, 그 순간 감정이 상하는 것보다 갈등을 만들어서 일어나는 일에 감정 소모가 더 크게 일어난다. 내가 굳이 갈등 상황을 만들어도 해결될 일이 아니거나, 크게 손해가 되는 일이 아니면 '더러운 건 피하자'라는 생각으로 무시한다.
- 경쟁적이거나 긴장이 팽배한 환경에서는 일하기 힘들어한다.
온화한 분위기에서 일의 능률이 올라간다. 가시가 돋은 분위기에서는 견디기 힘들다.
- 상대방의 말과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칭찬이든 비판이든 깊이 생각한다. 자기 성찰이 많아서 내가 고쳐야 할 점에 대해서 사냥하는 느낌이다.
- 자신의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따라 자존감이 쉽게 변한다.
내가 자기계발을 좋아하는 이유다.
대한민국 최소 성격유형 ENFJ가 내 주위에는 정말 많다. 내가 MBTI를 그리 흥미로워하지 않아서 모두에게 묻지 못했지만, 주위 친한 친구들만 해도 3명이다. 통계가 잘못됐나? 아니면 끼리끼리인가?
어느 날은 나와 두 친구 A, B가 밥을 먹고 있었는데 MBTI 이야기가 나왔다.
A: "나 MBTI 해봤다!"
나: "뭔데?"
A: "ENFJ 나오던데?"
나: "나돈데?"
B: ".. 나돈데?"
셋이 똑같았다. 다 좋은 사람들이라, 그래서 친한가보다 했는데, 우리 셋은 그래도 정말 많이 다르다. 서로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모임 친구 C도 ENFJ인데, 나머지 친구들이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 했다. 그 정도로 나와 C는 정반대다. 스타일과 성격, 대화 습관까지도 매우 다르다. 나는 심플을 지지하고, C는 무조건 화려다. 심지어 너랑은 정말 안 맞는 것 같다고 농담 삼아 말한 적도 있다.
지인들 중에 내가 아는 ENFJ 2명 또한 나와 같은 성격유형이라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각자가 뚜렷하게 다른 색을 가지고 있지만 비슷한 점이 있었다.
좀 뻔한 키워드긴 하지만, 이 두 가지 만큼은 엄청난 공통점이다.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나 전문분야가 분명하게 있고, 그 분야만큼에는 미치게 열정적이다.
그래서 그 사람을 생각하면 바로 그 사람에 대한 키워드가 떠오른다.
그 열정과 끈기를 보여주는 분야와 방식은 모두 다르다.
A는 묵묵히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B는 의료계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C는 노는 것과 하이틴에 열정적이어서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을 잘 꾸민다. 나는 비교적 정적으로 책 읽기, 글쓰기 등 내적으로 끊임없이 다듬는다. 다른 ENFJ들 역시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에 굉장한 열정이 있다.
한 가지 더하자면 다들 사람을 좋아하고 따뜻하다. 평소에는 툴툴대지만 갑자기 애정 어린 선물을 하는 친구도 있고, 대놓고 사랑을 퍼부어주는 친구도 있다.
성격 유형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같은 MBTI를 가진 주변 몇몇 사람들만 봐도 이토록 다르다니. 하지만 알고 나서 보면 그들이 하는 행동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
내 주위에 나와 같은 성격유형의 사람들이 많은 건 아마도 무의식에 비슷한 에너지에서 안정감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