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공감하지 말아요
소통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는 공감이다. 말을 되받아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아채고 동의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공감의 사전적 의미는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이다.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분류 없는 공감은 해롭다. 우리는 습관적 공감을 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실로 내가 상대방의 생각이나 기분을 비슷하게 느끼지 않았음에도 겉으로는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상대가 나보다 나이나 직위가 높거나,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상대는 무조건적인 동의를 원하고 말을 꺼냈을 것이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머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는 습관적 공감을 멈춰야 한다. 단순히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으로 공감을 반복한다면, 상대는 더 신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야기에 동참하고 싶지 않은데, 이러한 이야기에 굳이 참여하게 되었다면 무의식적인 공감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공감에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공감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나도 모르게 공감을 반복해놓고 나중에서야 의견을 바꾼다면 얼렁뚱땅 줏대 없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공감을 하기도 싫지만, 안 할 수도 없는 상황도 있다. 예컨대 불편한 자리에 있거나 멋대로 우울함을 폭발하는 사람 앞에서 말이다. 그럴 땐 약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아끼자. 굳이 공감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표현을 드러내지도 않거니와, 당신의 일방적인 말들에 많은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암묵적인 거리두기가 가능하다.